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과 개선과제

[경제시론] 2009-04-14 | 전경련 산업본부 경쟁력강화팀장 박규원

세계는 지금 생존경쟁중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동반침체로 무역량이 감소하고, 경제성장 전망도 수시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3%에서 -2%로 낮춰 잡았다. 실제 본회 조사에 따르면 올 1/4분기 산업별 생산은 거의 대부분 업종에서 10%에서 20%대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고, 2/4분기도 같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거의 전 업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그동안 생산설비 확장에 열을 올렸던 중국과 주요 경쟁국, 우리의 각 산업에서 생존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기업구조조정과 원활한 자금유통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산업별 개편이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건설과 조선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 걸쳐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별하여 7개사가 퇴출되고 29개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토해양부는 등록기준에 미달한 건설업체 2,000여 곳을 적발하였고, 업체의 소명절차를 거쳐 퇴출시킬 계획이다. 해운업계도 최근 해상운임 단기 급락으로 운항중단, 지급 불이행 등 업계전반에 걸쳐 상황이 악화되면서 채권은행들이 177개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점차 반도체, 자동차 등 여타 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채무계열 대기업이 작년 결산 재무제표를 확정함에 따라, 금융기관은 본격적인 평가에 들어갔다. 늦어도 5월부터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이른바 흑자도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정리해야 하나, 잘못 판정되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자금지원 지연 때문에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어 부도를 맞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기금 60조 원 이상 조성, 금융권 부실채권 조기 해소

현재 기업구조조정은 정부주도가 아닌 채권금융기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 의결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은 기업부실이 발생하면 그만큼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은행의 건전성 악화, 대출 축소로 이어져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움직일 인센티브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은행이 부실채권을 조기 해소하고 구조조정에 스피드를 올릴 수 있도록 자본확충펀드 조성 등을 포함한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과 전략’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의 대규모 정리방식을 최대한 지양하고 시장자율·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정책방향을 정하고 있다. 또한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세제지원과 규제완화도 병행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권에서 기업의 부실자산 매각이 제때 이루어지도록 구조조정 관련 기금을 60조 원 이상 조성할 계획이다.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20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희망은행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하여 은행의 건전성 제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또한 40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만들어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금융사가 출자전환한 기업지분,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 등을 매입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구조조정기금은 관련된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과 채무보증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의 기금보증채권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은행자본확충 펀드에 이어 구조조정기금이 조성·운영되면, 금융권의 부실이 상당부분 해소되어 보다 적극적으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 장기화와 기업부실이 예상보다 더 큰 규모로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금융안정기금에 대한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안정기금은 11년 만에 부활하는 공적자금의 성격이며 금융기관의 부실, 정상 여부에 관계없이 지원이 가능하고, 은행 이외에 여신전문금융회사와 금융지주회사 등 전 금융권이 대상이 된다. 정부는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충분히 담보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며, 구조조정기금에 이은 이중 안정장치라는 설명이다. 기금규모는 추후 은행의 부실화 정도를 파악한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계획대로 자본확충펀드, 구조조정기금 조성에 금융안정기금까지 금융권에 수혈된다면 채권금융기관은 부실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겨진 과제

구조조정은 결국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정리하고, 생존 가능한 기업은 스스로 군살을 제거하고 필요한 사업부문은 키워야 할 때다. 정부는 기업의 자유로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기업의 퇴출, 기업 및 사업부문의 인수와 합병 제도를 개선하고, 세제지원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선, 퇴출제도에서는 정부에서 검토중인 자동중지제도(Automatic Stay),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 등을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규제, 자회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 금지 등은 지주회사가 필요에 의해 자회사, 사업부문 등을 쉽게 구조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약하고 있다. 세제지원도 보다 폭넓게 고려되어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 자산 매각시 양도차익의 법인세 분할 과세, 금융기관 채권포기 손실의 손금산입 등 세제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여기에 자회사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과점주주에 대한 취득세 폐지, 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 구상채권의 손비 인정범위 확대,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을 확대하여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설 인센티브를 높여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사실상 비정규직퇴출법으로 작용하는 비정규직보호법은 한시라도 빨리 손질할 필요가 있다. 산업별로 여러 개의 법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산업의 발목을 잡는 법령들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규제를 완화해 실질적으로 일선 공무원의 재량권이 많이 작용하는 조례, 규칙 등도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생존게임이 진행되는 지금,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먼저 혁파함으로써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위기시에는 60%의 선도기업들만이 승자로 남는다고 한다. 이는 예전에 선도기업이 아니었던 40%의 기업이 선도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기회도 많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극복의 경험을 살려 정부와 기업이 노력한다면 추락하는 경제의 방향을 돌리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arkkw@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4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