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직접고용의 영향 분석

[경제시론] 2011-06-09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변양규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비록 개별 근로자의 특정 경우에 한해 직영근로자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지만 노동단체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여 사내하도급 전체 근로자의 직접고용 및 직영근로자와 동일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2년을 경과하여 사내하도급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향후 판결의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수 직영근로자로 직접 고용되어 보다 높은 고용안정성 및 높은 임금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고용된 지 2년 미만인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향후 근속기간이 2년을 경과하면서 모두 직영근로자로 직접 고용되어 동일한 혜택을 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어 노동비용이 급증하게 된다면 이는 단순히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의 고용조정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하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이 강제될 경우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적이게 되어 추가적인 고용위축과 기업의 경쟁력 하락도 우려된다. 따라서 노동비용, 노동시장 경직성,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사내하도급 직접고용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시장에 대한 이론적 분석에 의하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이 강제되고 직영생산직과 동일한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면 노동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사내하도급 고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직영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사내하도급 고용감소 대신 직영생산직 고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없으며, 오히려 전반적인 노동비용의 상승을 통해 직영생산직 고용마저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실증분석에 의하면,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 직영생산직과 동일한 처우를 제공하도록 강제할 경우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장기적으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이 하락하고 궁극적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소득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직접고용 및 동일처우 제공이 강제된다면 오히려 보호하고자 했던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과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게 될까?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 직영생산직과 동일한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면 우선 현금급여, 성과급, 일시금 등 직접노동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법정퇴직금, 4대 국민보험, 법정외복리비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 고용 및 동일처우 제공이 의무화될 경우 현대자동차에는 매년 약 1,573억 원의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34.9세인 점을 감안하면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직영생산직과 동일한 처우를 제공하면서 동일한 정년을 보장해야 할 경우 총 3조 9,4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체노동비용조사 보고서> 및 고용노동부의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하도급 활용 현황> 등을 분석해 보면 자동차산업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 고용으로 인해 매년 약 4,033억 원의 추가적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300인 이상 전 사업장의 경우에는 매년 약 5조 4,169억 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이 약 386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약 11만 6,000명 이상의 상용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2001~2010년 평균 취업자 증가 26만 7,000명의 43.7%에 해당하는 규모이니 실로 우리 경제는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비용을 매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노동비용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증가하여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조정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기업은 가급적 노동력 사용을 자제하게 되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신규인력의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의 연장근무 등을 통해 생산량을 증대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 직영생산직과 동일한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면 노동시장의 경직성 증가로 인해서도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증가하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킬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단기간에 공장을 증설하거나 축소시킬 수 없는 특성을 가진 자동차산업과 같은 내구재산업은 고용조정을 통한 생산량 조절로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주요 요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고용조정이나 전환배치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으로 인해 기업의 인력사용이 더욱 경직화되면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인력의 유연한 활용이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폭스바겐이나 미국의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외국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고용유연화 및 임금유연화를 추구해 온 것이다.

법률에 의해 특정 형태의 고용계약이 지나친 규제를 받게 되면, 이를 피하기 위해 기업과 근로자는 자연스럽게 다른 형태의 고용계약을 추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내하도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자유로운 사용이 어려워지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 효율적 인력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사용자의 필요와 새로운 일자리와 고용가능성을 추구하는 근로자의 요구에 의해 활성화된 계약형태이다.

그러나 대법원 및 고등법원은 시장의 흐름을 거슬러 단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복지 강화만 염두에 두고 인위적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영근로자로 직접고용하고 동일처우를 강제하려고 한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기업은 사내하도급을 경원하게 되고 사내하도급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별다른 유인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근로소득이 줄어들고 산업 전반의 일자리까지 크게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보호라는 근본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채, 사내하도급 계약을 통한 취업을 유지하거나 추구하려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및 취업예비군에게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형태의 고용 및 역무제공계약을 허용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노동시장정책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정책이 지나치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명분에 집착하여 기업들을 규제하기보다는 사내하도급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역무제공계약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신규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기업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하여 보다 많은 정규직 취업기회가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파견근로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굳이 사내하도급을 사용하지 않고도 필요한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econbyun@keri.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6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