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지는 일에 매진해주길

[경제시론] 2012-01-26 | 경제정책팀 추광호

- 새해 바람직한 경제정책 운용방향과 과제

정부는 2011년 말, 2012년 경제전망과 함께,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목표로 내세운 올해의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2012년 경제정책 방향’, 2011.12.12).

먼저 정부가 제시한 올해의 경제전망을 살펴보면, 고용의 경우 경기회복세 둔화, 기저효과, 취업구조 변화 등의 요인이 맞물려 취업자는 작년의 40만 명보다 줄어든 28만 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았으며, 고용률은 작년보다 0.1%p 개선된 59.1%, 실업률은 작년과 동일한 3.5%를 예상하였다.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의 부진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어 2011년보다 낮은 3.7% 성장을 전망하였다(이는 민간경제연구소들의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는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안정되고 수요압력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았으며, 경상수지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기조를 이어가겠으나 2011년보다 흑자폭은 줄어 연간 160억 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였다. 전반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의 위험요인들이 단기간 내에 해결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아 2011년보다는 다소 둔화된 경제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에 중점을 둔 경제정책 추진
이 같은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정부는 2012년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에 두겠다고 밝혔다.

먼저, 국내경제의 체질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①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의 악화와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하여 상황별 대응방안을 지속 점검하고, ②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하여 서비스업·중소기업·자영업 등 내수 활력을 제고하며, ③ FTA 활용 극대화, 중소기업 수출역량 강화, 새로운 시장 개척 등 포스트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준비하고, ④ 보육·녹색성장 등 지속성장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나눔문화와 사회적 책임 등 사회자본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① 수급안정과 경쟁촉진으로 생활물가 안정에 최대한 노력하며, ②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경제시스템을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하고, ③교육·주거·의료 등 생계비를 경감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며, ④ 일하는 복지로 취약계층의 자립과 재기를 지원하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전달체계 효율화 등으로 맞춤형 복지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해 대두된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고 보면, 올해 우리의 경제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비상경제대책회의나 위기관리대책회의 등 비상대응체계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적절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나 물가안정 노력 지속, 생계비 경감 및 복지 확충을 통한 서민생활 안정이나 취약계층 보호 역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정부가 담당해야할 기본적인 책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방향이 위기 대응과 안정적 경제운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좀 더 보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기업경영활동 관련 규제법률 재검토 필요
무엇보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추진된 각종 정책들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가 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는데, 실제로 얼마만큼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의문을 품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많은 다양한 기업관련 정책이슈들이 제기되었는데, 대부분은 기업경영활동에 대한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개정된 상법에서는 회사의 이사회의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자기거래 승인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였고, 해외의 입법례도 거의 없고 개념도 모호한 회사기회의 유용금지라는 조항을 신설하였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 대해 준법지원인 제도의 의무적 도입을 추진하였다.

반면,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으로 내세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이처럼 실효성은 의심되는 반면, 기업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업의 경영활동과 관련하여 지난해에 제기된 또 하나의 중요한 정책이슈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동반성장지수 산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이익공유제 도입 논의 등이 그러하다. 기본적으로 대·중소기업 협력과 동반성장은 시장친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를 통해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폐해를 반추해 보면, 이 같은 사실은 더욱 자명해진다. 현재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기본적으로 민간의 자율적 합의기구임을 고려하여, 향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이 참여자들의 합의와 시장에 기반하여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기업경영과 관련한 세제개편도 중요한 이슈이다. 현 정부가 취임초에 내세웠던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감세정책은 지난해 세제개편 과정에서 무색해져 버렸다. 당초 예정했던 과세표준 2억 원 이상 법인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는 현재 유예된 상태이다. 세율인하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일부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세표준 2억 원 이상 기업의 93.6%인 4만 3,000개는 중소기업이어서 세율인하가 대기업만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 납부금액 중 상당부분은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혜택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율 인하의 경제적 효과와 관련한 대부분의 연구들이 투자와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여력을 증대시켜 투자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익과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당초 계획한 법인세율 인하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 취약요인에 대한 점검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이 같은 미시적 차원의 정책적 문제들과 함께 현재 우리 경제의 취약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거시경제적 이슈들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과 대응도 필요하다. 1,000조 원에 육박하여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와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직은 건전하다고 평가받지만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재정적자,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 등은 우리 경제의 상시적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들이다.

우리 경제가 외부의 경제충격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면에는 이 같은 취약요인들에 대한 불안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이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대로 이들 요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체계를 운영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근본적으로 이들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음을 직시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복지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현재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와 관련한 논의도 그러하다.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는 지속가능할 수 없는 일회성 만찬이 될 수밖에 없다. 복지관련 예산은 한 번 도입되고 나면 이를 늘리려는 주장은 계속해서 나오는 반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속도를 줄일 수는 없고 점점 빨라지기만 하는 런닝머신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복지예산을 더욱더 늘릴 것을 요구하지만, 이를 위해 그만큼의 세금을 기꺼이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모든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한다. 당장 입에 쓸 수는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복지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선거정국이어서,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집단의 목소리와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말고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서,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지는 일에 매진해주길 바란다.

이와 함께 최근 대두된 북한정권의 권력승계와 관련한 불안요인은 그 영향을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구축해두어야 할 것이다.

(ck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2년 1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