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 실효성이 의심된다

[경제시론] 2010-12-08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임상혁

정부는 ‘2010년 세제개편안(8.24)’을 통해 올해 말로 일몰 도래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에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의 기업이 사업용 자산에 투자를 하고 기존 종업원 수보다 고용을 늘리면, 투자한 금액의 7% 한도 내에서 고용 1명을 추가할 때마다 법인세나 사업소득세를 1,000만 원(만 15~29세 청년층의 경우에는 1,500만 원)씩 깎아주는 제도다. 이제 물적 자본 중심의 투자지원제도에서 인적 자본 중심의 세제지원제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행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는 잇따라 동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보고서를 냈고, 국회의원들도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세금을 감면해 주는 데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면 기업의 생리를 잘못 이해하고 제도를 설계했거나,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왜 기업들은 세금을 깎아주는 데도 고용을 늘리지 않을까?
가장 큰 오류는 고용시장의 경직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 기업은 근로계약기간 1년 이상인 내국인 근로자를 채용해야 하며, 2년 이내에 고용인원이 줄어들면 공제받은 세액을 다시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사람을 한 번 채용하면 아무리 기업이 어려워도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한 해에 1,000만 원의 세금혜택을 받자고 1년 이상 직원을 고용할 기업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고용에 따른 이익과 비용을 비교해 이익이 클 경우에만 추가고용을 결정하게 되는데, 신규고용 시 1인당 1,000만 원의 세액공제보다 더 큰 액수의 노동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 제도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투자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동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이 제도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투자와 고용을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는 투자조건과 고용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아무리 많은 고용을 하더라도 투자가 없다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이미 투자를 일단락지은 기업이나 자금여력이 없어 투자를 할 수 없는 기업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고용을 증대시킬 유인이 전혀 없다. 예컨대 청년 한 명을 고용해 최대한도인 1,5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약 2억 1,000만 원의 설비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투자와 연관이 없는 ‘중소기업 고용증대세액공제제도’를 통해 고용증가 1인당 300만 원의 세제혜택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아울러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에게도 동 제도를 활용할 유인이 없다. 예를 들어, 적자 기업과 같이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이나 최저한세율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이 제도를 활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로는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로 인해 다소간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해도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청년층이 선호하지 않는 단순 노무직 등 3D 업종의 고용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높은 청년실업률(’09년 9.8%)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여전히 25.2만 명의 인력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같은 임금보조방식의 일자리 창출정책은 단기적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지 몰라도, 가계소득과 소비 증가, 생산과 노동수요가 증가하는 경제선순환구조 형성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임금보조정책이 종료하면 고용이 이전 수준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바꿔 말하면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질이 낮은 일자리를 만들어 임금보조정책의 혜택을 받고, 정책이 종료되면 고용을 이전 수준으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업투자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투세 유지가 필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는 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대체해서 신설된다는 것이다. 임투세 대신에 이 제도를 신설하면 결국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에 대한 지원을 노동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즉, 투자대비 고용효과가 적은 반도체, LCD 등 첨단업종에 대한 투자와 자동화, 정보화, 합리화 등과 같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투자가 줄어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제도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도화된 대규모 장비산업의 투자위축은 관련 중소업체의 투자축소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국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하는 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해 고용을 늘려보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제라는 인센티브로 인위적으로 만든 일자리는 질적·양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가장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생산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면서 만들어내는 일자리다. 따라서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굳이 고용에 대한 세제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 임투세와 병행하여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운용해 볼 수도 있다. 기업 현장은 물론이고 정치권, 학계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의 신설에 집착하는 정부를 보면 제도의 목적이 고용보다는 세수확보에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든다.
기업투자를 늘려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이를 폐지하고 실효성이 의심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할 것인가 하는 판단은 이제 국회에 몫이 되었다. 국회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SH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