법인세인상, 과연 필요한가?

[경제시론] 2005-10-25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상겸

최근 세수부족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법인세율을 다시 인상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세제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투자활성화를 목적으로 2005년 각 과표구간에 대해 2%p씩 인하되어 현재 1억 이하의 법인소득에 대해서 13%, 그 이상에 대해서는 25%의 세율로 과세되고 있다. 하지만 세수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투자활성화 효과도 가시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잇달아 나오자 최근 이를 다시 인상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측의 논거는 대개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세수부족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는 것, 둘째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 셋째 어차피 세수를 더 걷기 위해서라면 사회적 강자인 기업부담을 높이자는 점, 넷째 법인세 인하로 인한 투자활성화 효과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일면 그럴듯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모두 중대한 논리적 허점을 지니고 있다.

세수부족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는 것 보다 지출의 절제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일의 올바른 순서이다. 마치 개인이 돈이 없는 경우 아껴 써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러저러한 명분으로 쓸 곳을 다 챙기다보면 결국 재원부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세수부족문제는 먼저 예산집행과정 상의 낭비나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려는, 즉 정부 스스로가 아껴 쓰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지 세금을 더 걷어서 부족분을 메우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세입측면의 정책은 지출을 줄이려는 이러한 노력이 선행된 이후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세수부족문제해결을 위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으로는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경제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세수부족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론적 대책 외에도 세원을 확대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져야 한다. 세원의 확대는 세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세수를 늘일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이다. 즉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현대국가의 조세원리와 정확히 부합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정책적 목적 또는 각종 이익집단의 요구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비과세·감면 등의 예외조항을 줄여, 세원을 확대 또는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견해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경쟁국들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할 때 OECD 국가군들 중 중간이하그룹에 속하는 편이며, 더욱이 평균법인세 부담률은 그 보다도 낮은 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인세가 높은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리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 법인세제 구조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법인세는 최고한계세율은 높지만 다양한 비과세·감면 조항 등으로 실제 세수입을 결정하는 평균세율은 그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이러한 구조, 즉 평균부담률은 낮으면서 최고한계세율이 높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세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세가 발생시키는 왜곡은 한계세율이 높을수록 급격히 증가하게 되므로 한계세율은 낮을수록 좋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법인세율의 재인상은 실효성은 낮으면서 조세로 인한 왜곡만을 증폭시키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만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계세율을 높이기 이전에 세원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세수부담을 기업에게 넘기자는 견해 역시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조세형평의 논리, 즉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강하다 할 수 있는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상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옳은 견해라 할 수 없다. 법인세 부담은 법인에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주주는 물론 제품가격 상승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실제 세부담은 개인들까지 분담하게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법인세 인상을 통한 세부담 형평성의 제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와 같은 견해가 갖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가 조세정책의 변화가 다분히 감정적 요인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이겠지만 기업은 시장경제발전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경제는 물론 한 나라의 국제경쟁력도 흔히 기업의 성과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지 기업이 경제적 강자라고 해서, 또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내기 때문에 높은 세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는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견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법인세율인하가 투자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다시 올려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조세정책, 특히 기업의 투자행위에 대한 조세정책은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경제학의 통설이다. 이러한 조세정책의 본질은 이해하지 못한 채, 단기적인 안목에서 세율인하의 효과를 판단하고, 조바심 속에서 다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도 차원에서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법인세의 인상은 세계적인 조세개편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자국의 세제 내에서 법인세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축소해왔으며, 세율도 경쟁적으로 인하해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활동이 국제화되면서 생산요소의 이동도 활성화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동이 더욱 자유로운 것은 자본이다. 자본은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가 없으면 성장도 없고, 고용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세율이 낮아지면 투자의 결과도 더욱 탐스러워 지기 때문에 세율이 낮아지는 것은 투자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들은 자본을 자국 내에 묶어두기 위해서, 나아가 외국의 새로운 자본을 유치하기 위하여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심지어 참여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북유럽의 소위 복지국가들조차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에 낮게 과세하는 DIT(Dual Income Tax)라는 제도를 도입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법인세율을 다시 높이는 것은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을 막는 것은 물론 국내의 자본마저 외국으로 떠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더구나 해외 부분이 경제력에 큰 비중을 차지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생각한다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자명해진다 하겠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야한다는 점이며,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은 경제적 성장이라는 점이다. 물론 양극화 문제도 해결해야하고 저소득층의 복지문제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계층을 위한답시고 생산계층에만 일방적으로 무거운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우대해줘야 더 큰 경제발전이 이룩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분배의 문제, 약자계층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출을 위한 재원확보수단으로, 단순히 사회적 강자라고 하여 성장과 생산의 첨병인 기업의 세부담을 늘이게 되면 한국경제는 성장을 위한 원동력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