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상생협력 추진방향

[경제시론] 2010-09-07 | 전경련 산업본부 산업정책팀장 홍성일

  최근 상생협력이란 단어가 화두다. 어떤 이는 상생협력 릴레이라도 할 정도다. 2006년 제정된 상생협력 촉진법은 상생협력을 기술, 인력, 자금, 구매, 판로 등의 부문에서 서로의 이익을 높이는 공동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협력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활동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은 완제품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부품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공유해 왔다. 기업을 둘러싼 경쟁양상이 예전과 같이 하나의 제품, 하나의 기업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완제품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관련기업이 경쟁하는 네트워크 경쟁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완제품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부품생산을 맡고 있는 중소협력업체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며, 이런 측면에서 우리 대기업은 상생협력을 지원의 개념이 아니라 상생협력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오고 있다.

30대 그룹 상생협력 실적, 꾸준히 증가
  그간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어 왔고, 정부도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의 거래관계 개선에 기여해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경련이 주요 기업의 상생협력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대기업의 상생협력 투자실적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06년 1조 4,307억 원 규모이던 상생협력 투자실적은 지난해에는 2조 6,002억 원 규모로 늘어났으며, 2009년 하반기 이후 실적도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에 대한 문제가 이슈로 부각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지나친 납품단가 인하로 적정이윤 확보가 어려워 중소기업 경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특히 올 상반기 일부 수출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의 경영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들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낸 데는 중소협력업체를 쥐어짠 데서 비롯되었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대책마련 필요
  하지만 이런 논의과정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올바른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가능할 것이다. 정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커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는 2004년 5.3%p까지 벌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일부 대기업의 사상 최대 흑자가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기인한 양 논의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대기업의 영업이익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부족했던 것 같다. 올 2/4분기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낸 것으로 발표된 삼성전자의 경우, 분기 영업이익 5조 원 중 76%가 협력사가 적은 반도체, LCD 패널 등 부품부문에서 발생했고, 중소협력사가 많은 휴대폰, TV, 냉장고 등 완제품에서의 영업이익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완제품부문의 영업이익률은 4%로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 6.1%보다도 낮다. 특히 일부 대기업 중에서도 완제품 부문만을 가지고 있을 경우, 치열한 경쟁으로 최근 들어 영업이익률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조정실태에 대해 정부의 공식통계와는 상이한 수치들이 인용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문이다. 원자재 가격은 19%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 인상은 1.7%뿐이라는 중기중앙회의 조사결과가 단골메뉴로 등장했는데,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조사대상의 업종, 규모, 조사대상 기업이 거래하는 기업을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대상을 보면, 전체 208개사 중 20인 미만 기업이 97개, 20~49인 기업이 57개이며, 50인 이상 기업은 44개에 불과하고, 200인 이상 기업은 6개밖에 되지 않는다. 글로벌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라기보다는 중소기업 간의 문제를 대·중소기업 간 문제로 확대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양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은 먼저 지금까지의 상생협력이 모기업과 1차 협력사 간에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네트워크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협력 노력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상생협력의 효과가 2~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협력사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공동 기술개발, 인재육성 지원, 해외시장 동반 진출 등의 협력 노력도 한층 배가해야 할 것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상생협력 추진을 위해 기업 내에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확대·개편하고 상생협력이 실질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노력 절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경쟁환경 속에는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부품만을 가지고는 생존하는 것 자체도 호락호락한 환경이 아니다. 중소기업 스스로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영세 소기업이 너무 많아 언제든 납품업체 간 가격경쟁이 재현되어 경영사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1만 명당 종사자 수 50인 미만의 소기업 수는 9.7개사로, 독일의 7.1개사, 일본의 5.8개사보다 높고, 미국(2.8개사)보다는 3배 이상 많다.
  중소기업 간 구조조정도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KDI(’09, 김주훈)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생존율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8.2%p 높아졌는데, 이중 절반 이상(4.3%p)이 연평균 생산액이 감소하는 부실사업체의 증가에서 초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중소기업 스스로도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공정거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의 상생협력 노력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해진 파이의 배분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Positive Sum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상생협력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기술임치제도와 같이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들 제도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하도급법의 경우 적용대상을 확대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든, 중소기업 간의 거래든 불공정한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 없이 엄정히 집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상생협력 논의가 우리 기업의 거래문화를 개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hong@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9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