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시론] 2007-06-10 | 전남대 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김영용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을 널리 교육하고 전파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창달을 위한 첫걸음은 경제학의 기본개념부터

경제문제에 대한 각종 토론이나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경제학의 기본개념이 잘못되어 논의 자체를 흐리거나 잘못된 결론을 유도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시장경제 창달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본다.
첫째, 완전경쟁시장을 기준으로 한 이른바 ‘시장의 실패’를 거론하며 이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개입을 당연시하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이란 모든 정보가 완전하고 자원의 이동비용이 전혀 없는 시장으로서 인간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세상에서 크고 작은 거래비용이 없는 시장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구의 시장을 기준으로 현실세계의 시장이 실패한다고 말하는 것은 열반 오류(Nirvana Error)를 범하는 것이며, 현실세계의 시장을 교정하기 위해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정부간섭이라는 질곡을 자초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시장은 교환에 따른 거래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태동하여 더욱 그러한 방향으로 진화해 간다. 시장이 거래비용의 절감을 위해 태동하여 진화하는 존재라면 완전경쟁시장은 더 이상 절감해야 할 거래비용이 없으므로 할 일이 없다는 점에서 존재의미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쟁을 ‘시장 과정(Market Process)’이 아닌 ‘상태(State)’로 간주한 결과 완전경쟁시장은 경쟁하지 않는 수많은 기업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게 되고, 따라서 경쟁의 출발점이 되는 재산권이 정의되든 않든, 또 누구에게 있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완전 진공상태가 되어 버린다. 경쟁의 끝에 존재하게 되는 ‘상태’가 무엇일까에 관심을 가졌던 쿠르노(Cournot)에 의해 창안된 개념이 마치 경쟁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결과이다. 경쟁을 과정이 아닌 상태로 파악하는 공정거래법이 통상적인 상거래를 제약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둘째, 최근 타결된 한미 FTA를 둘러싼 논쟁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 점은 자유무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유무역이란 교역 당사국 간의 자발적 교환으로 당사국 모두 이익을 본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자유무역에 접근할수록 양국의 이득은 커지고, 보호무역으로 갈수록 양국의 이득은 작아진다. 또한 미국이 보호무역을 하더라도 우리가 자유무역을 하면 우리는 이익을 본다. 그러나 많은 논의에서 우리가 미국 시장을 넓게 차지하고 우리 시장은 적게 열어주면 우리의 이익이 커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대부분의 논자들이 무역구조의 변화에 따른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유무역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소홀히 함으로써 FTA의 당위성에 대한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셋째, 소액주주 운동은 기본적으로 주식회사 제도의 운행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많은 논자들이 이미 설립되어 있는 주식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논의하면서 통제주주를 비롯한 소수에 의사결정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주식회사는 경영자가 주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외부불경제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재산권의 한 형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모든 주주는 넓은 의미에서 주식회사의 주인이지만, 의사결정권한은 소수에게 집중하여 의사결정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들이 입게 될지도 모르는 피해(외부비용)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자유롭게 매각함으로써 회피하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수의 주주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주식회사 설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의사결정비용보다 작기 때문에 회사가 애초에 설립되지 않는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문제시하는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괴리 문제도 이러한 주식회사의 운행원리에 비추어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지표가 된다.
마지막으로 아파트의 원가 공개와 분양가 규제에 관한 것이다. 아파트 문제 관련 토론에서 흔히 목격하는 사실은 몇몇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는 경제원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논자들이 신규 아파트 시장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뿐, 정작 특정시점에서의 아파트 가격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즉, 아파트 가격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貯量 공급과 그에 대한 저량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론적 사실에 주목하지 않은 결과, 분양가 자율화가 가격상승을 유도한다는 잘못된 인과관계를 도출하고 있다. 그리하여 아파트 원가 공개와 분양가 규제라는 잘못된 정책이 다시 들어서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보유세 重課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별다른 저항 없이 정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투기에 대한 인식도 잘못되었다. 투기란 이익을 기대하면서 자산을 특정형태로 현재에서 미래로, 또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는 행위다. 상업세계는 기본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대가 맞으면 이익을 보지만 어긋나면 손해를 보는 것이 투기의 본질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급 억제책이 많을수록 미래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임을 예측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낮춰주어 투기의 이익실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기 때문에 투기가 성행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투기에 대해 더욱 틀린 사실은 투기는 나쁜 행위라는 개념이다. 투기자는 자신의 이익실현을 위해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가진 자들이며, 투기행위는 미래의 가격등락 또는 예상가격을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는 기능을 함으로써 이들의 경제생활에 도움을 주는 시장정보를 창출하는 기능을 한다. 주택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

논리가 반듯하지 않으면 이치가 비뚤어지게 보이기 마련

이와 같이 오늘날 경제문제의 쟁점을 둘러싼 논의에서 자주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은 그러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개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논리가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보이지 않으며, 논리가 반듯하지 않으면 그러한 이치가 비뚤어지게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시장경제 창달을 위한 첫걸음은 경제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6월호 [시장경제논단]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