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향후 한미 경제협력 과제

[경제시론] 2009-02-17 | 전경련 국제본부 미구주팀장 박철한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1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주요 언론들과 각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에 환호하며 많은 기대를 쏟아내고 있다. 취임일 기준으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80%를 상회하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다. 이는 그가 흑인으로서 소수 민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강조해왔던 변화를 통한 새로운 미국의 건설에 대한 기대감의 표시라고 보여진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여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소수 인종뿐만 아니라 백인을 포함한 전 계층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관심

이렇듯 부푼 기대를 안고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크게 세 가지의 관점을 갖고 향후 어떠한 정책을 펼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경제회복책의 성공적 추진 여부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경제회복책의 성공적 추진이다. 올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경제가 과연 금년중 경기저점을 통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경제가 조속히 성장국면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구제금융 7,000억 달러 중 대통령의 요청과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3,500억 달러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해 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더하여 민주당 의원들은 2,750억 달러의 세금감면을 포함해 총 8,250억 달러의 추가적인 경기부양법안을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300만~400만 개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되어 미국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회복에 큰 힘이 될 것은 물론이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의 보호주의 확산 여부
두 번째로는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의 보호주의 확산 여부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층은 노동조합으로서,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동차 등 국내산업에 대한 적극적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빅3가 도산할 경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붕괴하는 것은 물론, 실업률의 상승으로 경기회복 노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 이유이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자국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각종 FTA 협정에 반대하면서 보호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보호주의보다는 자유무역이 더 바람직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 옹호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나, 선거기간 동안 자유롭지만 공정한 무역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어 보호주의 추진에 대한 의구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호주의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책임감을 강조하고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주장한 것은 지지층들의 일방적인 기대를 완화하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책을 집행해 나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 부분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방향이 매우 주목되고 있다.

분쟁지역에서의 외교정책
세 번째는 분쟁지역에서의 외교정책이다. 전임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對테러전쟁을 벌였고, 북한, 이란과 핵 확산 문제로 갈등을 겪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는 철군을, 이란과 북한 등의 국가와는 직접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는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에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취임하기도 전에 터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은 국제적 갈등이 쉽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화에 곧장 뛰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분쟁해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미 양국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에게는 어떠한 협력의 기회가 있을 것인가 하는 것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제2위의 수출시장이며 제3위의 수입대상국으로서 산업 전반에 걸쳐 협력을 해 왔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발전적 관계 정립 통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양국간 산업부문에서의 협력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중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실물경제가 함께 살아나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과 녹색산업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 공약사항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호주의 정책을 배제하고 글로벌 기업에게 기회를 개방하는 것이 경제회복 시기를 앞당기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언급한 바 있고 한미간 대표적 민간협력기구인 한미재계회의에서도 에너지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을 강화할 것을 합의한 바 있어, 산업간 협력이 실질적으로 전개될 경우 경제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한미 FTA를 조속히 비준하여야 한다. 한미 FTA의 비준이 힘들다는 비관적 견해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것과 미국 노동자들 편에 서는 것 사이에서 모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언급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재협상을 언급함으로써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 등 오바마 대통령 보좌진 역시 자유무역주의자들이다. 다만, 의회 다수파인 민주당내 반대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미 FTA의 시행이 양국 관계에 이득을 준다고 믿는 미국내 핵심인사들과 합심하여 한미 FTA의 비준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비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비준안이 확실히 통과될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하여야 한다.
셋째, 북핵 해결과 한미 동맹관계의 강화이다. 북핵 문제는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이미 경제적 변수이다. 북핵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하여 우리 경제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한미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안보를 굳건히 하는 한편,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북핵 문제가 동력을 되찾고 급진전될 경우 우리의 국가신인도는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 등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국제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와의 발전적 관계 정립을 통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9년 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