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대책, 빠를수록 좋다

[경제시론] 2005-08-31 |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 이수희

세계적 현상인 인구고령화는 두 가지 경로로 동시에 진전된다. 개인에게 축복인 평균수명의 연장, 그리고 개인적 선택의 결과인 출산율 하락이 그것이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급격한 사회적 부담 증가를 비롯한 다방면에서의 부작용에 비추어 고령화는 국가나 세계전체의 관점에서 인구재앙으로 불리기도 한다. 더 나아가 고령화의 지속은 궁극적으로 인구감소 위협에 직면하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연합(UN)이 인구고령화 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65세 이상 인구비중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현재 9.1%로 고령화사회(7%이상, Aging Society)에 속한다. 고령화 추세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한국은 2019년과 2026년을 전후하여 고령사회(14%이상, Aged Society)와 초고령사회(20%이상, Super-Aged Society)로 빠르게 이행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0歲인구 감소와 노령인구 증가의 결과는 인구증가 둔화와 평균연령 상승 즉, 인구고령화다. 지난해 인구 천명당 출산아수는 9.8명으로 전년도의 10.2명보다 크게 줄었으며 가임여성기준 출산율도 1.19에서 1.16으로 크게 떨어졌다. 3년 연속 세계 최저수준이다.

지난해 자연인구 증가는 23만명으로 10년 전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평균연령 또는 중위연령은 지난 5년간 33.1세와 31.8세에서 35.5세와 34.8세로 각각 높아졌다. 추세를 따른다면, 10년후 그리고 20년후의 평균연령 또는 중위연령은 40세와 45세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UN의 정의와는 달리 55세전후가 되면 남을 부양하기 보다는 남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형편에 놓이기 쉽다. 이를 고려하여 25세~54세 인구와 55세 이상 인구를 비교하면 지난 1988년에는 4:1이었고 최근에는 3:1이지만 20년 후에는 1:1에 가까워지게 된다. 향후 20년간 부양부담이 3배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로 떨어진 데 이어 2011년부터는 3%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부와 민간부문에서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것도 급속한 인구고령화 진전과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고령화는 저축여력의 축소와 투자감소를 통해 생산성 및 잠재성장력 둔화로 연결되며 사회안전망을 비롯한 복지부담을 충당하기 위한 과세확대는 소비감소를 통해 경기침체와 성장둔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이러한 전망을 정책전반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지난해 정부는 늦어도 2008년부터는 재정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중기재정계획이라고 할 국가재정운용계획 즉, 예산편성의 큰 테두리를 획정했다. 이 내용은 앞서 연구기관들이 전망한 잠재성장률과는 차이가 있는 실질경제성장률 5%선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기간 중 가정하고 있는 성장률의 지속적 실현이 어렵다면 예상을 넘는 재정적자의 확대 또는 조세부담율의 제고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중기적으로 예상되는 국제경쟁은 더욱 치열한 것이다.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들 간의 기술격차도 점차 축소되어 앞으로 5년이면 엇비슷해 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수출한국이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인도에 밀린다면 우리 경제는 기댈 언덕이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다. 임금수준이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에서는 매년 2500만명의 저임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공급되고 있고 인도에선 영어에 능통한 IT인력이 매년 30만명 가량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의 노동력마저 소화하지 못한 채 당장의 높은 실업과 씨름하는 우리경제로서는 고령화문제는 발등의 불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현재 고용율은 63.6%로 OECD 30개회원국중 19위에 불과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근시안적 정책전개와 정책우선순위에 갇혀 있기만 한다면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인구지진의 위력 앞에 선뜻 다가서게 되는 순간을 앞당겨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파산을 막을 수 없고 지금 출산율 제고를 위한 시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는다면 이민정책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그 대비는 빠를수록 좋다. 9월 1일 발족되는 대통령 직속기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그 실무기구로서 현재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구, 아동, 저출산, 고령사회 업무를 총괄 집행하게 될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1) 중위연령 : 메디안(Median) 값. 인구가 4800만이라면 연령순으로 세웠을 때 2400만번째 사람의 연령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