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촉진을 위한 정책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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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2005-05-25 | 에너지경제 연구원 전략기획실장 정우진
작년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수입하는데 496억 달러를 썼다. 작년도 반도체와 자동차수출을 합친 금액 531억 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팔아, 에너지를 수입하는데 거의 쓴 셈이다. 우리나라의 원유수입 규모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세계 원자재파동의 진원지인 중국보다 석유를 더 많이 수입한다.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쓰면서도 우리가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는 원유는 수입원유의 3.8%에 불과하다(2004년). 일본과 중국이 전체 원유수입량의 10-15%를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는데 비해서 크게 저조한 수치이다.
정부는 작년 말 수립한 제2차 해외자원개발 계획에서 2008년까지 우리나라 원유수입량의 10%를, 2013년에는 15%를 직접 해외에서 생산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급상승하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난 등 국제 자원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강력한 자원 확보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의욕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그에 상응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자원개발 역량을 신장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 실정은 자원의 탐사나 생산기술자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자원개발속성을 잘 알면서 국제 감각을 지닌 전문경영인도 소수에 불과한 형편이다. 외환위기 이후 자원개발 사업이 침체되면서 많은 기술자나 전문가들이 다른 생업의 길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제 흩어졌던 전문 인력들을 모으고 새로운 인력을 빠른 시간에 육성하도록 교육, 훈련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해외 교민 중에는 세계 유수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자원개발 기술자나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을 국내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미국 휴스턴을 중심으로 석유개발에 종사하는 우리 교포엔지니어와 전문가들이 모임을 결성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인력배양과 함께 자원개발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자원개발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 사업만을 주력업종으로 하지 않고 있다. 즉, 자원개발 사업이 그 기업의 다수 사업 중에 하나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가가 오를 때는 자원개발 사업에 큰 관심을 갖다가, 유가가 떨어질 때는 쉽게 사업을 포기하거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기업체제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자원개발 사업은 자본회수기간이 무척 길기 때문에 기업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 그리고 경영자의 집념이 사업성공의 절대적 요소이다. 유가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자원개발만을 주력으로 하는 전문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경제정책은 재원조달 방안들이 함께 수립되어야 유효한 정책이 된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에너지특별회계에서 융자 및 출자지원 예산을 크게 증액하고 이것도 모자라 추가재원 확보에 고심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 자금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되도록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촉진시키는 인센티브 제도가 활발히 시행되어야 하고, 유전개발펀드와 같이 민간 자금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은 정부가 나서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춘 해외자원개발 투자운용기관, 혹은 투자평가기관이 설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원개발 사업은 리스크가 높으며 고도의 전문성을 요해 사업평가나 투자운용을 대리하는 전문기관이 생성되지 않고는 대규모의 민간 자금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입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