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 건설... 성공하려면...

[경제시론] 2005-02-21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현아

기업도시 건설... 성공하려면...

기업도시 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것 같다. 지난 연말 근거 법률인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데 이어 현재 하위법령이 제정 중에 있고, 이와 동시에 시범사업 신청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드러난 일정에 의하면 4월 중순까지 시범사업 신청을 받은 후 상반기 내에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개발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의지와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금융기관, 신규 시장을 모색하는 건설업체 등의 이해가 부합되면서 정부가 개최하는 기업도시 설명회는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그러나 정작 기업도시의 주체가 되어야 할 기업들은 미온적인 상태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기업도시 개발의 근본 취지 다시 되새겨야
지금 세간의 관심은 기업도시개발의 근본취지보다 단기적인 토지개발의 이익이나 정치?경제적인 효과에만 집중되고 있다. 기업도시개발의 목적은 한마디로 기업의 투자환경을 조성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확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도시는 바로 이러한 기업의 투자환경을 조성해 주고 관련된 종사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쾌적한 정주환경을 마련해 주는 수단인 셈이다. 굳이 기업 활동에 도시개발이라는 행위가 부합된 데에는 바로 기업(수요자)의 Needs에 맞는 투자 및 근로 환경을 조성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드러나 있는 기업도시 개발은 전반적인 기업의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다소 확대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이것은 기업도시 개발의 목적이라기보다 성공적인 기업도시개발에 따른 파급효과일 뿐이다. 정작 기업도시에는 핵심인 기업의 경제활동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기업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 낙후지역에 건설해도 개발이익 환수.... 기업에게 매력 없어
현재 기업도시의 입지는 수도권과 광역시가 제외되어 있다. 낙후지역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의 측면이 상당히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수도권 혹은 수도권 인접지역에 기업도시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이는 수도권이 주는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물론 각종 기반시설 등이 기업 활동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사업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도시를 비수도권으로 유도하려면 더 혁신적인 유인장치가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개발이익 전부를 기업의 몫으로 제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부는 낙후지역에 기업도시를 개발 하더라도 개발이익을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손실이 나면 정부가 보전해 줄 것인가?

■ 기업도시...개발은 시작에 불과, 향후 기업 활동의 성과가 더 중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기업도시를 단순 개발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개발이익 산정기준은 토지매입시점의 가격과 산업용지 매각시점의 가격 차이를 갖고 산정한다. 그러나 기업도시 개발은 산업 용지를 매각하는데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그것은 기업도시가 단순히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와 기업 활동, 고용자들의 거주환경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있기 때문이다. 개발주체가 매각하는 토지는 대부분은 관련 하청업체나 기업 도시내 근린시설 용지 등이다. 이 모두가 해당 기업의 경제활동과 관련된 업종에게 매각되는 토지이다. 그런데 기업도시 개발주체가 여기에서 폭리를 남길 것인가? 결론적으로 기업도시개발에서의 개발이익은 산정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회수의 대상이 아니다.

■ 기업도시... 기업이 원하는, 기업을 원하는 지역에 건설되어야
기업도시개발의 성패는 단기간에 가시화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궁극적인 성공이란 것이 기업도시 개발이후 기업의 경제활동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설사 산업용지 분양이 성공하여 많은 개발이익이 발생하였을지라도 이후 기업도시 안에서의 경제활동이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기업도시는 실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초점과 노력은 단순히 기업도시 개발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단기적인 이익에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곳에서 생산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 활동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 기업도시 개발특별법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기업도시의 입지와 개발이익환수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한발씩 양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낙후지역이라면 개발이익은 환수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각종 지원책을 통해 유치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반면 기업이 낙후지역이 아닌 기존 도시주변을 원한다면 그것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대신 이 지역에서는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기업도시는 지방과 기업의 상생방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더욱 공격적인 유치전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낙후지역이라도 해당 지자체에서 제시하는 인센티브가 많다면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정부는 좀 더 혁신적인 조세지원과 토지제공의 조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해당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토지를 무상이라도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기업유치 의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도시는 기업과 지방이 하나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도시는 기업이 원하는 지역에, 그리고 기업을 원하는 지역에 건설되어야 한다. 이것이 수요자 중심의 산업용지 개발이라는 기업도시 개발의 취지에 가장 합당하다. 그러므로 기업도시가 지역균형발전상의 안배차원에서 건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도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다”라는 것을 깨닫는 것, 바로 이것이 기업도시를 성공시킬 수 있는 핵심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