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확대를 경계하라! 삼성-애플 분쟁으로 보는 기술보호주의와 우리의 대응

[경제시론] 2012-10-10 |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장 김태윤

최근 우리 기업들을 긴장시키는 2건의 큰 소송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침해 소송과 코오롱과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 특허소송이 그것이다. 많은 특허소송 중에서도 상기 건들이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미국 법원이 내린 판결이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판결 vs. 자국 기업 감싸기
듀폰과 코오롱 소송 건을 보면, 미국 지방법원의 판사는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면서 코오롱에 향후 20년 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아라미드 섬유의 제조·판매·마케팅 등 모든 행위를 금지하며, ‘1조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올해 10월 1일까지 듀폰의 영업비밀에 관한 모든 서류를 돌려주고, 컴퓨터의 관련 파일을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하면서 듀폰이 경쟁기업인 코오롱의 핵심 정보가 담겨 있는 내부 전산망을 모두 열람할 수 있도록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엄연한 월권이며, 우리 사법 주권을 해치는 행위로 정부 차원에서 대응을 하지 않으면 향후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에 대한 미국 법정의 판결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미국 법원에서 배심원들이 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 준 것에 대해 미국에서도 ‘애플의 혁신의 승리’와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어긋난 애국심’ 등으로 해석이 분분하다. 특허분쟁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실제 얼마나 침해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문가들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IT기술의 비전문가인 배심원들이 독일, 일본 등의 판결과는 달리 자국 기업에게만 유리하게 내린 판단을 공정하다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 법무부는 최근 2차 전지 관련 기업 중 1~4위 업체에 대하여 리튬이온 전지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잡고 조사를 하고 있다. 아직 조사 중에 있어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2차 전지 업체들이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이 밀려 도산하거나 매각되고 있는 가운데,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을 내 놓기도 하였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 프랑스 정부는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하기 위한 움직임들도 있다. 이와 같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힘에 따라 우리 기업들을 향해 특허소송과 무역보복이라는 거센 쓰나미가 덮쳐오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냉정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여파는 우리 경제 전반으로 일파만파 확대될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각국의 보호무역 확대 조짐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장기화되면서 선진국을 비롯하여 신흥국에서도 자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다른 나라의 수입규제 조치는 120건에 이르며, 올해 상반기에만 15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지재권 침해와 관련한 조사는 1995년 11건에서 2011년에는 69건으로 6배 이상 증가하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각국의 수입규제 조치로 인해 무역이 타격을 받는다면 수출이 1.0~1.5% 감소하는 등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11년 11월 깐느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2013년 말까지 보호주의적 조치의 동결 약속을 재확인한 바 있으나, 올해 5월까지 집계된 통계를 보면 보호주의적 무역조치가 완화되지는 않았다. 무역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11년 10월 중순 이후 신규로 도입된 수입 및 수출 관련 무역제한조치는 124건에 달하고 있으며, 오히려 과거보다 증가하여 세계 각국이 자국의 보호무역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만반의 준비를
세계 각국들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확대하고는 있으나 자국 국민들의 표를 의식해서 환율 개입, 관세 인상, 해외 기업 압박 등으로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는 과거 사례를 보아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경쟁국들의 보복조치로 인해 전 세계가 대공황을 불러온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각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보다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조치이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대응책을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이다.
첫째, 자국만의 이익을 위해 보호무역정책을 펴지 않도록 주요국들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정부 간의 공식적인 외교 채널이나 기업 간 협력 채널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이러한 우려를 전달하여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최근 외교통상부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분쟁, 기업 담합 및 영업비밀 누설 의혹 등의 현안과 관련해 우려를 전달한 것과 같이, 국수주의가 더 만연해지기 전에 국가 간의 공조를 통해 보호주의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둘째, 급격히 성장한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규제, 환경규제 등의 견제가 심해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우리 주요 수출국에 전문가를 파견하여 현지에서 직접 기술규제 등의 동향을 분석하고 초기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 또한 전략적 수출 대상국인 개도국에게는 우리의 표준과 시험인증 등 시스템을 이전하여 해당 국가의 무역규제 체제를 우리와 유사한 내용으로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들도 특허소송이나 기술규제 등의 무역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R&D 투자를 통해 자생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은 점차 강화되는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비즈니스와 연계될 수 있는 양질의 특허를 확보하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양 방향의 R&D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R&D 세제지원제도, 투자 저해 규제개선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세계 각국의 연결이 강해진 지금은 자국의 이익만을 취하는 정책은 결국은 함께 후퇴하는 매우 어리석인 선택이다. 역사적으로 보호무역에 의존하여 스스로 고립된 나라 중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우리도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맞게 기존의 사후 대응수준을 넘어 각국의 규제 태동기부터 대응 조치하는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며, 선도적으로 글로벌 공조를 이끌어내는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kty@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10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