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법 개정 방향과 평가

[경제시론] 2013-09-13 | 전경련 경제본부 금융조세팀장 홍성일

2013년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후 세 간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8월 8일 기획재정부는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라는 원칙 아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세부담률을 2017년 21%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과 같은 직접적 증세가 아닌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우선적으로 과세기반을 확대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득·소비과세 비중을 높이고, 법인·재산과세는 성장친화적으로 조정하는 조세구조 정상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소득과세 부문은 과세 사각지대를 줄여 세원을 넓히고, 공제제도 정비를 통해 과세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과세를 시장친화적 조세체계로 재편성하고 기업규모별·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세제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중소기업/서민지원 확대 vs 대기업/고소득자 조세부담 강화

정부는 이러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아래,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이 있는 세제 구축을 목표로 2013년 세법개정안을 제시했다. 먼저, 국정과제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창조경제 기반 구축, 고용률 70% 달성, 중소기업 육성, 문화예술 진흥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의 투명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바라보는 2013년 세법개정안은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아 보인다. 세제지원이 중소기업에게 집중되어, 투자와 고용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제도개선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추계대로 보면, 이번 개정으로 인한 세부담은 고소득자/대기업은 향후 5년간 2.97조 원 증가하는 반면, 중소기업/서민·중산층은 0.62조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서민에 대해서는 지원을,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조세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이 있다.

기업의 R&D 관련 공제제도 축소로 경쟁력 약화 우려

  먼저, 기업 경쟁력과 직접적 연관성이 큰 R&D 관련 공제제도의 축소가 눈에 띤다. R&D 공제대상에 일부 업종이 추가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R&D 설비투자공제율 축소와 함께 R&D 준비금 손금산입제도 폐지는 기업의 세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활성화와 장기적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대규모 투자시설에 대한 세액공제가 축소되어 기업의 투자위축이 우려되며, 대기업에 대한 차등적 공제 적용으로 대기업의 투자계획 보수화도 우려된다.
  R&D 설비투자세액공제의 경우, 연간 공제규모가 약 1,500억 원에 육박하고, 대기업 비중이 95%를 차지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세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R&D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많은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의 경우 기업에게 꼭 필요한 시설인 동시에 장기적 경제발전에도 중요한 요소인 만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세액공제율을 차등하여 조세지원의 형평성과 연계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미래 R&D 투자를 위해 적립금액의 3%를 세액공제해 주던 R&D 준비금제도의 폐지도 기업의 부담가중은 물론 R&D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연구전담부서 직원의 인력개발비를 R&D 세액공제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R&D 활동을 단순히 연구전담부서 인력만 할 수 있다는 프레임에서 접근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기업의 연구개발활동은 연구전담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관점에서 볼 때, 연구인력개발비 적용대상을 좀 더 포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상증세법상 일감과세제도 개선 미흡

둘째, 상증세법상 일감과세제도의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감과세 제외 내부거래 범위 확대,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이지만, 일감과세대상 판단 시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지배주주 지분율이나 정상거래비율을 완화한 점은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업종별 정상거래비율 설정, 건설 등과 같은 용역 수출이나 내국법인을 통한 수출에 대한 과세 문제, 동일한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기업규모에 따라 차별적으로 과세가 되는 점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본질적으로 상증세법상 일감과세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 원점에서 다시 접근하여 일감몰아주기 거래를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현행 제도가 타당한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항공운송업, 고용창출투자 대상업종에 포함해야

  셋째, 고용율 70%라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고용창출관련 세제지원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만 치우친 감이 있고,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일반기업에 대한 제도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일반 기업의 고용과 투자의욕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제도 개선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대상 업종을 항공운송업과 같이 고용창출 여력이 있는 업종까지 확대하고, 현행 2015년까지로 되어 있는 일몰기간도 연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도서관, 박물관 등 문화시설 투자와 함께 지식재산서비스업, 사회서비스업 등 중소기업 업종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대상으로 추가하고, 공제대상 인력도 만 60세 이상 노인, 장애인과 함께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자까지 확대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업투자와 고용촉진을 통한 경제성장 추진 필요

이번 세법개정안은 전반적으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수확대 방안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하다. 물론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방안도 많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당장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거두려는 시도는 자칫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궤도에 진입해야만 세입기반과 세수도 함께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재정건전성 제고와 복지재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이러한 점이 충분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