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탄소규제 재검토하자

[경제시론] 2014-07-14 |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장 김태윤

최근 본회를 비롯한 경제단체와 업종별 단체들은 정부에 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협력금제 등 과도한 탄소규제 도입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였다.

누구를 위한 탄소규제인가?

환경부와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피해액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글로벌 녹색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며, 과거 법률 제정 시에 산업계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기 때문에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정부가 기업 환경을 반영하지 않고 과도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피해액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는 원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또한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에 녹색성장이라는 기치하에서 제도 도입을 전 제로 추진하다 보니 국가 차원의 편익, 제도 도입 시 실효성, 글로벌 동향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없이 너무 빨리 입법화된 것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시행 여부 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 이렇게 시행해도 되는가?

배출권거래제란 기업에 일정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한 후에, 부족분과 잉여분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제도이다. EU와 뉴질랜드 등에서만 일부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 환경부는 업종별 배출 허용량을 발표하였는데, 산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감축부담으로 산업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석유화학 등 17개 주요 업종의 감축 잠재여력을 감안한 업계 산출치와 정부 할당량 간의 괴리는 2억 7,000만 톤CO2에 달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잉여 배출권 부족으로 판매자가 없어 과징금 상한선인 10만 원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3년간(2015∼2017) 과징금으로 내야 할 비용이 27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직접배출 외에 EU에서도 규제하지 않는 전기와 스팀 등의 간접배출을 할당대상에 포함시켜 부담은 더욱 커진다. 산업계는 직·간접 배출에 대한 부담과 최대 13조 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분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경우의 전기요금 인상부담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배출권거래제는 물가상승, 매출저하, 일자리 감소 등의 악순환을 발생시켜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배출권거래제는 대다수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이 시행하지 않아 정책 실효성도 의문인 제도이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에서 시행 하지 않는 제도를 배출 비중이 1.8%에 불과한 우리가 먼저 시행한다고 하여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옆에서 공기정화기 하나를 아무리 가동시켜도 대기오염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우리가 아무리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실제 얻어지는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제적 신뢰관계 유지, 관계법령 완비 등을 이유로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강행하고 있지만,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6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최근의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상을 고려한다면 굳이 우리만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 정말 배출권거래제가 효율적이고 우리 산업구조 개선에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2020년 전 세계가 참여하는 新기 후체제가 확정될 때까지만이라도 도입을 미루고 국제적인 동향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 배려 없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또한 환경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친환경차 개발을 유도한다는 목표로 CO2 배출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을 걷고, 배출량이 작은 차량에 보조금을 주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2015년부터 시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반시장적이며 탄소 중복규제로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제의 주축인 자동차산업의 성 장을 위협하고 있어 시행해서는 안 된다.

첫째, 우리나라 자동차에는 제작·판매 시에 평균 연비 또는 평균 CO2 규제1)가 있고, 소유·운행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세와 가솔린, 경유 등 연료에 유류세2)가 붙는다. 평균 연비 또는 CO2 규제와 자동차 세제는 미국, EU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나,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개별차량별로 부담금을 정해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새로운 형태의 규제로 자동차산업에 비정상적인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큰 제도이다.

둘째, 저탄소협력금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 프랑스 통계기관인 크레스트(CREST)의 분석보고서에 따르 면 세컨드카 수요, 제도시행 전 부담금 부과대상 차량 급증 등의 영향으로 동 제도가 온실가스 저감효과는 없다고 발표하였다.

셋째, 저탄소협력금제도는 CO2 배출량이 적은 디젤차에 유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경유차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미세먼지와 NOx 등의 대기 오염물질을 많이 발생시켜서 새로운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는 기존의 환경부의 디젤차 억제정책과도 배치된다. 이외에도 생계를 위해 카니발 등을 구입해야 하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내는 부담금이 결과적으로 고가의 수입 디젤차를 구매하는 일부 부유층의 보조금으로 지원되어 소비자 간 형평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중소 부품 협력업체의 생산물량 감소, 조업단축, 매출손실, 가동률 저하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산업계도 동의하고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만 걱정하고 준비하여 빨리 실행한다고 달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탄소규제는 제도 도입에 앞서 그 실효성을 명확히 분석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설계하여 전 세계가 함께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우리나라도 경제적·사회적·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1) 연비 기준인 17km/ℓ, CO2 기준인 140g/km 둘 중에 하나를 따르면 됨(2015년 기준)
2)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따라 cc당 80∼200원 과세, 유류세는 휘발유 529원/ℓ, 경유 375원/ℓ

(kty@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