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상반기 노사관계 동향 및 하반기 전망

[경제시론] 2008-07-09 | 전경련 산업본부 투자고용팀장 한동률

새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이라는 경제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안정과 노사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노사관계의 주요 정책으로 산업현장에서의 법치주의 확립, 상생협력의 선진적인 노사관계 구축, 사회적 대화채널의 활성화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에 따른 부담과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갈등, 화물연대의 불법 집단행동의 영향 등으로 정부의 정책실행이 지연되고 있다.

상반기 노사관계 동향

올해 노사관계의 주요 쟁점으로는 공공부문의 개혁을 둘러싼 노사갈등, 산별교섭을 정착시키려는 금속노조의 투쟁,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에 따른 노사 간의 갈등 및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싼 노사정 사이의 갈등,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문제, 대기업 노사관계의 개혁, 새로운 사회적 대화 틀의 재구축 등을 들 수 있다.

임단협 교섭 현황

산업현장에서의 임단협 교섭 타결현황을 보면, 임단협이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노사관계가 안정된 기업을 중심으로 조기 추진됨에 따라, 임단협 진도율이 예년에 비해 다소 상승하였다. 2007년 5월말 기준으로 17.5%였던 임단협 진도율이 2008년 5월말 20.1%로 높아졌고, 협약임금 상승률도 같은 기간 동안 4.7%에서 5.0%로 높아졌다. 노사화합 선언도 387건에서 860건으로 전년에 비해 200% 이상 증가하였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산별교섭과 강성노조 관련 사업장의 임단협이 집중되어 있어, 현장단위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의 노사분규 장기화

한국노총이 새 정부와의 정책연대를 통하여 대화와 타협의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민주노총은 투쟁과 대립을 중심기조로 삼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새 정부 초기부터 강력한 對정부 투쟁을 선언하였으나, 새 정부가 불법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투쟁동력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싼 시위 분위기에 편승하여 투쟁동력을 규합해 금속노조의 7.2 총파업 투쟁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주요 노사분규의 경우,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근로손실일수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2008년 6월 18일 현재 노사분규 건수는 27건으로 전년동기 26건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분규의 장기화로 근로손실일수는 전년의 6만 5,989일에서 금년 24만 3,816일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외부 노동운동 조직 및 상급단체 등의 개입으로 투쟁이 강성화되고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 기인하고 있다.

산별교섭을 둘러싼 갈등

노동계는 산별교섭을 확산하고 고착화시키기 위하여 산별교섭에 불참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산별노조는 2008년에도 노동계의 주요 투쟁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속노조의 경우, 완성차의 산별교섭 참여를 압박하기 위하여 대각선 교섭을 진행하였다. 금속노조는 완성차사에 대한 산별중앙교섭 참여를 강제하기 위하여, 6.20 쟁의조정신청 및 6.24~6.27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가결시켰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임금협상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대각선 교섭에서 금속노조는 임금외 단협사항에 대한 교섭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다.

하반기 노사관계 전망

하반기에는 산업현장의 노사불안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주요 노사관계 불안분야는 산별분야 및 공공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투쟁의 핵심을 산별투쟁,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투쟁,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투쟁으로 상정하면서 하반기 투쟁의 성격을 정치투쟁으로 규정하였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명박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가 쇠고기 사태를 겪으면서 크게 약화되었다고 판단하고, 하반기에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별 및 공공분야 노사관계 불안

산별 노사관계 불안의 핵심은 먼저 금속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투쟁목표를 완성차의 산별교섭 참여 강제 및 산별노조의 정치력 강화로 설정하였다. 완성차 4사가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는 휴가 이후 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지부와 중앙과의 세력 경쟁, 지부별 현안 등으로 주요 지부가 중앙의 방침을 적극 수용할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특히 완성차 지부의 경우, 조속한 지부교섭 타결을 원하고 있어 금속노조 집행부의 부담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7월 중하순경 집중파업을 통해 휴가 전 중앙교섭을 타결하고, 완성차 4사 문제는 2009년 산별교섭 참여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민주노총은 夏鬪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현안과 임단협이 하반기에 집중되어 있는 특성을 지닌 공공분야를 활용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이 발표되면 시민사회 단체와 연계하여 반대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공공운수연맹의 정파성 차이로 인하여 공공분야의 총력투쟁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구조조정 관련 사업장을 직접 지원하고 조직하는 방식의 투쟁을 펼칠 것이다.

노사관계 법·제도 개정

하반기 들어서 노사관계 관련 법·제도 개정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사정 간 갈등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노조전임자 및 복수노조 관련 문제의 2010년 적용을 더 이상 연기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금년 정기국회에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유지’라는 목표는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며, 현재의 노정구도에서 안건처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의 주요 투쟁방식은 장외투쟁이 될 전망이며, 전국단위의 정치파업의 부담으로 총회투쟁, 간부투쟁, 상경집회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