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없는 고용’은 ‘고용 없는 성장’보다 위험하다

[경제시론] 2013-07-09 |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준협

-고용률 70% 달성 위한 선제조건-
고용률 제고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선진국 도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용은 필히 성장을 수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 또한 필수적이다. 즉, ‘성장 없는 고용’은 ‘고용 없는 성장’보다 더 위험하다.

고용률 70% 달성은 가능한가

고용률 추이를 보면, 15~64세 고용률이 꾸준히 상승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63~64%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년간 239만 개(연평균 48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는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도 달성하지 못한 어려운 목표치다. 고용률이 급등했던 1989~1997년에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7.7%에 달했으나 취업자는 연평균 42만 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2011~2020’에 따르면, 2011~2020년에 실질 GDP 증가율이 연평균 4.1%일 때 신규 일자리가 연평균 23.5만 개 창출될 전망이다. 정부의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전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매년 8%대의 경제성장을 이뤄야만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다. 성장잠재력을 키워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되, 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경제 패러다임과 고용 패러다임, 국정운용 패러다임 전반을 고용친화형으로 업그레이드해야만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하다.

고용률 정체의 주요 원인

고용률이 정체되고 있는 원인은 노동수요 측면(기업 측면)과 노동공급 측면(근로자 측면), 제도·관행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노동공급이 노동수요보다 많아 구직난이 심각한 경우에는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노동수요가 노동공급보다 많아 구인난이 심각한 경우에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은 구직난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고용률 정체의 첫 번째 원인은 역시 성장잠재력 약화다. 투자 부진과 인구 고령화, 창조·혁신 역량 정체로 일자리 창출의 근원인 잠재성장률이 1970~1990년대에 8%대에서 최근엔 3.8%까지 급락하였다. 성장률이 1%p 하락할 때마다 약 7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둘째, 성장과 고용의 연계효과가 약화되고 있다. 경제구조가 노동집약형에서 자본집약형으로 전환되고, 고용창출력이 약한 수출·제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고용창출력이 높은 서비스·내수산업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저조하다. 고용 미스매치, 즉 청년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는데 그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 대부분은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나쁜 일자리기 때문이다. 한번 나쁜 일자리에 진입하면 헤어나지 못하고 좋은 일자리로 상승할 기회가 차단되는 ‘일자리 상승 사다리 붕괴’도 한 요인이다. 대학교육과 산업현장 수요의 불일치도 지적되어야 한다. 넷째, 출산·육아 부담으로 30대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사회적 여건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근로능력이 충분한 장년층의 조기 은퇴다. 장년층의 희망 은퇴시점은 65.5세인 데 반해 실제로 대부분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점은 54세에 불과하다. 10년의 갭을 연결시켜줄 ‘가교 일자리’ 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더 일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조기 은퇴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의 조화가 미흡하다.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룰수록 기업과 근로자의 창조성과 혁신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연성과 안정성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융합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도 고용률 정체의 주요 원인이다. 정규직 노동시장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격차가 확대되고 이동성이 저하되면서 고용의 수급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

고용률 제고 방안

고용률 정체 요인을 제거하고 경제사회 시스템을 모두 고용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먼저 경제 패러다임을 ‘고용창출형 고부가가치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이 아니라 창의적 인적자본과 기술혁신력인 경제구조로 전환해야만 고용률 70% 달성과 함께 1인당 GDP를 끌어올려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고용창출형 투자를 활성화하고, 특히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둘째, 한국의 실정에 맞는 ‘창조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정립함으로써 기업과 근로자의 창조성과 혁신 능력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은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고 근로자는 임금·시간 유연성을 양보하며, 사회 차원에서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업보험을 강화하되 직업훈련 및 구직활동과 연계하고, 근로장려세제 및 최저임금 상향조정 등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국정운용 패러다임 전환도 필수적이다.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운용의 중심에 두고, 재정정책과 조세정책, 금융정책, 조달정책 등 모든 정부정책이 이에 복무하도록 재구성해야 한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부처의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넷째,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앞당기기 위해 눈높이 격차를 해소하고, 대학교육과 기업수요의 불일치를 완화해야 한다. 30대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막기 위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구축하고, 장년층의 조기 은퇴를 방지하기 위해 가교일자리 시장을 활성화하고 은퇴 준비를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적 협의기구의 참여폭을 대폭 확대해 상설화하고 기능과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경제계와 노동계, 정치권의 참여와 협력이 절실하며, 정부의 리더십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 시점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 고용, 국정운용 등 각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사 간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어 합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 후에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중장기에 거쳐 서서히 나타난다. 독일은 2002~2003년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후 최대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고용 사정은 오히려 악화되었고, 2005년이 되어서야 고용률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또한 정부가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일자리를 창출하려 할 경우, 일자리의 질이 나쁜 시간제 일자리에 유혹될 수도 있다. 만약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 시점을 2020년으로 연장한다면, 단기 목표치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만큼 경제계와 노동계, 정치권의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기에도 유리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단기 목표치에 집착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대로 계획하고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sododuk1@hri.co.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