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경제적 의미와 과제

[경제시론] 2014-09-14 |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 홍순직

지난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림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구상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보다 가시화되었다. 연초 신년기자 회견에서 대통령께서도 밝혔던 바와 같이,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 할 기회요 한국경제에게 지속발전 가능한 신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로 중장기적인 희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 통일의식 미흡, 통일비용 부담으로 눔프(Noomp) 현상 존재
많은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은 통일대박 구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2013.11) 결과에 따르면, 통일의 효과에 대해 전문가(98.1%)와 일반 국민(67.0%) 모두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통일비용 부담 의사에 대해서는 84.8%가 부담하지 않거나, 연간 10만 원 이하만 부담하겠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통일편익이 통일비용보다 많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자신들의 비용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자칫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2∼3%대의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 리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높은 무역의존도로 인해 외풍에 취약한 경제구조, 소비·투자 등의 내수 부진, 불안정한 남북관계로 인한 만성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구조적 문제 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지속발전 가능한 신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며, 분단으로 인해 섬나라 경제와 다름없는 남한에게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발전공간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제와 안보가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할 때, 다행히 통일과 이의 실현을 위한 남북경협 활성화는 그 해법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요,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며 통일의 경제적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이 가져다줄 경제적 편익을 살펴보면, 우선 내수시장 활성화 효과를 들 수 있다. 통일이 되면 남한 인구 5,000만 명과 북한 2,500만 명 등 총 7,500만 명의 내수시장과 노동력이 확보되어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투자 지출로 내수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며 남한의 자본과 선진기술, 양질의 북한 노동력과 지하자원 등 남북한 지역에 존재하는 생산요소의 상호 유기적 결합을 통해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가위험도(Country Risk) 감소로 환율 안정과 주가 상승, 리스크 프리미엄 하락 등이 예상된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외국가채무가 4,1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20bp(이자 0.2%p)만 하락하더라도 외채상환이자 부담이 8.2억 달러나 줄어든다.

나아가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단일 경제권이 형성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경제허브로 발전되고 유라시아 경제권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로써 통일한국은 2050년에 1인당 실질 GDP 70,484∼91,588달러와 총 실질 GDP 5조 2,930∼6조 8,770억 달러가 되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국방비와 외교비 등 분단유지비용이 절감되고 국가 브랜드 가치와 대외 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며, 관광·문화·학술·체육 관련분야의 산업 발전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비용은 일정 기간 동안에 지출되는 한시적인 투자비용인 반면에, 통일편익은 비용지출 이후에도 투자 승수효과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통일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비용 이상의 플러스(+) 통일순편익 효과를 창출한다고 할 수 있다.

남북경협 확대가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의 출발
통일대박은 통일만 되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통일이 대박이지, 그렇지 않으면 자칫 심각한 통일 후유증을 잉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통일대박론 실현과 통일비용 절감 및 통일편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통일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 차단과 함께, 통일 이전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경제 회복 지원을 통한 남북 간 경제력 격차 축소, 북한 지역의 인프라 확충과 주요 경제 거점개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통일비용의 상당 부분이 통일 이후의 실업수당과 최저생계 보조금, 보건·의료비 및 교육비 등의 ‘위기관리비용’과 북한 지역의 경제 재건을 위한 ‘경제적 투자비용’이란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과 남북 간 경제력 격차 축소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통해 남북관계를 경색 이전 국면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상호신뢰 회복과 소통을 위해 각종 정치·군사적 대화를 재개 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와 함께 5.24 경제제재 해제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의 조기마무리가 요구된다.

다음으로는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남북경협은 대북 퍼주기의 소모성 비용(Sunk Cost)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제고, 해외 유턴기업의 탈출구 제공 등의 평화·경제적 사업이다. 다시말해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한 남북 간 경제력 격차 축소는 통일비용 절감에도 보탬이 되므로 통일비용의 ‘사전적 분산투자’ 개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최근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외자유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남북경협 확대를 통해 북한이 개혁·개방을 지속·확대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북한경제 회생을 통한 통일비용 절감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통일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공감대 확산과 통일 후 후유증 완화를 위한 북한 주민들의 마음 얻기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마음 얻기를 위해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를 통한 동포애적 동질성 회복과 함께, 북한이탈 주민들의 남한 사회 적응 프로그램 강화를 통한 사회통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외에 통일준비를 위한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통일준비위원회가 통일비전과 북한 경제 개발의 마스터플랜 수립에 있어서 지난 8월 21일에 출범한 전경련의 통일경제위원회 등의 민간 경제계 전문가 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정부는 지원자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sjhong@hri.co.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9월호 [초점]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