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시장경제 "통합과 역동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제시론] 2007-12-04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윤창현

미국의 정치학자 레이 클라인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한 국가의 힘의 원천을 나타내는 공식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가 제시한 공식은 'P=(C+E+M)×(S+W)'으로 표시된다. 여기서 P는 국력, C는 영토 넓이와 인구 숫자 같은 국가의 물리적 규모를 나타내고, E는 경제력, M은 군사력이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S는 국가전략, W는 이를 따르는 국민의 의지를 나타낸다. 이를 합쳐보면 (C+E+M)은 유형의 국력을 나타내고 (S+W)는 무형의 국력을 나타낸다. 결국 유형과 무형의 국력을 곱한 것이 총체적 국력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자. 세계 109위 수준의 좁은 국토와 세계 25위의 인구를 보면 국가의 물리적 규모변수는 매우 작은 편이다. C는 매우 작은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는 우리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우리의 경제력(E)은 지금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은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1960년 1인당 소득 79달러로서 세계 100위권 안에도 못 들던 국가가 2006년 기준으로 1인당 소득 1만 8,000여 달러에 국내총생산 규모 9,000여억 달러로서 세계 13위권을 기록한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을 이루어낸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 정권의 등장과 노동운동 탄압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상당 부분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어낸 후 이제 중진을 넘어 선진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력(E)과 함께 국방력(M)도 증대되었고, 이 과정에서 국가의 전략과 국민의 의지를 결합하여 선진경제로 진입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동안을 보면 국가의 전략과 국민들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결과 국력이 증가한 것이다.

경제선진화 위해 국민소득 증가 우선되어야

우리 경제는 지금 세계시장 내에서 대략 중진국 상위국가(Advanced Emerging Economy)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점으로 따지면 B+라고나 할까. 1인당 소득 세계 순위는 2004년 기준으로 34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략 1인당 소득 3만 달러 정도면 20위권 정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06년도 국내총소득 규모를 보면 미국, 일본, 독일, 중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나라를 보면 G7의 7개국과 스페인, 그리고 소위 브릭스(BRICs) 국가라고 분류되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4개국 이렇게 12개 국가가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나라이다.
경제 선진화를 위해서는 국민소득의 증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가 약 4,800만 명 정도이므로 1인당 3만 달러 달성시 국민총생산이 약 1.5조 달러로서 2004년을 기준으로 하면 세계 8위권에 드는 소득규모이므로 선진국 수준에 든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경제의 선진화를 달성함에 있어서는 1인당 3만 달러 정도의 소득을 달성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며, 이는 1인당 소득 1만 8,000달러를 달성한 우리 경제가 지금의 두 배 가량으로 그 규모가 커져야 함을 의미한다. 1인당 소득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총규모가 9,000여억 달러에 이른 우리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두 배를 달성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며,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일반 국민들 모두 목표를 공유하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래에 와서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잘못된 부분을 손본다며 배를 고치는 데에만 열중하다가 항해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이후 반기업정서를 포함하여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조치들이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남발되면서 저투자 기조가 정착되었고, 이는 곧 저성장 고실업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상당한 침체를 겪게 되었다. 특히, 내수가 침체되었고 결국 수출이 경제를 외롭게 끌어가는 외끌이 경제기조가 정착되었다. 경제의 선진화가 국민들이 더불어 편안하게 삶을 누리는 부분을 포함한다고 할 때 향후 우리 경제에는 일자리 창출, 편안한 노후를 위한 각종 안정장치의 마련 등 상당한 과제 달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힘들게 키워낸 기업들의 힘이 떨어지면서 노화하고 있고 이와 비례하여 국가경쟁력, 나아가 국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기업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2005년중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5.8%로 세계 주요 기업의 증가율인 5.9%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2004년의 24.1%에 비해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었다.
또한 걱정스러운 것은 미래를 위한 씨앗뿌리기로서의 R&D 투자의 부진이다. 국내 대표기업의 2005년중 매출액대비 연구개발투자비중(판매관리비에 포함되는 경상연구개발비를 기준)은 3.2%로 세계 주요 기업의 3.4%를 하회하고 있다. 업종별로 매출액대비 연구개발투자비중을 보면, 통신업이 2.2%로 세계 주요기업(1.2%)보다 1%p 높게 나타났으나 화학(국내 1.3%, 세계 3.6%) 및 자동차(국내 1.8%, 세계 4.1%) 업종은 국내 대표기업이 크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빨리 뛰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먼데도 힘이 벌써 빠져가는 느낌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제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지나치게 명분을 위주로 하여 강화된 정책들에 대한 전면적인 폐지가 시급하다. 예를 들어 기업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도입된 수도권규제 같은 대표적인 투자 제한 정책 등에 대한 전면적 폐지와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리더여야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국민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한 데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 다시 한 번 뛰자는 역동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참여정부의 공헌 중 하나는 바로 좌파적 이념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는 없다는 데에 대한 반면교사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제 다시 참여정부처럼 갈등을 조장하고 편가르기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섣부른 평등주의를 들먹이며 경제에 메스를 가하려 들면 소위 '경제적 강자'들은 이를 견디어내도 '경제적 약자'들이 먼저 도태되면서 양극화의 심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분명히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리더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12월호 [시장경제 논단]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