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으로서 아프리카의 재인식

[경제시론] 2003-12-15 | 조현만 조현만

“새로운 경제성장 패턴으로 안정적 성장지속”

지구면적의 1/5, 53개 독립국, 8억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낙후와 정치적 격변, 전쟁과 기아, 부패와 독재, AIDS 등 질병으로 ‘위기의 대륙’(continent in crisis) 으로 불리던 아프리카대륙에 최근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기회의 시장(new market in opportunity)으로 변모하다. 성공적인 민주화 진전, 경제개발, 시장개방경제로의 전환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의 아프리카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94년의 남아공 흑인 다수정권 출범, ’98년의 나이지리아 민선정부 등장으로 시작된 민주화는 최근 세네갈, 가나, 코트디브와르, 탄자니아, 시에라리온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02년 4.2% 성장으로 2000년 이후 선진국, 중남미 지역 등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 경제가 이제 안정적이고 건실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및 여타 지역의 경제 성장 추이(실질 GDP 기준)

(단위 : %)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세계전체	4.0	4.2	2.8	3.6	4.7	2.2	2.8
선진국	3.0	3.4	2.7	3.4	3.8	0.8	1.7
개발도상국전체	6.5	5.9	3.5	4.0	5.7	3.9	5.2
아프리카	5.6	3.1	3.4	2.8	3.0	3.5	4.2
아시아	8.3	6.6	4.0	6.1	6.7	5.6	6.3
중동및터키	4.7	6.2	3.6	1.2	6.1	1.5	4.7
중남미	3.6	5.2	2.3	0.2	4.0	0.6	3.0

(출처 : IMF World Economic Outlook(2002))

물론 연평균 2.4%의 높은 인구증가율, 절대다수의 빈곤계층, 1차 산품(석유, 코코아, 커피, 면화)위주의 구조적 한계는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로 보이나, 분명한 사실은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젊은 유능한 경제 관료들의 유입과 이들의 야심찬 경제개발 패턴(경제자유화, 민영화,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으로 경제적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최근 아프리카의 경제적 성공들이 국제교역조건의 일시적 변화에 기인하기 보다는 이제 아프리카 경제도 세계경제 흐름에 동참하면서 안전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의 새로운 교역과 투자 파트너로 부각”

실제로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우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종래의 식량 등 단순 원조 제공에서 지속 경제성장의 근간이 되는 사회 간접자본 개발, 교육, 보건 등 인적자원 개발, 선정(good governance)을 위한 제도 마련에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를 새로운 투자 및 교역 파트너로 키우자는 선진국들의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 10월 ‘아프리카 성장기회법(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을 발효 시킨바 있으며 매년 아프리카 경제각료들과 ‘미-아프리카 무역경제협력포럼’(US-Sub-Saharan Africa Trade and Economic Cooperation Forum)을 개최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교역 및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아프리카 주요국과 이미 특혜무역협정을 채결한 유럽과 일본도 개별 기업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재계차원에서 시장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아프리카 시장 선점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중동사태 장기화로 주요 선진국 기업들이 석유자원의 장기적인 안정적 확보를 위해 앙골라,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자원부국의 자원개발 사업과 민영화 및 사회 간접자본 개발과 관련한 대형 국책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아프리카 시장 접근 노력이 필요”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경제교류는 아직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200년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교역 및 해외투자에 대한 아프리카 비중은 각각 1%, 1.5%에 그치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 시장의 지리적 이유와 규모의 협소성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몇몇 국내 대기업들이 아프리카 지점 및 영업망을 축소하거나 철수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아프리카 시장 선점 노력이 크게 위축되었다.

우리나라 무역에서 아프리카의 비중

(단위 : %)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수출	2.43	1.6	2.1	1.3	2.0	1.6
수입	1.14	2.1	2.5	1.7	1.2	1.1

(출처 : 국세청)

우리 기업들은 아프리카 시장을 세 가지 측면에서 다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새로운 소비재 수출시장으로서의 아프리카이다. 경제성장이 현지의 구매력 향상과 소비재 시장규모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및 중남미 시장에 비해 경쟁이 그리 심하지 않고 우리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점에서 시장선점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최근 엘지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주요 시장에서 단기간내에 괄목할만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둘째, 자원개발 분야 투자 기회 포착 차원에서의 아프리카 시장이다. 최근 앙골라,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중부아프리카 국가들이 석유자원개발에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건설, 해양구조물, 시추분야 투자가 유망한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셋째, 우리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 노력과 우리 정부의 대아프리카 자금지원의 연계성 확보이다. 예를 들어 현재 1억 4천만불에 그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아프리카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의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국가 신용도를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국별, 프로젝트별 사업성에 근거한 신용도 평가 및 자금규모 산정이 필요하다. 지금 아프리카는 분명 변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회를 우리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기업들 뿐 만 아니라 중국 기업까지도 시장선점 및 투자기회 포착에 나서고 있다. 이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우리 기업들의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법에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