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의 바이오산업

[경제시론] 2005-06-22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사업관리본부장 염용권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이래 1996년 「돌리」라는 복제 양을 탄생시켰고, 2000년에는 인간 유전자 지도를 그려내고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러 바야흐로 바이오 혁명시대가 시작되었다. 바이오기술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며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바이오기술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으며, 바이오산업이 21세기 중심 산업이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강조되어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렇게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당연시되는 바이오산업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중심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으나 아직 국내 바이오산업은 초기 성장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초기 성장단계에서 도약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국가 경제발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적 육성 노력이 필수요소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바이오산업 분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정부에서도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바이오기술의 전략적 선택과 그 성공적 개발을 어느 때 보다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여 R&D 투자를 증대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10개 분야에 바이오신약?장기분야를 포함시켜 전략적으로 집중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으며 이에 따라 만성질환, 난치성질환 등이 증가 추세에 있다. 바이오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보건산업은 단순한 치료비, 약가 등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산업적 가치)에 더하여, 질환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과 이에 따른 경제적 곤란 등의 부가적인 문제(사회적 가치)에 까지 그 효과가 막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세계시장 규모와 국내 기술경쟁력 등을 고려하여 선정된 바이오 신약ㆍ장기 분야의 연구를 위해 복건복지부는 2005년 1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며, 정부는 10년간 총 1조61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점추진분야를 살펴보면, 줄기세포 등 BT 신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신약개발 분야, 면역거부반응 관련 유전자 조작된 무균 돼지를 이용한 장기이식용 이종장기개발 분야, 질병예측과 개인별 맞춤 치료를 위한 바이오칩개발 분야가 포함되어있다.

바이오신약장기분야의 주요 연구 목표 및 내용

분야	개발 목표 제품 및 기술	현재	2010년
바이오신약	기능성 세포 치료제, 감영성 치료 백신, 대사성 질환 치료제, 뇌질환 치료제, 단일항체 치료제, 면역조절제	세계 14위 시장점유 1~2% 수입	세계 5위의 시장점유 5-7% 매출목표 100억불
바이오장기	바이오 이종장기 생산 및 관리 기술, 면역조절 기술, 바이오 장기 임상적용 기술, 생체조직공학기술	수요는 있으나 기술미비로 시장형성이 안됨 세계적으로 초기기술개발단계	시장점유 50~60% 매출목표 60억불
바이오칩	진단 및 치료 예후 예측용 바이오 칩, 건강지표질병위험도 예측 바이오칩, 맞춤 치료용 바이오칩의 산업화를 위한 임상응용 사업, 노령화 시대의 질환 검진을 위한 바이오칩의 적용 탐색, 바이오칩을 이용한 세포치료제 검정 및 안정성 분석	기술수준 53% 시장점유 1%	시장점유 20~30% 매출목표 40억불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은 분자생물학으로 대표되는 BT연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프로테오믹스 연구를 통해 암 발생과 관련된 주요 단백질을 찾았을 경우, 이 단백질은 암 발생 이외에 다양한 이질적인 기능을 가지는 단백질들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이러한 과정들이 개개의 단백질에서 반복됨으로써 전체적으로 복잡계의 성격을 띠게 되어 최종적인 결과 해석이 어려워진다. 즉, 하나의 단백질에 대한 조작이 주변 요인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게 됨으로써 원인과 결과의 예측이 힘들어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실험실에서의 우수한 연구결과들도 실제 임상적용과정에서 예측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하거나 상용화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된다. 이와 같은 바이오연구의 특성상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과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요구됨으로써 바이오산업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은 매우 높다.
또한 내수 위주 중소 제약업체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 구조상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인 제약 회사들의 R&D비용은 회사당 연간 3조∼8조원인데 비해 국내 제약회사들의 R&D비용은 수백억원 수준이며, 개발이후 마케팅과 판매부분에서도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위험요인 및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바이오산업은 고성장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위험부담을 넘어서는 기대가치를 지니고 있다. 2004년도를 기준으로 세계 의약품 매출액은 5,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증가와 고령화 같은 인구학적 변화 등으로 인해 의약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 될 것이다. 의약품 분야에서 세계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화이자(326억불, 2003년)의 경우, 2003년에 71억불의 R&D비용을 투자하였으며 이러한 투자의 결실로 lipitor 같은 신약의 경우 연간 120억불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외국의 성공적인 예를 국내에서 가능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21세기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바이오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다행히 미래 바이오시장은 전통적인 유기화합물 신약 개발분야에서 현재 기술개발단계에 있는 줄기세포 활용기술, 항체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칩 등 첨단 BT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초기 기술개발 단계를 넘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래 핵심 BT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안목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에서는 바이오 신약?장기의 산업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허가 과정, 의료보험 적용 등 관계 법규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성급한 기대보다 꾸준한 인내로써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전폭적인 육성 의지가 모아진다면 바이오산업은 멀지 않은 장래에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 소득증대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