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성과의 씨앗, 열매 맺기 과제 남아

[경제시론] 2016-05-12 | 국제본부 엄치성

서울의 중심가에 외국 도시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 붙인 도로가 하나 있다. 그 도로가 바로 한때 벤처의 메카로 불린 테헤란로이다. 그 유래를 더듬어 가보면,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가 1차 석유 파동을 맞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산유국인 중동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1977년 당시 친미 성향의 이란 정부하의 테헤란 시와 자매 결연을 맺고, 두 나라의 우호를 상징하고 기념하는 뜻에서 서로의 수도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서울엔 테헤란로, 테헤란엔 서울로가 생긴 것이다. 이렇듯 이란은 우리와 인연이 깊은 나라다. 대한민국과 교역을 시작한 최초의 중동 국가이자,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중동 건설에 진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약 40년의 세월이 흘러 서울에 있는 테헤란로는 한국의 경제 성장만큼이나 놀랍게 변화되었고, 한국에서 가장 비싼 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란에 있는 서울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큰 변화 없이 그대로이다.

그 배경에는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있었다. 이란은 1980년대부터 핵무기 제조 의혹을 받으며 끊임없이 국제사회와의 불화를 일으켜왔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가 이어졌으며 2013년부터는 이란의 해외계좌가 동결되고, 외화수입의 80%를 담당하는 석유 수출길이 막혀 이란의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물가상승률이 42%에 육박하여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의 對이란 교역규모는 제재 심화 이전인 2011년 174.3억불에 달했으나, 원유수입 축소와 수출 제한으로 2012년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로 경기침체에 시달린 이란 경제는 지난 1월 17일 경제제재 해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란은 인구 약 8천만 명의 인구 대국이자, 경제규모도 사우디 다음으로 커 경제제재 해제의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경제 성장과 잠재적 투자 가치 측면에서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중산층도 두터워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작년 7월 핵협상 타결 직후부터 중국,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이란러시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1일~3일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236개사의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파견하였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MOU가 체결된 프로젝트는 42조원(371억 달러) 규모로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최대 52조원(456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약 6천1백억 원(5억4천만 달러) 규모의 실질적 성과가 창출됐다. 이번 방문의 경제적 성과가 실질적인 계약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후속조치와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5월11일 민관합동 성과확산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이번 한국과 이란 정상의 만남 이후 양국 간 문화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슬람교 금식 기간인 라마단 중 밥은 굶어도 대장금은 거르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란에서 대장금, 주몽 等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폭발적이라고 한다. 이란에 들어선 태권도장은 3천5백여 곳이며, 수련인구는 3백만 명으로 알려질 정도로 태권도의 인기도 높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테헤란로와 서울로를 이어 한-이란 우호관계의 새로운 상징이 될 문화복합공간 I타워와 K타워가 서울과 테헤란에 나란히 들어서게 된다. 내년에는 이란에 한국 문화원을 개원하고, 한-이란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추진한다고 하니, 양국 간 문화 교류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길 바란다.

5월 초 이란에 뿌려진 경제적, 문화적 성과의 씨앗들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 경제계의 수주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이란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나, 외국과의 경쟁 심화, 제재 원복 가능성 등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우리기업에게 그리 쉬운 시장은 아닐 것이다. 기업은 이란 진출을 위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전략수립을 해야 하며, 정부는 정치적 리스크를 사전에 철저히 파악해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방문 결과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어 경제재도약의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