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노동개혁

[경제시론] 2016-04-28 | 경제본부 송원근

지난해 핀란드 시필레 총리는 “노동비용 5% 삭감을 통한 수출경쟁력 제고”를 선언했다. 올해 프랑스 정부는 주 35시간 근무제와 해고조건을 완화하는 노동개혁법 수정안을 발표했다. 최근 핀란드는 노동계와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으나, 프랑스는 노조와 청년들의 거센 저항으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두 나라보다 먼저 위기가 온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노조와 노동법을 가졌지만, 정치권의 과감한 추진력과 노조의 동참으로 노동개혁이 가능했다. 그 결과 스페인은 2012년에 마이너스였던 경제성장률이 2015년 3.2%로 올랐고, 이탈리아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015년 0.8%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유럽의 주요국들은 재정 및 금융위기를 벗어나고자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성장을 극복하고 경제체질을 개선하고자 노동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선정하였다. 공정하고 활력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어 미래 세대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이러한 첫 걸음으로 지난해 9월 노사정이 대타협을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개혁 5대 법안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노동개혁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 중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노동개혁법을 포함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수차례 국회를 방문하여 호소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19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되자, 정부는 자체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공정인사, 취업규칙, 기간제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였다. 최근 발표한 기간제 근로자 가이드라인은 기업에게 기간제 인원을 최소로 운영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기간제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한 원청 대기업이 최근 불법파견으로 판결을 받으면서 지침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청 대기업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였다고 하니 기업들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은 20대 국회 임기 내에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이 공약은 최저임금이 매년 14% 정도 인상되어야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아파트 경비원은 전국 450여개 아파트에서 5년 만에 12.6%가 감소하였다. 또한 “최저임금이 1% 오르면 시간당 임금이 하위 5%에 속하는 저소득 근로자의 신규 채용이 6.6%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학계 연구결과도 있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또다시 해고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 외에도 최근 일부 정치권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에 적용 중인 청년고용할당제를 300인 이상 민간 기업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업이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을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시행될 경우 기업의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해 안타까운 실정이다.

최근 조선 · 해운업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이 화두에 오른 가운데, 어느 기업 노조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는 경기불황으로 적자가 수조원에 달하고 일감도 줄어 어려운 상황인데, 노조는 직원 해외연수와 임금피크제 폐지, 고용세습 등을 요구한 데 이어 임금인상과 구조조정 반대를 위해 투쟁 시위를 예고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조직통폐합과 임원감축, 휴일·연장근로 폐지 등 비용절감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었다. 노사가 한마음으로 고통분담에 나서도 어려운 시기에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기업 생존은 물론 일자리 보전마저 위협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정부의 각종 지침과 정치권의 최저임금 공약과 실업 대책, 그리고 일부 노조의 무리한 임단협 요구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줄이게 하고 있다. 15개월째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 소비도 줄어 수익성이 악화된 지금, 기업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심정으로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노동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이 진통 끝에 각자의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현실은 외면한 채 제각각 부담을 주는 요구들만 내놓고 있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개혁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