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연내 비준 과제

[경제시론] 2008-10-10 | 전경련 산업본부 기반산업팀장 김용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힘든 협상과정을 거쳐 타결된 지 1년이 넘게 지났지만 한미 양국에서는 지금까지 비준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9월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금년 2월 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공청회만 열렸을 뿐 총선 등 정치현안에 밀려 상임위원회의 심의·표결 문턱조차 넘지 못하였다. 결국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다시 비준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11개의 국책연구기관들이 10년간 고용 34만 개 증가, GDP 6% 상승, 후생효과 20조 원, 대미 무역수지 46억 달러 개선, 외국인직접투자 연간 23~32억 달러 유입 등이 기대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실물지표의 개선 외에도 대외신인도 개선, 글로벌스탠더드 제도 구축 등 계량화되지 않은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실제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

지금 우리 경제는 미국발 세계경기 둔화와 금융위기,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한미 FTA 발효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점유율 하락을 반전시키고,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995년 3.3%에서 2007년에는 2.4%까지 하락했다. 한미 FTA 발효가 지연될수록 FTA가 가져다주는 시장선점 효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기국회의 한미 FTA 비준 여건은 국회 구성, 대통령의 의지 등을 고려할 때 17대 국회에 비해 좋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7대 마지막 국회에서 비준동의안 처리에 걸림돌로 작용하였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지난 8월 26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여야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선체제 전환, FTA에 비우호적인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 미-콜롬비아, 미-파나마 FTA 이행법안 미처리 등으로 인준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 및 민주당 내 친무역성향 의원들은 한미 FTA의 중요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이나,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FTA 이슈를 대선 이전에 다루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한미 FTA에 대한 노조의 반대를 의식, 캠페인 기간 동안 한미 FTA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에 부시 대통령 앞의 서한을 통하여 금년에 한미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송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6월 16일에는 미시간주의 한 대학 연설에서 한미 FTA는 현명한 협상결과가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이런 발언은 한미 FTA에 찬성하고 있는 공화당의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한미 FTA를 대선과정에서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즉, 미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한국산 제품의 미국시장 진입을 까다롭게 하는 대신 미국산 공산품의 한국시장 접근을 더 쉽게 하겠다는 의지를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여줘 대선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펠로시 하원의장도 한미간 자동차 교역의 불균형 문제를 계속 거론중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후보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반대했지만 당선 이후 비준을 한 사례를 들어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이런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시 행정부의 한미 FTA 연내 인준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FTA의 연내 인준을 위하여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가장 적절한 시점에 한미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7월 9일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회 통과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임기내 의회 통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월 29일 한미 FTA 미 의회 인준 추진방안 협의를 위한 백악관 주최 간담회에서는 한미 양국 모두에 큰 이익을 주는 한미 FTA의 조기 인준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언급하고, 연내 인준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하였다. 8월 6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11월 대선 이후 레임덕 회기에서 의회 인준을 추진코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先 정기국회 비준 후, 미 레임덕 회기 처리 유도 바람직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우리가 먼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을 하고, 미국이 레임덕 회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미 의회를 설득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미국이 이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었고, 내년에는 신정부 출범으로 비준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미 의회의 재협상 요구 차단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바마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주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경제적으로 이익을 가져온다는 점과 레임덕 회기를 열어 비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실질적 재협상을 바라는 미국 자동차 노조와 자동차 업계, 한미 FTA를 지지하는 미국업계, 한국 내의 여론을 모두 만족시킬 뚜렷한 묘안이 없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 FTA는 미국이 지난 15년 동안 체결한 FTA 중에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미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 의회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미 FTA를 거부하는 것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행정부와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가 대립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 시장인 한국의 시장개방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미 FTA가 무산되면 국제신뢰도에도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미국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해 온 국가이다. 한미 FTA의 타결을 통해 우리의 개방의지를 대외에 천명함으로써 대외신인도 제고에 기여한 바 있다. 한미 FTA는 우리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수출 신장과 고용창출, 경제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yok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10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