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필요한 이유

[경제시론] 2013-09-13 | 전경련 경제본부 고용노사팀장 이철행

2013년 6월 말 현재 100인 이상 사업장 중 163개소에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중 11건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줄소송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작년 3월까지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대한 기존 판단법리를 두 차례 변경했으나, 매번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법리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1996년 2월 9일 서울대의료보험조합 판결 이전까지는 통상임금을 정기적·일률적으로 ‘1임금산정기간(통상 1개월)’에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급 임금이라고 판결하였다. 1990년 2월 27일 대법원 선고에서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통상임금에 관한 정의를 인용하면서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 또는 임시로 기업의 경영실적, 근로자의 근무성적 등을 감안하여 지급되고 있는 상여금은 통상임금 산정의 기초가 될 임금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하였으며 그 이후 판결에서도 “소정근로시간을 대상으로하는 임금(상여금 등 1개월 이상을 단위로 지급되는 임금) 등은 통상임금의 산정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고정성·정기성·일률성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1982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통상임금 개념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판례는 통상임금을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됨이 없이 고정적이고 평균적인 일반임금”(대법원 1978. 10. 10 선고)으로 정의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지금까지도 임금의 ‘고정성’을 통상임금 판단의 요건으로 인정하고 있다. ‘고정성’ 요건은 근무일수 등 근무성적에 따라 임금액이 달라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여금 중에서 경영실적이나 근무성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대법원 1990.11.9 선고). ‘정기성’ 요건은 통상임금의 지급기준이 되는 시간단위가 정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보통의 사업장은 월급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매월 정기적으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일률성’ 요건은 모든 근로자뿐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도 일률적 임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상의 판결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1항의 통상임금 규정과도 상통하고 있다. 시행령에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소정 근로’는 시간단위로 산정되는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에 연결되며, ‘총 근로’는 시간이 아니라 일의 완성량에 따라 산정되는 ‘도급 금액’에 연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위와 같은 해석은 근기법 시행령 제6조 제2항에서 통상임금을 시간급 금액으로 산정하는 구체적 산정방법에 관하여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도급 금액의 경우 ‘총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6년 서울대의료보험조합 판결은 1임금 산정기간을 넘어서 지급되는 것도 정기적·고정적·일률적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법리를 전개하면서 매년 단 1, 2회에 지급하는 체력단련비, 월동보조비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그 이후 대법원은 휴가비(2003년 선고), 연말특별소통장려금(2007년 선고), 기말수당·정근수당·체력단련비·명절휴가비(2011년 선고)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다 작년 3월 금아리무진 판결에서 임금항목 중 기본급을 제외한 가장 비중이 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1개월을 초과하여 지급된 상여금’(판례 사례에서는 3개월마다 지급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 통상임금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판결을 할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는 판결을 위해 9월 5일 오후 2시 대법원에서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 2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개최한다. 두 사건 모두 갑을오토텍의 노조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으로, 한 건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고, 다른 한 건은 하계휴가비·김장지원비 등 각종 복리후생명목 금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고등법원까지의 결정을 살펴보면, 정기상여금 소송은 1심에서 기각됐으나 원고 측의 항소로 2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복리후생비 소송은 직원 295명이 제기한 것으로 1, 2심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상태다. 복리후생비 소송은 1996년 서울대의료보험조합 관련 통상임금 판결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정기상여금 소송은 2012년 금아리무진 관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전체 대법관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하는 이유로 이 사건이 “통상임금 해당성의 판단 기준과 통상임금 범위에 관한 쟁점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어 유사 쟁점의 다른 사건 처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결을 해야 하는 이유는 법원조직법 제7조에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법원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로 재판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소부의 법리 변경으로 지금 우리 경제는 대혼란에 빠져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노동계의 고정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3년간 38조 5,509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통상임금 기준이 바뀔 경우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임금채권 시효에 따라 지난 3년 동안 미지급된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장기불황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금성 자산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종전의 법리를 변경한 서울대의료보험조합 및 금아리무진의 통상임금 판결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갑을오토텍 사건 판결을 통해 되짚어야 할 것이다.

(hank0327@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