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규제완화 방안

[경제시론] 2009-06-09 | 전경련 산업본부 기업정책팀장 유환익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 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정의된다. 즉, 고유한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고, 대신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 주요 사업인 회사를 말한다.
회사를 경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경영에 집중하여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 고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하나의 회사 내에 여러 사업부서를 두고 운영하는 M형 사업부제에 비해 자회사 매각 및 편입이 비교적 자유로워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는 장점이 있다. 부실 자회사를 손쉽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부실이 그룹 전체로 전 이될 가능성이 적고 신규사업 기회가 있을 경우 손쉽게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등 위기에 더욱 강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되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급 한 현 상황에서 지주회사가 갖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장점 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엄격하게 금지해왔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등을 통해 경제력을 확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우 려는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이 허용되었지만 동시에 갖가 지 규제를 도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어렵게 만들었고, 지주회사로 전환된 기업의 투자활동을 제약하는 등 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장점을 제약하는 규제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돈을 빌려서 확장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주 회사 부채비율을 제한해 오고 있다. 이는 지주회사가 부채를 자기자본의 2배 이내에 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제이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주요 수입원이 주식배당임을 감안 해 보면 동 규제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이 배당 수익을 초과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지주회사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배당수익률은 금리수준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2008년 KOSPI 기준 주 식배당률은 2.6%이고 대출금리는 7.1%로 약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러한 차 이를 감내하고 차입을 확대할 유인은 없으며, 만약 있을 경우에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 과할 것이다. 실제 2008년 현재 55개 일반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4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지주회사 스스로 차입을 확대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비현실적인 규제의 다른 예로 지주회사행위제한에 대한 유예기간을 들 수 있다. 지 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지분율 충족, 계열사간 지분정리 등 주식이동이 대대적으로 일 어나게 된다. 이러한 주식이동은 기업집단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으 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요건충족에 대한 유예기간을 2 년 정도 부여하고 필요 시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동 기간중에 모든 요건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 규제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주회사체제에 들어 있는 기업들의 투자활 동을 사전에 제약한다는 것이다.
먼저, 금산분리 원칙을 지주회사에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기존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저해하고 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 사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없게 하고 금융지주회사는 일반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하 고 있다.
2008년 말 현재 상위 30개 민간기업집단은 총 63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어 평균 2.1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 기 위해서는 평균 2개 이상의 금융보험사를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 산규모가 큰 금융보험사를 매입할 수 있는 국내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사전에 막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인 GE사의 경우 소비자할부, 장기리스 등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제 조업 부분의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타 계열회사의 주식취득 제한도 대표적인 투자저해 규제이다. 현행 공정거래 법상 지주회사 지배구조의 단순성 유지 및 지배력 확장 방지의 취지에서 지주회사가 타 계열회사 주식의 5%를 초과하여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주식의 40%(비상장) 이상을 취득해 자회사로 만들어 출자구조를 단순하게 하지 않으면 투자 자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업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을 점진적으로 확대한 이후 확신이 섰을 때 자회사로 편입하는 순서를 밟는 것이 현실이다. 지배구조 개선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추어진 5% 규제는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도외시함으로써 지주회사들이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사전에 제약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지주회사의 경제력집중 억제 차원에서 현행 공정거래법은 출자단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손자회사까지는 일반적으로 허용하되 증손회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주식 전부를 소유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증손회사가 계약 등에 의한 공동출자법인이거나 주식이 분산되어 있는 상장회사인 경우 주식 전부를 소유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 조항은 증손회사를 통한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효과를 가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조속 통과 과제

다행히 상기의 규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에 제출되어 정무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동 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7월에 1차 발의하고 금년 4월에 추가 과제를 포함하여 국회에 발의하였다. 규제완화 내용으로는 부채비율 200% 제한 폐지, 타 계열회사 투자한도 5% 폐지, 증손회사의 일반적 허용,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허용 및 비은행지주회사의 일반자회사 허용 등이다. 이러한 규제완화 방안들은 경제위기 극복 및 기업활동 자율성 제고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들이다. 그 러나 이렇게 중요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지주회사 규제 완화 법안이 반드시 6월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주회사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 은 아니다.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미흡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규 제완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지주회사는 증손회사까지만 출자할 수 있다. 출 자단계에 제한이 없는 외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제한적인 규정이다. 특히, 법 에서 정하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업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규정은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해당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할 경우 해당회사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즉, 자회사 들의 실적이 좋아서 시장에서 주가가 올라갈 경우 해당회사는 지주회사 전 환 의지가 없음에도 지주회사로 전환되어 각종의 규제를 받게 되는 불합리 한 점이 있다.
지주회사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체제 중의 하나이다. 지주회사 체 제를 선택하였다고 불리한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yhi@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