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과제

[경제시론] 2007-08-10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온기운

원화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기말치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2001년 1313.5원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그 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 2006년에는 929.8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더욱 떨어져 7월 하순 현재 910원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4년 이후 원화값 30% 가까이 상승

특히, 원화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2003년말 1192.6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2004년말 1035.1원까지 떨어졌다. 1년 사이에 원화값이 15.2% 상승한 것이다. 또 2005년 말에는 1011.6원을 기록해 1년 사이에 원화값이 2.3% 상승했다. 2006년 1년간은 원화값이 8.8% 상승했으니 2004년 이후 3년여 동안을 보면 원화값은 모두 3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달러화에 대해 원화는 강세를 지속해 온 반면, 일본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지속해 온 결과 엔화에 대한 원화값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2003년말 1119.6원을 기록했던 원/ 100엔 환율은 2004년말 1012.07원으로 떨어졌다. 2005년 말에는 859.9원, 지난해 말에는 781.83원으로 더 떨어졌고, 올 7월 하순 현재 75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2004년 이후 3년여 동안 원화값은 엔화에 대해 5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원화값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어 왔고, 자본수지에서도 흑자가 지속됨에 따라 외화가 대거 유입됐으며, 이 때문에 원화값 상승압력은 상존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수주실적이 급증한 조선업체들이 환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달러선물환을 대거 매도하고 이를 받아낸 은행들이 해외에서 현물환을 대거 들여오는 바람에 외화차입이 급증하고 이것이 달러화 공급 확대와 원화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의 금리가 일본보다 높아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크게 유입된 것도 원화 강세의 원인이다.
원화 강세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달러화가 글로벌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미국경제 향방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화 가치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유로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환율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의 하나로 실질실효환율 지수라는 것이 있다. 이는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한 평균적인 원화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각국 통화와 원화간 2국간 환율을 각국과의 무역액으로 가중평균해 구해진다. 실질실효환율지수가 100일 경우 이는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환율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각 기관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2005년부터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앞으로 원화값 상승세가 더욱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상수지가 올 들어 크게 악화돼 외화공급을 줄이고 있으나 자본수지에서 외화차입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가 외화차입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일본과의 금리격차도 여전히 지속돼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계속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상황도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분위기다. 영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들이 물가불안을 우려해 금리인상을 단행하거나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그렇다. 특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7월 중순 미국 의회에 출석해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달러화 약세기조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원화 강세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큰 것은 채산성 악화다. 원화가 절상되면 수출기업은 채산성을 만회하기 위해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인상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보통 원화절상분만큼 수출단가를 인상하지 못한다.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원화절상분의 얼마만큼을 수출단가 인상에 반영하는가 하는 것을 수출가격 전가율(Pass-through Rate)이라고 하는데, 이는 보통 1 미만이다. 수출가격 전가율이 1보다 작을 경우 수출에 따른 원화표시 수입이 줄게 되고 결국 수출채산성이 악화된다.
수출채산성이 얼마나 악화되느냐는 수출가격 전가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 성능 등 비가격경쟁력이 타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경우 달러표시 수출단가가 상승해도 국내제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격전가율은 높아진다.
업종별로 보면, 정밀기계·조선 등의 가격전가율은 비교적 높은 반면, 섬유, 전기·전자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원화 강세로 인해 수입부담이 줄어 채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다.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기업규모별로 볼 때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으나, 특히 중소기업의 사정이 심각하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 10원 하락에 따른 수익감소액은 삼성전자 3,000억 원, 현대차 1,200억 원, LG전자 1,000억 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화값 상승으로 기업이 영향을 받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수출물량 감소이다. 만일 수출단가 인상 이상으로 수출물량이 줄면 수출매출액이 줄게 된다. 원화절상과 이에 따른 수출단가 인상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J-커브 효과’라 한다. 따라서 3년여 전부터 가파르게 진행된 원화절상은 지금 한창 수출물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환리스크 관리와 체질 강화가 중요

우리 기업은 앞으로 상당 기간 원화값 상승이 더 지속될 것을 각오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솔직히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치 급락의 혜택을 누려왔다. 기업차원에서는 수출채산성 개선, 국가차원에서는 경상수지 흑자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의 원화절상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 체질 강화를 통해 원화값 상승에 따른 부담을 흡수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급선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만들어 환율변동에 일희일비하는 허약한 체질에서 벗어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환리스크 관리에 적극 임하는 것이 당장은 중요하다. 환변동보험의 활용과 선물환 계약, 채권·채무의 상쇄, 수입과 수출의 결제시기 조정 등의 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내기업들은 일본기업들이 1985년 상반기 달러당 240엔대에서 1995년 4월 80엔대로 엔화가치가 급등한 상황에서 마른 수건을 짜는 듯한 강력한 체질개선 노력을 기울였던 점을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7년 8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