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오해와 이해

[경제시론] 2013-12-16 | 전경련 산업본부 산업정책팀장 이상호

정부는 지난 11월 19일,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한다고 밝혔다. 1998년 6.8% 인상 이후 25년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용도별 인상 폭은 주택용 2.7%, 농사용 3.0%, 가로등 5.4%, 심야 5.4%, 일반용 5.8%, 산업용 6.4%이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인상되지 않았다.

금번 전기요금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산업계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폭도 과도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불만이다. 왜 이만큼 올렸는지, 또 이만큼 올렸을 때 한국전력의 원가회수율은 얼마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산업활동에 대한 타격은 차치하더라도, 신뢰받지 못하는 정책결정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확산될 우려마저 보인다.

다른 부문에 비해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폭이 가장 컸던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가장 많이 올랐다. 2000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금번 인상을 포함해서 무려 89.6%나 인상되었다. 전체 평균이 52.2%, 주택용이 11.9%임을 감안할 때, 너무 과도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항상 가장 많이 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둘러싼 오해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싸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요인이 되고 있고, 원가회수율이 낮아 한국전력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는 등이다. 이러한 오해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전 원가회수율, 적정투자보수에 법인세까지 포함된 개념
→ 약 90%대 초반 이상이면 흑자
→ 원가이익회수율로 용어 바꿔야!

가장 근원적이고 대표적인 오해가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총괄원가 개념이다. 한전의 총괄원가 구성은 일반기업의 원가에 해당하는 적정원가에 더해 일정부분의 이익(적정투자보수, 법인세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전의 총괄원가에서 적정투자보수와 법인세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6년 이후 2012년까지 8.0~16.7%임을 감안할 때, 한전은 원가회수율이 약 90%대 초반 이상이면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실제로, 원가회수율이 90%를 상회한 2006~2007년과 2009~2010년 중 한전의 영업이익률은 5~12%에 달했고, 특히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6,210억 원, 4,669억 원의 배당금까지 지급했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우리사회에서는 원가회수율이 100%가 안 되면 한전이 적자를 보고, 전기 사용자들이 마치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원가회수율이라는 용어 대신 ‘원가이익회수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이익회수율은 2011년 말 94.4%에서 올해 1월 약 100%로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산업부는 산업용 원가이익회수율이 90%대 중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가이익회수율이 올해 1월 약 100%에서 9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면, 이것은 원전 비리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가동정지에 따른 것이지, 산업계의 전력 과다소비가 원인은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단순 국제비교 문제 많아, 원가를 반영한 산업용 저요금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

“산업용 전기요금이 국제비교 시 가장 싸다”라는 주장도 잘못된 오해이다. 국가별 전기요금은 물가수준, 원전비중, 부존자원의 양 등 각국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단순히 명목 판매단가만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가수준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98.9$/MWh로 OECD 32개국 중 최하위가 아닌 11위이며, 노르웨이(43.8$), 캐나다(59.1$), 미국(69.6$), 뉴질랜드(72.3$)보다 비싸고, 프랑스(100.9$)와 비슷한 수준이다. 발전원료의 구성도 감안해야 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발전 중 원전 비율은 30.4%로, 일본(2.1%), 독일(16.1%), 영국(18.1%), 미국(19.0%) 등 주요국 대비 높은 상황인데, 원자력 발전이 LNG 등 타 발전원료 대비 단가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의 절대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발전원별 단가는 2012년 기준 kWh당 원자력 39.6, 유연탄 66.3, LNG 210.1, 유류 253.0원이다.

아울러,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낮은 것은 발전단가가 낮은 시간대를 활용하고, 변전설비·전선·전봇대와 같은 배전비 절감과 저압으로 변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 최소화 등으로 인해 산업용 전력 공급원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을 보조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0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체 평균의 1.7배 수준으로 급격히 올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9년 이후 교육용, 주택용 등 타 부문을 보조하고 있으며, 2012년에만 약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타 부문에 보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가이익회수율에 기반한 합리적 전기요금 조정,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 구축 필요

향후 전력수요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원가이익회수율에 기반한 전기요금 조정’이 필요하다. 교육용, 주택용, 일반용 등 용도별 원가이익회수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근거해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전력공급원도 안정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억제 중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이 53.8%, 주택용 전기요금이 9.0% 인상되었으나, 최대 전력수요는 매년 200만kW 이상씩 증가했다. 전력공급체계 구축방안으로 원자력, 화력을 기반으로 한 기저발전소 증설을 확대할 것과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사용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고효율기기의 개발 및 보급을 보다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생산요소 비용이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의 기간산업은 원재료제외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1~25%로 매우 높은데,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해당산업의 직접적 타격은 물론 이들 기간산업으로부터 중간재를 공급받는 전방산업인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kass@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3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