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 동향과 과제

[경제시론] 2010-10-13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현아

  지난 8월 29일 정부는 드디어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7월말 DTI 규제에 대한 논란으로 미루어졌던 이번 대책은 예상대로 DTI 규제가 포함되었으며, 그 외에도 당초 예상보다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여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는 8.29 대책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8.29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당초 기대보다 범위와 내용 크게 다뤄
  이번 대책은 크게 1) 중산·서민층의 주택거래 지원, 2) 전세금 등 서민주거지원 확대, 3)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 조정, 4) 견실한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주택거래를 둘러싼 시장의 파급효과를 골고루 감안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서민정책의 대표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공급계획 조정은 현 정부로서는 큰 정책변화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산·서민층 수혜대상으로 하는 전세자금이나 생애 첫 주택자금 대출, 다주택자 양도세 및 취·등록세 감면 연장,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DTI 규제와 생애 첫 주택자금 대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법절차 등을 거쳐야 돼서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책 발표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책의 효과는 일부 시행되고 있는 항목에 대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 DTI 규제 일시 폐지, 어떤 효과 있나?
  먼저, DTI부터 살펴보자. 8.29 대책에서는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DTI 규제를 폐지하고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DTI 규제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0~60%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실제 은행창구에서 이루어지는 대출의 DTI는 25% 수준에 불과하였다. 또한 LTV 규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DTI 규제가 폐지되더라도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의 의지가 있다면 대출규제는 오히려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번 조치를 꼭 규제완화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렇다면 이번 DTI 규제의 한시적 해제 효과는 없는 것일까? 아니다. 주택을 투자의 목적으로 여기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DTI 규제 해제 효과가 미미하겠지만 당장 주거이동의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 내내 주택거래 침체로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온 시장에 이제는 더 이상 정부 대책을 기다리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DTI는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평가된다.

::생애 첫 주택자금 대출 재개와 전세자금 지원 확대
  그동안은 주로 미분양 아파트 해소나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신규 판매주택에 대한 대책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재고주택의 매매 및 전세 거래 등에 대한 금융지원 및 세제 혜택, 공급부문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애 첫 주택자금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4,000만 원 가구에게 최대 2억 원까지 대출해 준다. 상환조건은 장기분할상환으로 금리는 시중에 나온 고정금리 대출상품 중에서 가장 유리하다. 이미 문제점이 상당히 노출된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전세자금에 대한 보증한도 및 적용대상 확대 등 자금지원책을 마련하였다.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 조정, LH공사의 자금난
  보금자리주택의 물량조정은 총량조절이 아닌 시기 및 미세조정이지만 그동안 강경일변도의 정부 입장이 조금은 유연해졌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는 주택거래 활성화 측면보다는 아마도 LH공사의 자금난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도 건설기업의 유동성 지원대책이 포함됐다. 주택 및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다 미분양 해소가 지연되자 아직까지는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1사당 환매조건부 미분양 아파트 매입규모도 확대해 총 3조 원 규모의 P-CBO?CLO(건설업 비중 50%) 발행 추진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우선 적용된다. 정부의 시각은 여전히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주택거래 침체 심각한 강남3구는 또 제외, 대형 아파트 거래 활성화도 배제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제외하면 모두 국회에서의 입법과정이 남아 있는 대책들이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한시 감면(2년 연장) 및 취·등록세 감면 연장 건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국회에서 법률 개정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변동가능성도 많다. 특히, 취·등록세의 감면대상에 수도권이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번 대책의 내용과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컸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대책의 혜택에서 특정 시장을 배제하고 있다. 강남3구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들 지역은 거래 침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에서 강남3구는 제외되었다. 다음은 수도권 지역의 제한적 적용이다. 취·등록세 감면 연장의 수도권 포함 여부 미정이나 미분양 매입자금 역시 수도권은 후순위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책은 현재 적체되고 있는 대형 아파트 거래침체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자 자격요건 완화 역시 85㎡ 이하, 6억 원 미만의 아파트라는 조건이 붙어 수도권에서 대형 아파트의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의 미분양 심각성이 수도권 대형 아파트에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대책은 사실상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 목표, 일시적인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주택시장 정상화에 두어야
  주택거래 활성화가 전체 주택시장이 아닌 특정 하위시장에서만 작동된다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수요자들은 인구구조의 변화 등 주택시장의 변화를 인정하고 있는데 정책은 여전히 과거 주택이 부족했던 시대의 투기억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 주택의 양적 공급이 어느 정도 충족된 지금 중산·서민층이 주택을 보유가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어느 누군가는 주택을 보유하고 이들에게 임대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주택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주택양도세 감면에 대해서는 아직도 강경하다. 시장의 기대와 판단에 모순이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비교적 광의의 주택거래를 정책의 범위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단기간의 시장동향과 상관없이 근본적인 주택시장 정상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hakim@cerik.re.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10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