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미래와 우리 기업의 대응

[경제시론] 2010-08-06 |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조호정

  남유럽 채무불이행 위기(Sovereign Risk)로 급락했던 유로화 가치가 6월 이후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유로존의 위기 종료, 경기회복 여부와 향후 유로화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유럽 위기의 지속 원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PIIGS 국가들의 재정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남유럽 채무불이행 위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2009년 10월 그리스의 재정적자 문제와 그에 따른 국가부도 가능성이 대두되었고, 2010년 4월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 3사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위기가 고조되었다. 이후 단일통화체제인 유로존 전체로 위기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IMF와 EU가 7,500억 유로 규모의 EU 금융안정메커니즘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남유럽 재정위기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과 독일, 프랑스 등 주도국 내의 구제금융에 대한 부정적 여론, 대규모 대출 상환 등으로 유로존 내 7월, 10월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는 원인은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국가별 방만한 재정정책 수행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었다. 2009년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13.6%, 스페인 -11.2%이며, 2010년에도 PIIGS 국가들의 재정 적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의 대출자산 부실화 가능성으로 유럽 전체의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PIIGS 국가들의 총 대출 규모는 2009년 12월말 기준으로 3조 8,890억 달러 규모인데, 모건 스탠리는 PIIGS 국가들의 2010년 6월 이후 4분기 말까지 만기 국채규모가 6,019억 유로로 채무불이행 위기가 재부각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셋째, 단일통화체제 이후 PIIGS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어 역내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독일은 2000년 326억 달러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단일통화체제 이후 흑자 규모가 확대되어 2008년에는 2,353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반면, PIIGS 국가들은 1998년 유로존 가입 이전에는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지 않았으나, 2000년 이후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넷째, 회원국 간 상이한 물가상승률과 실질실효환율이 역내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유로화가 발행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독일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9%에 그친 반면에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은 각각 3.5%, 2.8%, 3.3%로 더 높았다. 또한 BIS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의 실질실효환율은 그리스, 스페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PIIGS 국가들의 환율이 평가절상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경제·통화 통합에 따른 높은 역내 의존성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내부의 위기관리체제가 미흡하다. 유럽연합의 역내 교역 비중은 70%대로 매우 높아 회원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칭적 충격뿐 아니라, 개별 국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비대칭적 충격에도 역내에 빠르게 전이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최근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 시 회원국의 국가부도 사태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유로존 내에 전혀 갖춰져 있지 못했고, 해결과정에서도 IMF와 EU 차원의 구제금융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2011년부터는 안정될 것으로 전망
  유로존은 장기적으로 안정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위협요인의 해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로존은 구제금융의 집행, 회원국의 재정감축안 이행,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제고 등으로 재정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이미 그리스가 GDP 대비 재정적자를 2009년 13.6%에서 2012년에 2.8%로 -10.8%p,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2013년까지 각각 -8.2%p, -6.6%p 낮춰 재정협약 수준인 3%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최근 유로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유로존의 2010년 1/4분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6% 증가하며 수출경쟁력이 제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위기극복 과정에서 재정긴축안을 강제할 수 있는 지도력의 존재 여부, 구제금융의 신속한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단기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저성장의 장기화와 역내 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IMF의 세계경제전망(2010년 7월)에 따르면, 유로존의 2010년 경제성장률은 1.0%로 전망되고, 2011년에도 1.3%로 미국 2.9%, 일본 21.8%에 비해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의 실업률이 10%에 달하고 고용부진이 심화되어 민간소비의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여 성장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은 당분간 회원국 간 이해상충 문제 해소와 협조체계의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로화의 가치 상승은 미국경제 회복 지연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미국 대비 상대적인 금리여건 개선 등 외부요인에 기인한다. 반면, 재정긴축에 따른 유로존 내 성장세 둔화, 유로존 채무위기 지속 등이 유로화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 이후에도 유로화의 결제수단 및 통화자산으로서의 지위 유지, 유로화 표시 채권 및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 등으로 유로화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재정위기 이전까지 유로존이 이룩한 거시경제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유로화의 가치를 지지해 줄 것으로 보여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완전히 수습되는 2011년부터는 유로화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위기의 영향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유로존 위기는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 특히 원화 환율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로존 위기 지속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어 신흥자본시장에서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유로존 경기침체에 따른 출구전략 지연으로 유로-캐리 트레이드가 증가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장기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유럽의 강력한 긴축정책이 국내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경우 하반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EU FTA의 비준이 늦어져 FTA 체결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 아울러, 유로존 내 국가 간 지원·협조체제 강화 등은 역외 국가에 대한 보호주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위기 과정에서 유럽은 금융안정메커니즘과 EMF(유럽통화기금) 설립 논의 등 역내 금융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공조를 확대하였고, 아시아도 ‘원 아시아(One Asia)’에 대한 논의와 한·중·일 FTA로 역내 경제통합을 가속화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첫째,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변동 보험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대유럽 수출 감소와 중국·일본·미국 등 주요 수출 국가로의 수출 감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출지역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 셋째, 미국·유럽 등의 출구전략 지연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구전략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업의 자금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넷째, ‘원 아시아’ 전략에 따라 역내 국가 간 교역을 확대하고 한·중·일 FTA의 조기 협상 및 타결을 요구해야 한다.

(chjss@hri.co.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8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