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관리정책 추진 현황과 문제점

[경제시론] 2010-07-09 |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장 추광호

  작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총회 이후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이 제정된 이후 후속조치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을 위한 지침이 제정 중에 있으며,¹⁾ 배출권거래제 관련 법률 제정작업도 진행 중에 있고, 탄소세 도입을 위한 정책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동일한 목표 아래 다양한 정책 조합들이 검토됨에 따라 중복규제, 지나친 행정비용 및 규제순응비용, 산업경쟁력 저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미 중복규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그간의 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상황들을 보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지속적 성장을 고려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필요

  정부는 녹색성장기본법 및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을 충분히 감안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추진 중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관련 지침 제정과정을 보면 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많은 사항들을 담고 있어 우려가 된다.
  무엇보다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많이 논의가 되었던 부분인데, 명세서 제출 사항 중 하나인 배출시설별·공정별 온실가스 배출실적은 업종별 특성에 따른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해당 사업장에서조차 공정별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어떤 기준으로 공정을 나눌 것인지부터가 문제된다. 정부는 이 같은 데이터들을 모두 취합함으로써 실질적인 감축 잠재량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해당 사업장의 숙련된 전문가들조차 공정별 데이터를 통해 감축 잠재량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의미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 측정과 관련하여 실측법의 적용 여부도 문제가 된다. 실측방식을 강제할 경우 이는 기업의 비용부담으로 직결된다. 정확도에 있어서도 계산방식에 비해서 우월하다는 뚜렷한 증거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TMS가 설치된 사업장을 일단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나, 이산화탄소 측정을 위해서는 새로운 모듈을 설치해야 하기에 추가적인 비용부담은 불가피하다. 산정·보고·검증(MRV) 지침은 기본적으로 산정·보고의 주체인 기업과 검증의 주체인 검증기관이 활용하는 지침이므로, 정부는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관리업체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배출량 산정·보고의 정확도 개선은 이를 검증하는 검증기관의 역량 강화를 통해 달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조직경계 외부로 에너지(열, 스팀, 전력 등)가 제공되는 경우에는 배출량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하며, 배출계수 산정을 위한 모니터링 주기와 관련해서도 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관리업체가 제출하는 이행계획이나 명세서상에는 기업의 영업상 비밀이 많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검증기관 등의 비밀유지의무가 엄격히 지켜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배출권거래제·탄소세는 주요국 동향을 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정부는 현재 하반기 제정을 목표로 배출권거래제 관련 법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배출권 거래제의 경우 EU가 도입하여 시행 중에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국가는 아직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자발적 거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참여하는 업체도 중소업체이거나 일부 업체에 국한되고 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많은 나라들은 아직 도입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5년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여 현재 2단계 시행중에 있는 EU의 경우 실제 실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였다. 특히 1단계(2005~2007) 시행과정에서는 발전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과다 할당을 받아 실질적인 배출권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2단계(2008~2012) 시행에서는 다소 엄격한 할당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BAU를 고려하여 배출량을 할당할 예정인데, 이 경우 과다 할당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온실가스 배출규모는 공정·기술, 사용연료 등 투자 요인보다 경제성장률과 같은 동태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많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은 매우 어렵다. 결국 경기변동에 대한 위험을 고려하여 최대 생산량을 기준으로 BAU 대비 할당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배출권 거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경매방식에 의한 할당의 경우는 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향후 선진국 진입을 위한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한 우리 경제상황에서 유상경매에 의한 할당은 즉시 기업의 원가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주요 경쟁국의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부담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만 이 같은 부담을 안을 경우, 가격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정착 여부를 지켜본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과정에서 각 기업별 한계감축비용이 차이가 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출권거래제 도입 필요성이 논의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단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강구해나가고, 배출권거래제는 주요 경쟁국의 도입 논의동향과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저하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탄소세는 CO₂를 발생시키는 연료를 공급하거나 사용하는 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이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인상요인으로 작용하여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제품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제품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세금인상분이 일부는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고, 일부는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 중심의 국가이다보니, 제조업의 비중이 낮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탄소세 도입에 따른 영향은 더욱 클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중국·인도와 같은 나라는 탄소세 도입을 장기적인 논의과제로 미뤄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도 환경성을 중심으로 탄소세 성격의 온난화 대책세 도입이 논의되었으나, 이 같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이유로 현재는 보류된 상황이다.
  탄소세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구조와 가격에 비탄력적인 에너지 수요형태를 고려하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원확보의 측면이라면 현재 주요 에너지원에 부과되고 있는 탄소세 성격의 각종 환경세와 환경·교통 관련 부담금의 적절한 사용에 대한 논의부터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ck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

1) 현재 <온실가스·에너지 관리업체의 지정 및 관리 등에 관한 지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소비량 산정·보고에 관한 지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소비량 검증에 관한 지침>, <온실가스·에너지 검증기관 지정·관리 지침> 등을 준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