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배임죄의 현주소와 형량 강화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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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13-03-14 |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한국법정책학회장 강동욱
형사법상 배임죄 관련 규정 및 그 문제점
형사법상 배임죄 관련 규정
현행법상 배임죄와 관련해서는 먼저 형법상 배임죄에 관한 규정(제355조 제2항, 제356조)이 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제2항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같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에서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업무자의 배임행위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외의 형법에서는 배임수증죄에 관한 규정(제357조1))을 두고 있으며, 이들의 죄에 대하여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제358조), 미수범에 대해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제359조).
그리고 형법상 배임죄의 가중처벌규정으로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라고 한다) 제3조2)가 있다. 동법에서는 배임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형을 가중처벌하고,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상법 제622조(발기인, 이사 기타의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 제1항에서는 “회사의 발기인, 업무집행사원, 이사, 집행임원, 감사위원회 위원, 감사 또는 (상법) 제386조 제2항, 제407조 제1항, 제415조 또는 제567조의 직무대행자, 지배인 기타 회사영업에 관한 어느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의 위임을 받은 사용인이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2항에서는 “회사의 청산인 또는 (상법) 제542조 제2항의 직무대행자, 제175조의 설립위원이 제1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제1항과 같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 범죄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동법 제624조).3)
현행 배임죄의 문제점
형법상 배임죄는 주로 채권적 형태에 있어서 재산침해행위를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재산상 이익침해 형태의 유형화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그 구성요건이 추상화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입법의 기초가 된 독일의 경우4)와 달리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의 주체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만 규정하고, 다수설과 판례가 배임죄를 ‘신의성실의무의 위반 내지 신임관계의 침해에 의하여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로 정의하면서 범죄주체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고, 범죄구성요건 행위도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고 추상적으로 기술하고 있어서 사실상 범죄성부가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또 판례가 배임죄의 손해주체를 확대 해석하고5), ‘본인(또는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6)하여 그 성립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의 판단시기를 ‘행위시’로 이해함으로써 기업의 경영행위나 모험투자 등의 경우와 같이 행위시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장래적인 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나 사후에 성공적인 투자가 된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되는 모순을 갖게 된다. 나아가 독일과 달리 배임죄의 미수범까지 처벌함으로써 그 적용 대상이 거의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
배임죄의 고의에 있어서도 일본의 경우7) ‘자기 혹은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을 요구하지 않고, 단지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만으로 충분하며, 이것 또한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8)고 함으로써, 사실상 모험투자 등의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하면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게 된다. 따라서 현행법상 배임죄의 규정은 ‘재산적 비행의 하수종말처리장’이라고 비난받고 있는데, 사실상 그 범위의 경계가 명확히 보이지 않고 있다.
배임죄 형량 강화의 문제점
형법상 배임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관한 가중규정으로서 업무상 배임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있고, 다시 이에 대한 가중규정으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3조가 있다.
한편, 현행 형사실무에서는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그 주체와 손해의 객체가 제한되어 있어서 그 적용상의 어려움이 있고, 동조항을 적용할 경우에는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의 가중규정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여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이득액을 기준으로 한 대법원 양형기준도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다.
<2009년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배임죄에 관한 양형 기준>
구분
감경
기본
가중
제1 유형
(1억 원 미만)~10개월
4개월~1년 4개월
10개월~2년 6개월
제2 유형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6개월~2년
1년~3년
2년~5년
제3 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1년 6개월~3년
2년~5년
3년~6년
제4 유형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2년 6개월~5년
4년~7년
5년~8년
제5 유형
(300억 원 이상)4년~7년
5년~8년
7년~11년
그러나 범죄에 대한 형벌은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것이어야 하므로, 그 법정형은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3조 제1항의 법정형은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을 뿐만 아니라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없이 피해액의 정도에 따라서만 법정형에 차등을 두어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태도나 배임에 의한 이득액을 기준으로 구분한 대법원 양형기준은 전근대적인 결과책임을 묻는 것이며, 죄질에 비해 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점에서 형법상 책임주의에 반하는 과잉입법이며, 부적절한 방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9)
특히, 현행법의 추상성으로 인해 배임죄의 성부가 사실상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현실에서 여론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그 위험성은 더욱 클 것이다.
더구나 기업경영행위의 경우 거래규모나 투자규모가 클수록 그로 인한 손해의 범위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대기업의 경영행위에 대해서는 대부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매우 중하게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경제 현실을 무시한 법 적용 문제 해결방안
오늘날 사회양극화가 대기업의 부당한 경영으로 인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대기업의 배임행위에 대해 그 형을 가중하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과 이를 인정하는 듯한 사법현실은 경제현실을 무시한 비합리적인 것이며, 형사책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또한 법 적용상 형평성의 요청에도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우선 적용하도록 하는 입법 요구돼
형법상 배임죄는 사적 생활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며, 형법을 윤리의 실천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므로 근대 이후의 ‘형법의 탈(脫)윤리화’ 요청에 반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히, 기업의 경영행위에 대한 배임죄 적용의 확대는 자율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기업의 경영행위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개입을 초래하여 기업활동을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구 문명국가에서는 사적 자치의 침해 우려를 고려하여 배임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배임죄를 두고 있는 국가들도 그 성립요건을 엄격하게 하고, 그 적용에 있어서 제한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현행법상 배임죄의 확대적용과 과잉처벌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외국 입법례와 같이 배임죄를 형법에서 삭제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쉽지 않을 것이므로 배임죄의 본질을 사무처리 위반으로 이해함으로써 그 적용대상을 제한하는 한편, 법 개정을 통해 배임죄의 주체와 그 행위유형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의도적인 고의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물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을 부가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배임죄 적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위험범이 아닌 침해범으로 구성하고, 미수범 처벌규정을 삭제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법상 배임죄의 법정형의 폭이 커서 죄질에 상응한 처벌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은 민사책임과는 다르므로, 이득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폐지하고 기업경영행위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우선 적용하도록 하는 입법이 요구된다.
배임죄에 관한 양형 기준을 재조정해야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는 추징이나 민사·행정상 제도를 통해 구제가 가능하며, 형사처벌은 합리성과 균형성을 갖추었을 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므로 형법의 최소성의 원칙이나 보충성의 원칙이 배임죄의 처벌에 있어서도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도 배임죄에 관한 양형 기준을 죄질에 따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조정하고, 구체적 사례에 있어서 사회적 요청이나 분위기에 편승하지 말고 오로지 법리적 관점에서 현행법규정의 엄격한 해석과 적용을 통해 현행법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 제357조(배임수증죄)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범인이 취득한 제1항의 재물은 몰수한다.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2)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사기), 제350조(공갈), 제351조(제347조 및 제350조의 상습범만 해당한다), 제355조(횡령·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 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②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
③ 범인이 취득한 제1항의 재물은 몰수한다.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3) 이외에 상법 제623조(사채권자집회의 대표자등의 특별배임죄)에서는 “사채권자집회의 대표자 또는 그 결의를 집행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채권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미수범은 처벌한다(상법 제624조).
4) 독일 형법 제266조(배임)
①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에 근거하여 타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타인에게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률,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또는 신용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되는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대리할 의무에 위반하고, 이로 인하여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자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5) 판례도 회사와 관계없이 주주에 대해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 대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이 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도2781 판결).
6)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도8851 판결 등
7) 일본 형법 제247조에서는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혹은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8)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09도7813 판결 등
9) 헌법재판소 2006. 4. 27. 선고 2006헌가5 참조
(dwkang@dongguk.edu)-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3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