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 완화를 둘러싼 쟁점과 대안

[경제시론] 2008-11-12 | 전경련 경제본부 규제개혁팀장 양금승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각국 정부마다 초강수의 금융위기 조치를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당초 세웠던 투자계획이 자칫 유보되거나, 국민들이 지갑을 닫아 내수부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규제 완화 통해 경제위기 극복 계기 마련해야

이 같은 경제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보다도 각종 규제로 인해 막힌 우리 기업들의 투자물꼬를 터주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비용이 가장 적게 들고 투자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수도권규제의 완화이다. 전경련이 금년 8월, 수도권 소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2조 4,142억 원(26개사)의 공장 신·증설을 위한 투자가 수도권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10월 30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하여 수도권규제를 풀어 수도권에서의 설비투자 증가와 성장잠재력 향상으로 국가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내 규모 및 업종 제한 없이 공장 신·증설 및 이전을 허용하였다. 또한 성장관리권역 중 산업단지 밖의 지역에서 모든 첨단업종의 기존 공장 증설범위 확대, 과밀억제권역 중 산업단지외 지역내 공장 증설범위 확대, 환경보전을 전제로 자연보전권역의 규제방식 변경 등 획기적인 수도권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수도권규제 완화를 놓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자치단체 간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들은 수도권규제 완화 반대를 위해 집단적인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에 실시된 국정감사에서도 수도권규제 완화를 둘러싼 대립이 첨예하게 전개되어 경제적인 사안이 정치적인 이슈로 비화되는 양상까지 보였다.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도권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현행 수도권규제를 유지해야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어 지방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고, 수도권규제를 완화할 경우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기업과 인구를 흡수하여 국토균형발전에 저해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수도권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지방의 주장은 글로벌 경영여건과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시대착오적인 낡은 논리이다.
첫째, 현행 수도권규제를 유지해야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어 지방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은 국가간 장벽이 사라진 글로벌 경제체제 아래서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기업들은 세계 어디든 기업환경이 좋은 곳에 투자를 하게 된다. 우리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편 가르는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를 갖고 수도권규제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 우리 기업들을 나라 밖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방화된 경제환경에서 수도권에 투자를 못하는 기업들은 지방으로 기업을 이전하기보다는 중국이나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경기도에서 해외로 나간 업체는 6,128개지만 지방으로 이전한 업체는 324개에 불과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대도시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국내지역간 균형발전보다 세계 주요 거대도시와의 경쟁을 중요시하여 1982년 런던권 규제를 폐지한 데 이어 2004년 런던플랜을 수립하여 런던의 경제성장과 세계도시로서의 부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130여 개 기업이 런던에 본사를 두는 등 외자유치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도 1960년대 과밀억제를 위해 수도권규제를 도입하였으나, 경기부양과 유럽 대도시간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이후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
이와 같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수도권규제가 더 이상 국가의제가 되지 못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찌감치 관련규제를 폐지한 사례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수도권에서의 투자가 막히게 되면 글로벌 첨단기업이 상하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 동북아의 또 다른 허브 도시에서 대안을 찾게 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큰 손해임이 자명하다.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외투기업 역시 수도권에 추가 증설하기가 어려워 점차 아시아 지역 생산교두보를 한국에서 중국 등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독일계 외자기업인 이천의 K사의 경우 최근 수도권규제로 공장증설이 이루어지지 않아 본사는 2004~2005년도에 신제품 개발라인을 중국사업장에 도입하는 등 아시아 거점으로 중국투자에 주력하는 투자결정을 하였다.
둘째, 수도권규제를 완화할 경우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기업과 인구를 흡수하여 국토균형발전에 저해된다는 주장도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논리이다. 수도권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지방에 있는 기존 공장을 철수하여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이 수도권의 기존 공장증설에 따른 시너지 효과나 비용측면 등을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의 입지적 특수성이 사업영위에 필수적인 기업 외에는 수도권에 소재한 모든 기업들이 높은 땅값과 인건비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재 입지를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공장설립시 높은 땅값 때문에 고부가가치 첨단업종 이외의 공장신설도 만만치 않다. 2007년 전경련이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가장 중요한 공장설립 애로사항에 대해 설문한 결과, ‘복잡한 인·허가절차 및 규제(31.5%)’에 이어 ‘비싼 산업용지 공급가격(22.7%)’이라고 응답하여 땅값이 중요한 투자결정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전국에 다수의 사업장을 두고 있으며, 각 사업장별로 지역특성 등을 반영하여 생산품목을 차별화하는 경우가 많아 수도권과 지방의 사업장간 투자의 대체성이 높지 않으므로 수도권규제를 풀어도 투자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오히려 자본의 흐름이 자유로운 개방경제 하에서는 수도권이 성장해야 지방도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도권의 발목 잡아왔던 지역균형발전 논리, 이제는 바꿔야

수도권규제 완화는 수도권과 지방,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수도권의 소비, 투자, 수출 덕분에 지방은 총 산출액의 19.9%를 생산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수도권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수도권규제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혁파해 나가야 한다.
또한 투자환경만 좋다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국내외 자본들은 투자하게 되기 마련이다. 지난 40여 년간 수도권의 발목을 잡아왔던 지역균형발전 논리는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을 억눌러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지역별로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를 발굴해 자생력을 키워주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의 인프라망 등 산업기반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지자체장에게 투자유치권한을 확대하여 전국 어디에서나 기업이 공장을 보다 쉽게 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도권규제 완화와 함께 지방과 수도권의 대립구도 해소와 상생방안의 모색도 매우 중요하다.

(yks@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