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 포스의 운영과 검토과제

[경제시론] 2006-06-23 | 기업정책팀장 양세영: 2006년 말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 등 향후 정부의 대기업정책 방향이 확정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23일 ‘시장경제 선진화 태크스포스 구성 및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대기업정책을 비롯한 공정거래정책 및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초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투자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출총제 폐지를 포함하여, 순환출자의 폐해를 시정할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따라 순환출자의 문제점에 대한 실증적 검토와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는 대규모기업집단시책과 공정거래법,정책을 각각 담당할 2개 분과로 구성된다.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의 구성

우선 대규모기업집단 분과는 출총제 폐지와 대안 검토, 지주회사제도,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을 논의하며, 공정거래법,정책을 분과는 시장지배력 남용금지, 기업결합 심사, 부당공동행위 등을 검토해 연내 개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는 지난 2003년에 이루어진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수립과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특징은 외형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 의결권 승수 2 이하, 3단계 미만의 출자 등 요건을 갖춘 기업에게 출자총액규제를 풀어주는 형식이었으나, 현실적으로는 이 같은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기업집단이 극히 제한됨으로써 규제완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출자총액을 계속 규제하는 논거로서 타회사 출자로 인하여 대주주의 소유와 지배의 왜곡현상이 발생하는 점을 들었다. 소유-지배의 괴리는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낳는다고 지적하였지만, 타인자본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에서는 어디나 소유와 지배의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출자규제를 지속하기 위한 무리한 논리라고 당시에도 비판이 많았다. 또한 정부가 미리 정책방향을 정하고 태스크포스의 논의는 이에 끌려가지 않았나 하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태스크포스는 기업의 환경변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설득력 있는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이번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에서 먼저 확정해야 할 과제는 출총제의 폐지다. 출총제는 자산 규모 6조 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들 간의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것이다.
출총제가 폐지되어야 할 이유는 첫째, 출총제는 기업의 신규사업 진출, 구조조정, 투자 등을 직접 규제함으로써 업종선택, 투자규모, 구조조정 방법, 회사조직 등 기업 본연의 활동을 제한한다. 특히, 출총제는 기업 투자활동의 걸림돌이다. 최근의 기업투자는 법인설립이나, 기존 기업 인수 후에 실물투자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으로 기아자동차나 한국중공업의 인수후 투자가 좋은 사례다.
둘째, 출총제는 국내 대기업을 적대적 M&A에 쉽게 노출시켜 경영권 불안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대규모기업집단의 많은 계열기업의 주식이 외국자본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자총액제한으로 계열기업들에 의한 국내 우호지분 확보가 어려워 선진국에는 있는 차등의결권주 등과 같은 방어수단이 없는 국내기업들의 경영권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SK에 대한 소버린의 경영권 공략은 좋은 사례다.
셋째, 본질적인 측면으로 출자총액규제의 목적인 대기업집단의 무분별한 지배력 확장 및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심화 억제는 피출자회사의 경영성과가 출자회사의 수익에 반영되어 평가되는 시장규율에 의해서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증권집단소송제, 공정공시제도, 경영자의 회계책임,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등으로 시장에서 기업경영을 평가하고 견제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갖추어졌다.

새로운 규제적 대안의 도입 대신 시장자율규제기능 강화 필요

공정위는 출총제 폐지를 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의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출총제가 문제가 있고 경제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다면 폐지하면 되지 조건을 달아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안 검토의 배경이 되는 순환출자는 그 폐해가 선험적으로 주장되고 있으나, 실증적으로는 분명치 않다. 우선, 순환출자가 경쟁을 제한하는 데 대한 충분한 증거 사례가 없으며, 오히려 순환출자가 없는 미국의 GE 같은 기업들에서도 교차보조와 같은 경제한적 요소가 목격되기도 한다. 또한, 순환출자가 소유-지배 괴리를 심화시켜 기업가치를 저하시킨다는 지적도 실증적 사례는 부족하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순환출자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 차등의결권주(Dual Class)의 활용과 기업가치간 관계가 긍정적인 경우가 많다.
한편, 순환출자 금지를 통한 소유지배 괴리도의 개선효과 역시 기업집단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한 이유로 외환위기 이후 순환출자가 급격히 확산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이 시기의 특성에 따른 결과로서 계열분리 과정에서 이루어진 지분정리와 구조조정을 위한 합병, 인수과정에서 순환출자 구조가 늘어나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기업집단들이 순환출자를 인위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막대한 지분을 매각해야 하며 유예기간이 있다 해도 계열사의 주식을 헐값에 매도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물론,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국내기업들의 경영권 불안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순환출자의 문제를 상정하여 출총제 폐지의 대안으로 순환출자 직접규제를 제기하는 것은 문제점이 크다.
순환출자규제 외에 거론되고 있는 대안들로는 지주회사 전환유도와 사업지주회사 활용을 통한 지주회사규제로의 통합, 일본의 사업지배력 기업집단 규제의 원용, 이중대표소송제 도입 및 집단소송제의 확대 등이 있으나 대부분 출총제 못지 않게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새로운 사전적 규제로서 성격이 크며, 근본적으로 그러한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지주회사로 통합하는 것은 지주회사 제도 자체가 규제인데다 막대한 전환비용 부담으로 현실성이 떨어지고, 일본의 사업지배력 기업집단 규제를 국내기업에 적용하는 것 역시 일본이 동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 우리와 다른 데다 규제대상 기준에 따라서는 출총제보다 더 심한 사전적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중대표소송제도는 사후 규제라는 측면은 있으나, 입법례가 거의 없고, 미국에서도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일부 판례에서만 인정하고 있으며, 법리적으로도 자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외투기업 등과의 신산업 진출을 위한 합작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흔히 제기되는 기업집단의 문제는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해관계자간의 문제이고 그야말로 가능성이기 때문에 사전적 규제로 차단하기보다는 지배주주와 관련된 제반 거래의 공시를 통해 시장에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에 의해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이 경쟁촉진의 원리에 가장 맞는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부당 내부거래 적발, 기존에 도입된 대표소송제도와 증권집단소송제, 공정거래사건의 사소제도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장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정도는 경제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신임 권오승 위원장이 공정거래 정책의 방향을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에서 개별시장의 경쟁촉진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는 열린 논의를 통해 향후 대기업집단정책 운용방식을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서 약속한 대로 사전 직접규제에서 시장자율규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선진적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