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업 진출, 균형적 시각이 필요

[경제시론] 2004-11-03 | 국제경제팀 박대식: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업 진출, 균형적 시각이 필요

외환위기이후 외국계 자본에 대한 규제완화와 활발한 외자유치 정책 등으로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업 진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3년말 현재 국내 일반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45.4%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시중은행중 신한, 한미, 외환 등 일부 은행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증시 점유율도 거래대금 기준으로 외국계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6월말 현재 28.4%에 달하고 있다.

당초 외국계 자본의 국내 진출을 대폭 허용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 부족한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도 있었지만 선진 금융기법을 가진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진출을 허용하여 금융기관간 경쟁을 촉진시키고 금융기관의 효율성 증진 및 소비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국계 은행들이 보여준 경영실태는 우리의 기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평가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수익성 측면에서 외국계 은행은 여타 일반은행과 비교하여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외국계 은행의 경우 평균은행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자산건전성에 있어서도 외환위기이후 은행의 위험회피 성향으로 크게 개선된 것이 사실이나 외국계 은행의 경우 부실은행인수 당시 부여된 Put-back option을 행사할 수 있었던데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외국계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대출보다는 소위 소매금융이라고 하는 가계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유가증권 등 리스크가 거의 없는 유가증권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으로 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외국계 은행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경영행태는 탁월한 금융기법이나 리스크 관리로 은행산업의 발전을 선도 했다기 보다는 IMF위기라는 한계상황에서 부여된 특혜를 바탕으로 수익성위주의 안정경영으로 일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은행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은행기관에는 일반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 인식이다. 따라서 은행산업의 경우 효율적인 경영과 동시에 전체 경제시스템에서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인 자금중개, 지급결제, 기업구조조정 등을 원활히 수행하여 국민 경제의 후생을 증진한다는 공공성이 부여된다.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출 역시 이러한 정책목적의 틀 안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출을 활성화시키되 자본의 선별, 감독 강화 등으로 실익을 추구하고, 국내자본 육성으로 외국계와 국내계 은행이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적인 발전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한 연구기관의 지적은 우리 정책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현재와 같은 국제화 시대에 개방이 경쟁의 촉진과 국민경제의 후생 증진에 끼치는 긍정적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개방 자체가 절대 선은 아니다. 개방이 가져오는 혜택과 긍정적 효과만큼이나 손실과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이제 집단이기주의적인 폐쇄적 사고도 경계해야 하지만 대외 개방에 따른 폐해와 부작용에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균형적 접점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