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박차를 가하자

[경제시론] 2008-03-11 | 자유기업원 원장 김정호

우리나라에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11개의 공기업을 민영화하기로 하고, 그 중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등 8개 공기업의 민영화에 성공한다.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는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에 소극적이어서,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민영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영화의 실적이 없다. 물론 철도청의 공사화를 민영화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그런데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업적조차도 공기업 전체의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할 뿐이다. 2007년 4월 기획예산처가 지정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기업은 101개이고, 기타 공공기관으로 197개의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은 다시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시장형 및 준시장형 공기업은 민영화의 필요성이 높다.
시장형 공기업으로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및 인천) 공항공사, 부산(및 인천) 항만공사가 있고, 준시장형 공기업으로는 한국관광공사,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마사회, 대한광업진흥공사, 한국감정원 등이 있다.
우리가 민영화를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맨큐의 경제학원론 책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소득수준은 생산성에 비례한다. A국의 국민소득이 B국 국민소득의 두 배라는 것은 대체로 A국 국민의 평균적인 생산성이 B국에 비해 두 배임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소득이 두 배가 되려면 우리들 각자의 생산성도 지금의 두 배가 되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경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투자가 많아져서 장비가 좋아지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 지식기반이 높아져도 생산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의 주체인 사람들의 태도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태도만큼 인간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있고 없고는 사람의 생산성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치열한 경쟁에 노출된 기업은 경영자이건 노동자이건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기업에 도태당하는 일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의 압력에 노출되지 않은 공기업이 사용하는 자원은 생산성이 낮다. 무엇보다도 공기업 종사 노동력의 생산성이 낮다. ‘철밥통’이라는 말은 바로 공기업 임직원의 낮은 생산성을 가리킨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민간기업보다 덜 창의적이고 덜 부지런하며 덜 정교하다. 노동력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공기업이 사용하는 자본의 생산성도 낮다. 하늘이 내린 직장이라는 말의 뜻을 한 번 생각해 보라. 생산성 낮은 임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업에 투자된 자금의 생산성은 당연히 낮다.
민영화는 이 같은 낭비를 막아서 인적?물?자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다. 민영화의 효과는 실제 민영화의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한국도로공사 소유이던 시절, 휴게소는 맛없는 식당의 대명사였고, 더러운 화장실의 상징 같았다. 그러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세계 최고수준의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민영화가 있다. 1995년에 민영화되면서부터, 휴게소들은 고객유치에 사활을 걸게 되었다. 다른 모든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고속도로의 식당들은 위생적인 음식과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모두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들이다. 민영화가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귀중한 자원의 생산적 이용을 가져다 준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휴게소보다 훨씬 규모가 큰 기업인 KT나 POSCO 같은 곳이라고 해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화에 대해서는 많은 반대들이 있어 왔다. 가장 흔히 등장하는 것이 민영화 이후 가격이 올라서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표피적으로만 보면 그 말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내는 돈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전체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다른 곳으로부터받은 보조가 없는 한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원가도 높고, 값도 높이 받을 수밖에 없다. 공기업들이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낮은 값을 받고 있는 것은 대부분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나 특혜 때문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일 수밖에 없다. 민영화는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낮춘다. 그것이 도덕적으로도 옳다. 왜 전기 쓰는 비용을 사용자가 내지 않고 얼굴도 서로 모르는 납세자가 부담해야 하는가.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거나 또는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민영화하지 못한다는 논리도 자주 등장한다.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민영화를 못한다는 주장은 비약이다. 중요한 산업일수록 경쟁과 창의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산업이란 철도나 가스배관, 전기줄처럼 망(네트워크)을 필요로 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런 산업에서는 이론적으로 자연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산업이라고 해서 모두 자연독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 네트워크 산업이 철도이지만, 철도는 고속버스와 화물운송업과 항공업과의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 산업이라고 해서 독점을 염려할 이유도 없고, 민영화를 미룰 이유도 없다. 설령 자연독점 성향이 있더라도 민영화 이후 규제를 택하는 것이 공기업으로 놔두는 것에 비해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민영화의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정부가 가진 소유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이미 주식회사인 기업은 정부가 소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고, 다른 형태의 조직이라면 주식회사로 전환해서 주식을 매각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공기업 민영화시 가장 많이 채택해온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좋은 방법이 공기업이 하고 있는 업종에 민간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민영화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실질적 민영화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검사소이다. 전국에 555개가 산재해 있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검사소는 모두 교통안전관리공단 소속이다. 그런데도 검사통보를 받고 자동차 검사소를 찾는 고객들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놀라고 감동한다. 불친절과 부패한 모습이 바뀐 것은 1997년 민간정비공장(검사정비사업소)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자동차 검사업무에 민간의 진입을 허용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러자 공기업이던 자동차 검사소들은 엄청난 수입감소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혁신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을 써볼 수 있는 대표적 대상이 우정사업본부다. 우정사업본부가 법적으로 공기업도 아니지만, 굳이 민영화를 하지 않더라도 민간에게 우정사업본부와 똑같은 우편업무를 할 수 있게 허용해주면 민영화를 한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공기업들이 민영화를 필요로 한다. 실질적 민영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방법도 많다. 문제는 눈앞의 저항을 무릅쓸 의지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3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