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CEPA 체결현황 및 기대효과

[경제시론] 2009-09-07 | 전경련 국제본부 글로벌경영팀장 최원락

올 8월 7일 인도와의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가 체결되었다. 인도와의 CEPA는 2006년 2월 협상을 개시한 이래 2년 7개월간 공식 협상 12회를 거쳐 작년 9월 25일 사실상 타결되었으며 이번에 양측이 정식 서명을 하게 된 것이다. 인도는 세계 제2위의 인구대국이고, 2007년 기준 GDP 세계 12위(9,842억 달러)로 연 7~8%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거대 신흥시장이다. 협정의 발효는 인도가 이미 올 7월 2일 내각회의에서 협정을 승인하였기 때문에 우리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면 가능하다.

한·인도간 CEPA 협상의 주요 결과

협상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상품양허 부문에서 2017년까지의 관세 완전철폐 비중은 우리가 84.7%, 인도가 74.6%이며, 관세가 50% 이상 줄어드는 비중은 우리가 89.7%, 인도는 85.5%이다. 이처럼 차등적인 양허수준에 합의한 것은 양국의 제조업 경쟁력 수준과 함께 우리의 대인도 무역흑자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협상발효 2년 후 Review 협상을 통해 미진품목 양허에 대한 추가논의가 가능 하도록 한 점은 이번 협상성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의 경우 인도와의 CEPA발효 이후 Review 협상을 통해 인도로부터 275개 품목을 추가로 양허 받은 바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컴퓨터 전문가와 엔지니어, 경영컨설턴트, 기계·통신 기술자와 자연과학자 등에 대한 인력이동을 허용하여 인도의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서는 부가가치 기준을 기계·전기전자·섬유·자동차 등 국내업계가 충족할 수 있는 35~40% 수준으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비원산지 재료가 최종재 부가가치의 10%를 넘지 않을 경우, 예외적으로 원산지로 인정하는 미소기준을 적용하여 소량의 비원산지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또한 중간재 조항과 관련한 인정근거를 협정문 상에 일부 반영, 발효 후 관세위원회를 구성하여 2년간 이를 명확화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간재 조항이란 비원산지 재료를 사용한 중간재가 원산지 기준을 충족할 경우 최종제품의 역내 부가가치를 산정할 때, 그 중간재 전체를 국내산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부문은 인도가 처음으로 Negative 방식의 자유화에 합의하여 높은 수준의 투자개방을 달성하였으며, 한미 FTA와 유사한 투자자산의 직·간접수용 금지,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적용대상 확대를 비롯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였다.
Nagative 방식이란 개방을 허용하지 않은 분야만 기술하고 그 외의 모든 분야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인데, 투자와 관련하여 인도가 Negative 방식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수용조치의 제한이란 재산권에 대한 직접적 박탈조치인 직접수용은 물론이고, 소유권의 명시적 이전이 없는 경우에도 그에 준하는 침해조치(간접수용)로 판단되면 투자자에 대한 보상의무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행요건 금지는 국산품 사용의무와 기술이전 의무 등 각종 이행의무 부과를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구제와 관련해서는 최소 부과원칙(Lesser Duty Rule)과 제로잉(zeroing) 금지 등을 규정하여 반덤핑조치 발동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치내용을 완화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최소 부과원칙은 국내산업의 피해를 제거하는 수준 미만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제로잉 금지란 반덤핑 관세율을 산정할 때 산정된 반덤핑 관세율이 실제 피해보상을 위한 수준보다 더 높아지도록 하기 위해 국내가격과 수출가격 차액 계산 시 마이너스 차액을 0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덤핑조치 발동절차의 투명성을 완화하도록 합의한 것도 이번 CEPA 체결의 성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인도는 세계에서 반덤핑조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5년 1월 1일에서 2008년 6월 30일 중 한국과 인도의 반덤핑 조치 건수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조치 건수는 2건인 데 반해, 인도의 반덤핑 조치 건수는 우리의 14배 수준인 28건에 달하고 있다.

거대 인도시장과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체결에 따른 기대

한·인도간 CEPA 협정체결에 따른 기대효과를 살펴보면 우선, 상품부문은 인도 측의 보수적인 양허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도의 관세수준이 높은데다 우리나라 수출품목에 대한 인도의 수입수요 가격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관세철폐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수입 탄력성이란 수입가격이 1% 증가할 때 수입이 몇 % 늘어나는 가를 보여주는 수치로 표현된 지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산업연구원은 한·인도간 CEPA가 발효될 경우 향후 10년간 제조업 대인도 수출이 연평균 3.9%, 대인도 수입은 1.6%, 대인도 무역수지는 1.4억 달러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품양허에서 장기적 관세철폐 및 관세인하 품목 수가 많기 때문에 초기 수출증대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수출증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세인하의 실질적인 효과가 발효 2~3년 후부터 가시화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수혜 폭이 커질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기계, 자동차, 화학, 전기전자의 수출증대가 예상된다.
한편, 섬유의 경우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 대부분이 양허 제외되어 협정체결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일본은 인도와 FTA 협정을 맺고 있는 태국으로부터 매우 낮거나 무관세로 부품을 수입할 수 있는 반면, 부품수입 시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인도시장에서의 대일자동차 수출경쟁력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협정발효 2년 후 Review 협상을 할 때, 이러한 점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비스 부문에서는 통신과 회계·건축·부동산·의료·에너지유통 등의 사업서비스를 비롯한 분야에서 인도시장 개방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인도간 CEPA 체결은 최근 꾸준히 증가해 온 양국 간의 교역과 투자규모를 더욱 확대시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인도시장 선점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국내비준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CEPA 체결이 수출과 투자확대 및 이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ochoi@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