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싶지 않은 개인이나 국가는 없다. 모두가 풍요롭고 넉넉함을 추구한다. 특히, 국가의 지도자는 누구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외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번영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를 택해 고도성장과 풍요의 길로 간 나라가
있고, 정부개입에 의존해 궁핍의 길로 간 나라가 있다. 시장경제가 올바른 해법이라는 것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 드러나자 공산국가들마저 시장경제에
동참하게 되었다.
지금은 모든 나라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이다. 국리민복을 생각하지 않는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장경제에
충실하려고 애쓴다. 각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경제자유지수’다.
무역 10대 국가 위상 속, 경제자유지수 30위권
경제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 바로 얼마나 시장경제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전세계에서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하는 곳은 두 곳이다. 매년 1월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이 서베이 자료를 기초로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한다. 한국은 157개국 가운데 36위를
기록했고, 북한은 꼴찌를 기록했다. 두 번째 곳은 전세계 자유주의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한 경제자유 네트워크로, 매년 9월쯤 통계 데이터로 계산한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한다.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32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 경제자유지수에서 한국은 3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역 10대
국가의 위상을 고려해 보면, 한국의 30위권은 높은 수준이 아니다.
역사적 분석이 가능한 경제자유 네트워크의 경제자유지수를 보면, 한국의
1980년 경제자유지수는 10점 만점에 5.7점으로 40위였다가 1990년 6.2점으로 34위였다. 이것이 2005년에 7.3점으로 32위까지
향상되었다. 절대적인 경제자유의 수준이 꾸준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인 순위가 그렇게 크게 향상된 것은 아니다. 그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경영환경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의미다.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경쟁국가에 비해 더 빠르게 경제자유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동안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수준이었던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은
계속 높은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반면,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경제자유지수가 급격히 개선되었던 예로 다른 국가에 비해 고도
성장세를 보여 주변 국가를 놀라게 했다.
반면, 독일이나 일본은 경제자유가 거의 개선되지 않은 예다. 두 나라는 1980년 7.0점으로
공동 9위였으나, 2005년 각각 7.6점, 7.5점으로 18위와 22위로 뒤처진 상태다. 더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두 나라는 경제자유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정부만능주의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해결해 주겠지 하는
정부의존적인 사고가 정부 역할의 비대화를 부르고, 정부 살림 팽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재산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의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재산권이 침해되고 불법행위가 일어나도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하에 쉽게 용인된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단체와 이익단체가
일으키는 불법행위는 법치를 훼손시켜 도덕자본의 후퇴를 반복적으로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를 분야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앞으로 어떤 분야에 어떤 노력을 해야 경제자유를 증진시킬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다.
먼저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자유지수를
구성하는 10가지 항목을 보면, 금융분야의 자유와 부패분야의 자유가 100%를 기준으로 50% 정도 자유롭다고 나와 다른 분야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세계 평균보다 낮은 분야가 세 가지인데, 세금분야의 자유, 금융분야의 자유, 노동분야의 자유이다.
특히, 노동분야의 자유는 57.7%로 전세계 평균 62.3%와 4.6% 포인트 차이를 내면서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노동분야에 대해, 헤리티지재단은 규제가 고용과 생산성 증가를 헤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급여 이외의 비용과
불필요한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고,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가 유연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자유 네트워크의
경제자유지수의 5가지 분야에서 보면, 정부규모가 52위, 무역자유가 78위, 시장규제가 45위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와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시장규제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분야는 74위로 나타나 구성항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과 해고에 관한
규제가 심하고, 정리해고의 비용이 크게 높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 구현,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
경제자유지수가 알려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바로 작은 정부의 구현과 규제완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복지로 위장한 경상지출과 공무원 수를 늘리는 점과 내수가 침체되고 있는데도 높은 세금증가율을 실현하고 있는 점은
경제활력을 해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작은 정부의 구현은 방만한 재정지출과 지나친 세금증가를 중단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둘째, 수도권 규제, 공정위 규제는 국내자본을 해외로 내쫓고 있고,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외국자본
유치도 서비스산업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투자가 늘지 않았다는 것은 규제해소가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을 만큼의 분명한 규제해소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셋째,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고 있다. 정규직 고용과 해고에 대한 규제와 관행은 기업에게 피해를 준다. 근로자에게 이직의 자유가 있다면 기업에게는 근로자를 해고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년을 보장하도록 기업에게 강요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불법 및 폭력
사태와 비정규직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어 시급히 해소되어야 할 과제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정부분야의 급격한 팽창으로 민간경제가 위축되는
경제침체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처방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경제자유를 증진시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csn@cfe.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10월호 [시장경제 논단]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