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제종합건의의 주요 내용과 과제

[경제시론] 2010-07-09 | 전경련 경제본부 경제정책팀장 임상혁

  지난 6월 2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주요 현안업무’와 6월 24일 발표한 ‘201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과제’에 따르면, 올해 세제개편의 핵심키워드는 민생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가 8월에 발표할 세제개편안에는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가족친화적 세제로의 전환 방안,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친화적 세제개선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지표들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러한 세제개편 방향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관련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관련 조특법의 일몰연장, 녹색산업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등 단편적인 것을 제외하고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기업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번 세제개편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하된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기업경영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전경련은 지난 4월부터 주요 회원사와 협회 등을 대상으로 올해 세제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여 6월 중순 기획재정부, 국회 등에 이를 건의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부가가치세법 등 9개 세법령에 대해 114건의 제도개선을 요청하였다. 건의내용을 토대로 올해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향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감세정책기조 유지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야

  무엇보다도 이번 세제개편에는 정부의 감세정책기조 유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감세, 규제완화 등 친시장적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실제로 2008년 세제개편 때는 법인세율, 소득세율 및 상속·증여세율 등을 인하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해는 종합부동산세율 인하와 R&D·녹색산업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실로 과거 정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감세정책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상속·증여세율 인하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고, 법인세도 높은 세율은 2012년까지 인하가 유예되었다. 2001년 이후 상시적으로 운용되어 오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도 존폐 논란 끝에 공제율을 인하하여 겨우 일몰을 연장할 수 있었다.
  세계는 조세경쟁이 한창이다. 대만은 지난해 상속·증여세율을 50%에서 10%로 낮추고, 올해는 법인세율을 25%에서 17%로 인하했다. 싱가포르(17%), 홍콩(16.5%) 등 아시아 경쟁국가들의 법인세율은 우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2000~2008년 중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증가속도는 OECD 국가 중 2위였다. 국제적인 조세경쟁 하에서 주변 경쟁국(중국 18.3%, 싱가포르 14.3%, 대만 13.7%)이 우리보다 낮은 조세부담 수준(2009년 잠정치 19.7%)을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국제조세협회 하계세미나, 6/24).
  따라서 이번 세제개편에 정부의 지속적인 감세정책 의지가 반영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높은 법인세 세율의 인하시기를 2012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기는 등의 획기적인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기업 세부담 변화를 최소화해야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기업의 세부담 변화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내년부터 상장회사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다. IFRS를 적용하면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방법이 변경되거나, 내용연수가 증가하여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실무상 편의와 조기 상각을 위해 감가상각 방식으로 정률법을 활용해 왔으며, 회계장부의 내용연수를 세법상 내용연수와 일치시켜 적용해 왔다. 하지만 IFRS에서는 경제적 실질에 맞는 감가상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연도에 많은 금액을 상각하는 정률법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쓰기 어렵다. 또한 IFRS는 임의적인 내용연수 결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세법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한 내에 감가상각을 완료하기 어려워 세금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 영업성과는 변함이 없으나,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세부담만 늘어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유형자산이 많은 기업들의 세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동일한 경제행위에 대해 동일한 세부담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 방법으로 유형자산 감가상각에 있어 신고조정(기업이 법인세 신고 때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아 세법 규정과 차이나는 항목을 신고를 통해 손금으로 인정받는 절차)을 인정해 주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만약 세법상 신고조정을 규정하기 어렵다면 기업의 추가적인 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례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성장잠재력 확충과 미래산업을 위한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성장잠재력 확충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투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환경보전시설투자(2010년말 일몰), 에너지절약시설투자(2011년말), 안전설비투자, 생산성향상투자(2012년말) 등 친환경적이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의 일몰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일몰연장도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하여 향후 제도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여줌으로써 기업투자를 촉진하여야 한다. 아울러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의 R&D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조정(현행 10% → 20%)하는 등 차세대 우리 경제의 수종산업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율을 보다 높이고 세제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밖에 납세협력비용을 줄이기 위한 국세 및 관세행정 개혁도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는 것을 보면서, 정부 감세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은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높여 해결해야지 증세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세제개편에는 정부의 감세정책 의지가 확고히 담긴 내용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shim@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7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