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바람직한 경제정책 운용방향과 과제

[경제시론] 2011-01-11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임상혁

정부가 ‘2011년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10.12.14)’를 통해 밝힌 올해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기반을 강화하고 서민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의 국정기조를 구현하고, ‘다함께 잘사는 선진일류경제’의 기틀을 강화한다는 목표도 제시하였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기조 하에 거시경제의 안정과 경제체질 개선(튼튼한 거시경제), 서민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제고(따뜻한 서민경제), 내수기반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충(지속가능한 선진경제), 글로벌 위상 제고와 대외협력 강화(글로벌 일류경제) 등의 4대 정책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경제개혁 지속 필요
올해는 우리나라가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즉, 이제까지의 개발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매우 뜻깊은 한 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와중에 선진경제대국에 합류하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기점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적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수립에 어느 때보다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경제지표는 좋으나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다만 정부의 경제전망이 낙관적이고,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다소 약화되지 않았는가를 우려하며 올해 경제정책 운용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적는다.
무엇보다 대외충격에 대비한 위기관리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미 정부가 인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금융시장 불안 재현 가능성, 정책수단 및 국제공조 제한 등 올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기획재정부, ‘2011년 세계경제 3대 이슈 및 시사점’, 12.24). 무역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수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회복세로 순항하는 데 많은 암초들이 있는 셈이다. 국내 경제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가계부채, 물가불안에다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어느 순간에 금융시장이 요동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수립의 전제가 되는 경제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정부가 잡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 내외인데, 삼성硏(3.8%), LG硏(4.0%), 韓經硏(4.1%) 등 민간경제연구소는 물론이고 한국은행(4.5%), KDI(4.2%) 등 국책기관의 전망치와도 온도 차가 크다.
위기는 경제주체들이 안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다. 따라서 올해 정부는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당분간은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상반기에 재정의 55~60%를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도 추가적인 인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가격 앙등, 물가상승 등 유동성 과다로 인한 부작용이 아직까지는 가시적이지 않고, 부동자금이 산업자금화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경제정책조정회의로 환원하고, 희망근로 등 한시적 재정 일자리사업을 종료하는 등 긴급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운용되었던 정책은 차츰 정상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둘째, 경제개혁은 정책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로 대변되는 親시장, 親기업적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다. 법인세율, 소득세율 인하 등 감세정책, 수도권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 규제개혁, 공공부문 선진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경제개혁정책은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세정책의 경우, 법인세율 인하가 부자감세의 정치논리에 밀려 여러 차례 유보되었고, 이마저도 올해 말 다시 정치이슈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인력, 사업, 재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체질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경제개혁 의지가 크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감세와 규제완화에 대한 굵직한 개혁정책은 없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도 이미 공표된 정책 이외에 새로운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신용위험평가와 구조조정은 그동안 획일적 재무기준을 적용했다는 비판이 있었음에도 지속적인 추진일정을 제시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경제로 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시장원리에 걸맞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도 정권 초기에 공표한 경제개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모든 기업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율 인하는 예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해를 넘긴 지주회사 관련 규제완화 등도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중장기 성장기반을 키우기 위해 기업투자촉진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기업투자 부진,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낙후 등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성장률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난제를 푸는 해법은 R&D, 차세대 성장산업, 인재 등에 대한 기업의 투자확대뿐이다. 정부도 올해 서비스 산업 선진화, 녹색성장 등 신성장동력 확충, 교육 및 직업능력 개발체제 개편 등을 통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예년의 사업들과 차별화될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통해 기업투자를 일으키려면 좀 더 과감한 정부의 금융, 세제상 지원이 필요하다. 공제율을 인상하고 공제대상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 이용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의 절반 이상(56%)이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 세액공제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경련의 지난 12월 조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아울러 지난해 300만 고용창출위원회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여성과 청년의 고용률을 제고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한편, 내수와 수출 간의 균형성장을 이루기 위한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는 제조업과 차별화되어 있는 세제, 규제 등을 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밖에도 한-미 FTA, 한-EU FTA의 조속한 비준과 여타 전략국가와의 FTA 체결 확대, 엄격하게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분위기 조성, 기업의 사회공헌을 비롯한 나눔문화가 확산되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 등이 있어야겠다. 특히 경제발전은 튼튼한 안보기반 위에서 가능하다는 인식 하에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SH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