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ㆍ단체의 정치후원금 금지에 대한 의견
-
[경제시론]2004-02-11 | 김용옥 김용옥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하였다.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기탁을 금지하고 누구든지 법인ㆍ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이다.
개정안은 기업의 부담경감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현재의 정치자금 수수관행을 고려할 때 과도한 규제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치권의 정치자금 요구시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권의 정치자금 수수관행이 완전히 바뀌지 않을 경우 더 많은 범법자만 양성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도 기업이 한도 규제를 지키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기업의 합법적인 후원금 통로를 완전히 막을 경우 정치 현실과의 괴리로 더욱 음성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 거래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특히 지금은 후원금 한도(2억 5천만원)를 초과하는 기업만 법 위반 대상이 되나 앞으로는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모든 기업이 법 위반 대상이 될 것이다.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을 전면 금지한 제도개선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요청된다.
첫째, 실제 정치자금 수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정치인이 기업에 정치자금 제공을 요구하거나 기업이 정치권에 정치자금 제공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요구와 제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형량을 3～10년 이하(현행 1～3년 이하)로 대폭 강화하고, 정치자금 관련사안에 대한 공소시효를 10년(현행 3년)으로 연장하여, 불법 정치자금 요구와 제공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강요와 협박에 의한 정치자금 요구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
셋째, 불법 정치자금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여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내부고발을 적극 유도하여야 한다. 정치자금을 모금한 정치인 또는 정당의 불법 정치자금은 상당히 규모가 클 것이기 때문에 파격적 수준(예 : 밝혀진 불법 정치자금액의 30%)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면 내부고발자에 대한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