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법개정의 문제점

[경제시론] 2013-11-15 | 전경련 경제본부 고용노사팀장 이철행

현 정부의 핵심공약은 임기 내 중산층 70%, 고용률 70% 달성이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향후 5년간 취업자 수를 238만 1,000명으로 늘려야 한다. 단순하게 잡아도 연평균 47만 6,000명씩 꾸준히 취업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경제성장의 고용창출 능력과 근로시간 감소율이 과거 추세를 유지할 경우, 매년 취업자 증가율은 1.0% 수준이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취업자 연평균 증가율이 2.2%는 나와야 한다. 2.2%는 기본증가율(1%)에 창조경제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로 취업자 증가(0.6%), 연간 실근로시간 단축('17년 1,900시간)에 따른 취업자 증가(0.6%)로 맞출 계획이다.

장시간 근로 원인부터 들여다보자

10월 초, 당정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협의했다. 주요 내용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에 포함시킨다,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시행 등 연착륙 방안을 병행추진한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2주→1개월, 3개월→1년)한다' 등이다.

정부의 계획을 보면 근로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만 있고, 왜 근로자들이 장시간 근로를 하는가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이 없다. 이런 식으로 근본적 원인 분석 없이 근로시간 단축만을 강하게 추진할 경우 노사관계 악화와 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장시간 근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낮아 동일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데 선진국 근로자보다 오래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취업자당 노동생산성($62,185)은 OECD 34개국 중 23위로 OECD 평균의 79.9%, 미국($102,641, 4위)의 60.6%, 프랑스($85,767, 7위)의 72.5% 수준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29.75)은 OECD 34개국 중 28위로 OECD 평균($44.56)보다 낮고, 미국($60.24), 프랑스($58.11)의 절반 수준이다.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질 경우, 대안은 장시간 일을 하거나 새로운 직원을 뽑는 방법이 있다. 신규 채용을 하면 인건비 외에 관리, 행정, 교육, 훈련 등 관리비용이 커서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 근로자에게 초과근로를 시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2012년도 우리 기업의 간접노동비용은 총노동비용의 22.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대기업(300인 이상)의 간접노동비용은 총노동비용에서 24.4%를 차지하여, 중소기업의 20.3%보다 높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총보수비용 중 간접노동비용 비중은 21.5%로 일본 18.1%, 영국 15.6%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 14.5%, 싱가포르 16.7% 등 동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높다.

초과근로 임금이 높은 것도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장시간근로를 야기시킨다. 우리나라의 초과근로할증률은 50%로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초과근로할증률(25% 수준)의 두 배 수준이다. A기업의 경우, 주말특근은 통상임금의 300%(오후 5시~오후 10시, 익일 오전 6시~오전 8시)에서 최대 350%(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에 해당하는 높은 임금을 주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주말특근을 선호한다.

이로 인해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휴일특근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B자동차회사 노조가 임단협에서 ①신차 투입, 모델 변동 등에 따른 생산라인 조정 시 평일 연장근무 및 휴일특근 2회 보장 요구, ②수요 감소에 따른 조업 단축 시 주간(연장)근무보다 야간(연장)근무 요구, ③시간외근로 감소 우려로 타 공장과의 공동생산 반대 등을 협상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선결해야

근로시간을 줄였을 때 나타날 노사갈등, 생산력 저하 등의 부작용도 걱정이다.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임금삭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노조·근로자들과 경영진 간의 노사관계 악화도 큰 문제다.

B자동차회사는 이미 올해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 주당 근로시간을 66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였다.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조건으로 근로자 1인당 월 50만 원 정도의 초과근로수당 감소분을 보전해주었다.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월급이 깎여서 생계비가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근로시간 단축 법개정에 대비해 교대제 개편을 검토 중인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겪게 될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조나 근로자들이 초과근로자수당을 보전해달라고 할지라도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 외에 지원방안 등을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능력 저하로 연계될 우려가 높다. 고용노동부의 2013년 4월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적극적인 구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26만 3,000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이 숫자는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부족인원(28만 5,000명)의 92.1%를 차지한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은 2만 3,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이처럼 현재 많은 중소기업들이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근로자를 장시간 근무하게 하는 상황에서 절대 생산시간을 줄인다면, 생산 하락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1990년(주 48시간→주 44시간), 2004년(주 44시간→주 40시간) 등 과거 두 차례의 법정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은 57~60% 사이에서 큰 변동이 없었고, 실업률도 2~3%대를 유지하였다.

한편, OECD도 선진국의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이나 실업률 감소 측면에서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할증임금 조정 여부 등 기업의 노동비용 효과와 생산성 효과,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장시간 근로를 하는 원인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실근로시간은 연평균 약 38시간 정도 감소하고 있다.

이것은 OECD의 평균 실근로시간 감소속도에 비해 6.2배가 넘는 빠른 속도다. 향후 이와 유사한 감소추세가 지속되면, 2021년 우리나라 실근로시간(1,706.4시간)이 OECD 평균 근로시간(1,714.2시간)보다 7.8시간 짧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일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기보다는 산업현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책 실효성도 높이고 한국경제의 생산시스템을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hank0327@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1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