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30대 그룹 투자·고용 환경과 과제

[경제시론] 2013-08-12 | 전경련 경제본부 고용노사팀장 이철행

본회와 산업부가 공동 조사하여 지난 4월 4일 발표한 30대 그룹 투자 및 고용 전망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금년도에 작년보다 7.7% 늘어난 약 148조 8,000억 원을 투자하고, 신규채용은 작년보다 1.5% 증가한 12만 8,000명에 이를 전망이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총투자 중 설비투자는 91조 1,000억 원으로 61.2%, R&D투자는 29조 4,000억 원으로 총투자의 19.8%였다. R&D투자액은 2011년 약 23조 원, 2012년 약 26조 원, 2013년 약 30조 원에 육박하며 최근 3년간 매년 두 자리수 이상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였다. 신규채용 역시 고졸 신규채용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작년에 4만 3,000명의 고졸인력을 신규로 뽑았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9.4% 증가한 4만 7,000명을 뽑을 예정으로 나타났다.

연초 계획대비 6개 그룹 투자, 4개 그룹 채용 미달될 것

그러나 당시 30대 그룹의 투자·고용 계획은 국내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거나 경제 외적인 변수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성된 것이었다. 상반기에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한 2.8%에서 2.6%로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그런데 정부는 한국은행보다 더 낮은 2.3%를 제시하였다. 또한 30대 그룹의 투자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법안들이 ‘경제민주화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본회는 지난 6월에 자산 상위 30대 그룹(2013.4, 공정위 발표 기준)을 대상으로 2013년 투자·고용 추진현황을 조사1)하였다. 그 결과, 올해 초에 계획한 투자집행 전망에 대해 ‘연초 계획 수준’이 23개 그룹(76.7%), ‘연초 계획보다 축소’가 6개 그룹(20.0%)이었고, ‘연초 계획보다 확대’는 1개 그룹(3.3%)에 불과했다. 올해 신규 채용계획 집행 전망에 대해서도 ‘연초 계획 수준’이 23개 그룹(76.7%)이었고, ‘연초 계획보다 축소’가 4개 그룹(13.3%)이었으며, ‘연초 계획보다 확대’하겠다는 그룹은 3개(10.0%)에 불과했다. 한편, 고졸 채용은 ‘연초 계획 수준’이 23개 그룹(76.7%)이었고, ‘연초 계획보다 축소’가 5개 그룹(16.7%), ‘연초 계획보다 확대’는 2개 그룹(6.6%)이었다.

투자가 연초 계획보다 축소되는 6개 그룹은 그 이유로 ‘자금조달 애로(2개 그룹)’,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2개 그룹)’, ‘투자 관련 규제 완화 미흡(1개 그룹)’, ‘내부 사정(1개 그룹)’ 등을 들었다. 또한 경영상 직면한 어려움으로는 ‘채산성 악화(33.3%)’, ‘내수판매 부진(20.0%)’, ‘자금 부족(10.0%)’, ‘생산비용 증가(10.0%)’, ‘수출 애로(6.7%)’ 등을 들었으며, ‘기타’(20.0%) 의견은 전 세계적인 업종 불황, 구조조정, 시장진입 제한 등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 변수는 ‘세계경기 회복 여부(43.8%)’, ‘국내경기 개선 여부(40.6%)’, ‘자금 확보(9.4%)’ 순이었다. 투자에 영향을 주는 비경제 변수로는 ‘경제민주화 입법(36.7%)’, ‘대기업 대상 조사 강화(23.4%)’, ‘반 대기업 정서(10.0%)’, ‘갑을관계 논란(10.0%)’ 등이었고, ‘기타’(13.3%) 의견은 정부 금융지원 여부, 규제완화 여부 등이었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투자에 영향 줄 것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도입이 30대 그룹의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에는 영향이 없으나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다른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 및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답했다. 반면, 남은 10개 그룹은 ‘투자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20개 그룹은 경제민주화 법안 때문에 투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신중한 경제민주화 입법(35.3%)’, ‘내수경기 활성화(32.4%)’, ‘신성장동력 확보(14.7%)’, ‘유연한 고용제도 구축(5.9%) 등이 지적되었다.

한편, 연초 계획보다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4개 그룹은 ‘업황 어려움’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연초 계획보다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3개 그룹은 ‘경기상황에 관계없이 미래의 인재 확보 차원’이라고 응답하였는데, 일부 대기업은 경기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채용을 늘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거나 논의되고 있는 노사 관련 쟁점 법안 중 신규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법안으로는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40.4%)’, ‘정리해고 요건 강화(23.1%)’, ‘비정규직 규제 강화(9.6%)’, ‘파견법 개정(7.7%)’ 등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해석해보면,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30대 그룹 중 일부 그룹이 투자와 고용을 계획대로 집행하지 못할 전망이며, 경제민주화 입법 및 대기업 조사 강화 등과 같은 비경제 변수가 투자와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1.1%로 2011년 1분기 1.3% 이후 9분기 만에 0%대를 벗어나 1%대로 올라섰다.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올라간 것은 민간소비 증가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때문이라고 한다.

하반기에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정부의 추경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30대 그룹이 연초 계획한 대로 투자·고용을 집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는 다양한 처방이 필요하다.

투자는 심리라고 한다. 우선, 기업에 대한 국세청, 공정위의 각종 조사 횟수와 기간을 줄여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와 국회가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민주화 입법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규제 완화의 추진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각종 규제 완화 계획이 조기에 결실을 보도록 정부와 국회가 입법화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hank0327@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8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