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노사관계 전망과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과제

[경제시론] 2009-02-17 | 전경련 산업본부 경쟁력강화팀 부장 한동률

2008년은 신정부 출범과 함께 美 쇠고기 수입문제, 고유가 등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공기업 선진화 추진 움직임과 산업현장의 임단협 등이 맞물려 노사관계의 불안이 우려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법치주의 확립 노력과 노사협력을 통한 노사의 자율해결 분위기 확산 등을 통해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안정기조 속에서 민주노총의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둘러싼 파업의 장기화로 사업장 단위의 노사분규 발생 건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근로손실일수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9년 노사관계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위기 환경 속에서 대내외적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작년 11월 전망치 2.2%보다 대폭 하향 수정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활동의 부진과 조업단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고용불안이 가중되어 인력감축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 빅3사의 경영위기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는 가운데,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마저도 생산감축에 들어가면서 전세계적으로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현대·기아차도 작년 말부터 감산체제에 돌입하였으며, 그 여파가 협력업체에까지 전달되어 점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안정 의제가 부각됨으로써 노동계는 고용보장을 임단협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년에는 비정규직,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등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등을 둘러싼 노·사·정 간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불안 현상과 맞물려 노사 간에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또한 연초부터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과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과제와 관련하여 올해 핵심쟁점으로 부각될 주요 현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개선내용을 살펴보자.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비정규직으로 2년을 근속한 근로자를 사용자가 계속 고용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기업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법 시행결과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어 오히려 노사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처우개선 등을 임단협의 주요 쟁점사항으로 내세워 비정규직 문제 개입을 통하여 노조활동의 정당성 확보와 권한 강화 등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이 높지 않은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기간 2년이 도래하기 전에 해고될 가능성이 크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된다. 실제 상당수의 비정규직은 금년 7월 사용기간 2년이 되기 전에 고용기간의 폐지 또는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노동부와 인크루트의 공동조사 결과, 조사대상 기간제 근로자 중 57.7%가 현행 2년의 기간제 고용기간을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은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에 대한 개정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만큼,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폐지하거나 최소 4년 이상 연장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1997년 노사합의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금지키로 하였으나, 수차례 시행이 연기되어 오다가 2006년의 노·사·정 대타협에서 2010년부터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기로 합의하였다. 노조전임자 급여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관행으로 인하여 1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다수의 노조전임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초래되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조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154.5명인데 비해 일본은 500~600명, 미국은 800~1,000명이며, 유럽은 1,500여 명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조합원 수 대비 노조전임자 수가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노조전임자 문제는 노사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조전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년 임단협 쟁점으로 등장하며, 교섭시마다 노조전임자 수와 노조전임자 급여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의 자주성 확보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방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고수 등을 위해서 노조전임자 임금은 노조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 제정 후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었으므로, 2006년의 합의대로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현행 법률을 2010년부터 차질없이 시행해야 할 것이다.

복수노조 교섭체계 단일화
복수노조 허용문제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함께 금년 말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이며,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2010년부터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가 허용될 예정이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제5조에 노동부 장관이 2009년 12월 말까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절차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가 전제되지 않은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은 노조의 난립으로 인해 상시교섭·상시쟁의체제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특히 일관생산방식 사업장의 경우에는 극소수 종업원으로 구성된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전체 사업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복수노조 허용 시 각 노조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노조간 세력 확대, 노조별로 요구하고 있는 근로조건 획득 문제 등에 따라 노노갈등과 분열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발생이 우려된다. 노조의 난립과 각 노조의 선명성 경쟁 등에 따라 분쟁이 증폭될 소지가 따르며, 일상적인 업무에 있어서도 노무관리비용의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각 노조측은 복수노조 존재에 따른 교섭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보 차별화와 고충처리 차별화 등을 추진하려는 목적으로 상급단체를 적극 활용할 소지가 있어, 현장의 노사관계에 대한 상급단체의 개입이 증대되어 노조활동이 정치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과반수 대표 노조가 배타적 교섭권을 갖는 방식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마련한 후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때

올해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사관계 안정과 노사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주요 정책 내용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현장에서의 노사협력,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안정, 선진적인 노사관계 법·제도 확립, 사회적 대화채널의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올해와 같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사관계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집행 노력과 함께 운명공동체로서 노사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노사관계 법·제도의 선진화뿐만 아니라 관행과 의식의 합리화를 이룩함으로써 금년을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