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영 지원 정책,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경제시론] 2014-07-14 | 전경련 경제본부 금융조세팀장 홍성일

최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기업들이 안전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본회가 주요 업종별 600대 기업(212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경영에 대한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2.7%가 전년에 비해 안전관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안전경영을 위한 안전관련 투자는 대폭 확대, 정부의 안전관련 투자 지원 정책은 제자리

투자분야는 안전시설·장비 확보 및 개·보수 74.6%, 사고 전담부서 신설·확대 9.0%, 안전관련 교육 8.2%, 안전사고 매뉴얼 설치·업데이트 5.6%, 기타 2.6%이다. 특히, 석유·화학과 전자·반도체 분야의 주요 40개 기업의 안전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대비 42.5% 이상 늘어난 1조 1,000억 원에 달하며, 2015년까지는 약 3조 3,0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들의 안전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안전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현장 내 재해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재해예방시설, 가스안전관리시설, 위해요소방지시설 등 7가지 시설에 대한 투자금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당기업의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시설투자 등 다른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책과 비교해 볼 때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는 거의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조세 지원정책인 투자세액공제제도 중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에 대한 비중은 0.2%로 가장 낮은 수준인데, 이는 의약산업에 국한된 조세지원인의약품보전시설투자세액공제와 맞먹는다.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활용률도 0.5%로 전체 투자세액공제 평균 활용률인 3.8%에 비해 현저히 낮아, 투자유인책으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2년 기준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를 받은 기업은 전체 4만 3,000여 개사 중 208개사(46억 원)에 불과하며, 600대 기업 조사(응답기업 212개사)에서도 10개 중 6개 기업들이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를 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조선업체인 A사는 세계적인 정유업체 쉐브론이 발주처 10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 평가 결과 ‘2013 최고 안전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안전경영을 목표로 매년 500억 원 이상 안전투자를 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안전경영을 위해서는 안전설비 신규 투자보다는 노후시설 개·보수와 직원 안전교육이 더 중요한데, 이에 대한 정책지원은 없기 때문이다.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일몰 연장·대상 확대·공제율 상향 필요

기업의 계속적인 안전관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는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의 일몰을 연장해야 한다.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의 안전관련 투자에 대한 유일한 세제지원이므로 일몰 시 기업의 안전관련 투자 유인이 감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0.0%의 기업이 일몰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일몰을 없애고 영구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도 22.4%에 달했다.

둘째, 7개 신규투자 시설로 한정되어 있어 공제대상 시설·장비를 확대하고, 노후시설의 개·보수에 대해서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안전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활용률(0.5%)이 전체 투자세액공제 활용률(3.8%)에 비해 현저히 낮아, 안전투자 유인책으로서 기능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항공업체인 B사는 자사 안전관련시스템 운영을 위해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투자에도 불구, 설비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생각하는 안전경영 투자와 정부에서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셋째, 현행 3%에 불과한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도 기업의 안전설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설비투자 이외에도 안전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 비용, 직원 안전수칙 준수생활화를 위한 안전 교육을 위한 비용과 기업 내 사고 전담기관 신설·확대에 따른 사업비용, 전담인력 확충비용에 대해서도 세제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 사고 전담기관 설치는 사고대응 주체를 명확하게 해 사고현장 대응, 수습체계 보완은 물론 상시 대응훈련체계 구축을 통해 안전경영 강화에 기여한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화학사고 예방·대응을 위하여 환경안전 및 화학물질 안전관리 분야 전담조직을 만들고 전담인력도 늘리고 있다.

현장 고려 없는 안전경영 촉진 지원책, 현실화 필요해

안전에 대한 지원은 산업재해 예방으로 인한 국민편익증진에 높은 효과가 있어 비용 대비 3.76배 이상의 사회적 편익 창출이 가능한 분야이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에 법적 책임만 강조하기보다는 안전경영 관련 투자와 인력운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업종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비상대응 시스템 구축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보다 기업별 사고 전담기관 설치, 대응관리시스템 강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안전에 대한 기업들의 의식이 고취되고 안전관련 투자도 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안전경영 지원 정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4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