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투자 동향과 투자촉진 과제

[경제시론] 2009-07-07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임상혁

이런 저런 위기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경제를 보는 외신 들의 시각은 칭찬 일색으로 돌아섰다. 금융지표들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경제전망 시나리오들이 다양하지만 요즘은 낙관론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경제의 윗목에는 아직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러나 경제의 윗목에는 아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여전히 두 자릿수 감소세다. 사상 최대 무역흑자는 수출이 증 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 나타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투자 도 마찬가지다. 5월까지 투자추계는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투자선행지표 는 감소폭이 더 크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사결과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올 상반기 30대 그룹 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15.7% 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작년에 대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했다. 지난해 30대 그룹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19.6%나 늘었다. 규제완화, 감세 등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다. 여기에 기업의 전략적인 선제투자 노력도 투자증가율을 예년보다 높게 끌어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에 밀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는 이런 분위기를 일순간에 돌려놓았다. 경기침체로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되었다. ‘돈脈硬化’현상은 투자자금을 운영자금으 로 끌어다 쓰게 만들었다. 게다가 고환율은 외산 설비 가격을 끌어올려 가뜩이나 어려 운 기업투자를 내리 눌렀다.
다행히 하반기는 다소 나아질 전망이다. 30대 그룹의 투자 감소폭(－6.1%)이 상반기 (－15.7%)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연간으로는 10.7% 감소 하게 된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조차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그런대 로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0대 그룹 투자계획(72.7조 원)도 지난해보다는 줄 었지만, 2007년(68.0조 원)에 비하면 6.9% 늘어난 수치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지 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자칫하면 그나마 미약한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질지도 모른다. 허리띠를 더 동여매고, 신발 끈을 고쳐매야 한다. 우선 기업투자를 늘려야 한다.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생긴다. 투자는 재정·금융정책과 달리 부작용 없이 경제위 기를 넘기는 묘약이다. 물론 이것은 기업의 몫이다. 그러나 불황기에 공격적으로 투자 하는 것은 위험을 동반한다.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를 기대 할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 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몇 가지 정책제언

금융위기를 겪으며 시장에서 정부정책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나름대로 효 과가 적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올 하반기는 지난 몇 달에 견주지 못할 만큼 중요한 시기 다. 이에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몇 가지 정 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확장적 경제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긴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아직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요소요소에 잠복 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가 본격적으 로 회복될 때까지 확장적 정책기조를 견지 하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 가 있다.
둘째,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해 줘 야 한다. 돈이 제대로 돌아야 투자를 할 수 있다. 신용경색이 많이 해소되었으나, 대기 업과 중소기업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기업 들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이들에 대한 대 출, 수출입금융 등에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 요하다. 아울러 부동자금을 실물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에 설 비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매 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럴 때일수록 R&D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R&D가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R&D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올해 30대 그룹 의 R&D 투자는 16조 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7%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R&D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 다. R&D 투자 세액공제율을 보다 높여야 한다. 세액공제 대상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R&D 투자는 장기간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세액공제 일몰 제도 폐지해야 한다.
넷째, 녹색성장에 대한 지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많은 신경을 쓰 고 있으나 아직 틀이 갖추어지지 않은 분야라 지원제도가 다소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예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늘고 있으나, 발전차액지원 기 준가격은 시장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가격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녹색기술과 관련된 국산제품의 운용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술개발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은 여러 면 에서 제조업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R&D 지원, 토지 보유 세, 전기·가스 요금 등이 그렇다. 예를 들어 공장은 산업용 전기를 쓰지만 할 인점은 비싼 일반용 전기를 써야 한다. 제조업에 비해 불리하게 되어 있는 제도를 개선해 서비스분야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개방형 의료 법인도 세울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의료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우수인력 과 장비에 대한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
투자에도 블루오션을 찾을 필요가 있다. 스포츠산업이 그것이다. WBC 준 우승,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 다. 그런데 민간이 경기장에 투자를 하는 데도 제약이 있어 스포츠산업의 발 전이 더딘 실정이다. 지금은 경기장 주변에 한정된 시설만 설치할 수 있다. 문화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게 한다면 민간투자는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가 민간에 경기장을 장기 임대나 위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규제들이 풀리면 지자체와 프로야구 구단들은 3~4조 원을 투자할 의향 이 있다고 한다.
경제가 아직 어렵다. 기업들은 계획한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하도록 최대 한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를 원활히 집행할 수 있도록 경영환경 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 기업과 노조, 정부와 국회, 국민 모두가 합심 단 합하여 사회가 안정되면,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보다 빨리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SH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