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 규제적 상법개정안 재검토 요청

[보도자료] 2006-10-23 | 기업정책팀 김주태조사역

전경련, 기업 규제적 상법개정안 재검토 요청

- 법무부 상법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제시 -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강신호, 이하 전경련)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에 대해 23일(월) 공식 의견을 법무부측에 전달하였다. 건의서에서는 그간 수차례 철회를 요청했던 이중대표소송제도, 집행임원제도,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범위 확대 등과 입법예고안에 새로 추가된 ‘회사기회 유용금지’에 대해 도입 반대 입장을 표명 하였으며, 금번 개정에서 미비했던 경영권 방어제도는 보완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기업의 자율 대신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세계적 추세와 역행

전경련은 건의서를 통해 이번 입법예고안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이라는 당초 상법 개정취지와는 거리가 멀게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평가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인 이중대표소송, 회사기회 유용금지, 집행임원제도, 이사의 자기거래 대상 확대 등을 도입하여 심각하게 경영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고 우리 기업을 새로운 제도의 시험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 반면,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활용되는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주식 등은 배제하는 등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는 단순히 국내 경영환경 위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자율권을 확대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질 수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으로 이러한 규제적 요소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하였다.

회사기회 유용금지, 이중대표소송, 집행임원제도, 이사의 자기거래승인 확대 도입 반대

‘회사기회의 유용금지’는 상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을 수 없는 제도로써 무리하게 입법이 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첫째, 법적 개념이 모호하여 이사의 광범위한 책임추궁과 이에 따른 남소가 우려된다. 즉, ‘현재의 사업기회’나 어느 시점인지도 모를 ‘장래의 사업기회’라는 개념은 규제의 대상 여부에 대한 예측이 어렵고, 또한 현재 시점에서 회사의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 몰라 사후적으로 성공한 사업만 문제 삼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이에 따른 악의적 소송을 포함한 남소의 우려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현행 상법의 ‘경업금지 의무’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이나 ‘이사의 충실의무’ 등을 보완적으로 적용하여 회사기회를 이용한 이사의 사익추구 행위를 충분히 통제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만 있다는 형사상의 배임죄를 통해서도 가능하므로 본 규정은 신설할 필요가 없는 과잉규제로 도입철회가 마땅하다. 셋째, 입법의 근거로 언급되는 미국의 판례는 회사기회 유용 금지 자체보다는 이사에 대한 정보공개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모델이 된 미국 법률협회(ALI:American Law Institute)의 기업지배구조원칙 중 ‘회사기회 유용금지’ 내용의 핵심은 이사가 어떤 사업기회를 유용하였는가에 대한 책임추궁보다는 모든 정보를 엄격하게 공개하였는가 여부를 강조한 것으로 회사기회 유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승인이 전제될 경우 이용이 가능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중대표소송’ 역시 전 세계적으로 법률로 도입한 나라는 없으며, 미국에서 모자회사간의 법인격이 부인될 정도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일부 판례로써 인정되고 있다. 도입을 시도했던 일본과 영국 역시 기존 대표소송으로도 충분하고 동 제도의 도입에 따른 효익보다는 경영상의 부작용과 법률적 문제점으로 법제화 되지는 못했다. 기존의 주주대표소송 외에 이중대표소송까지 도입되면 소송부담이 커진 경영진의 경영 의욕 위축은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기업의 독립경영 원칙을 저해하여 모자회사간의 경영간섭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또한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자회사 주주의 의사와 배치되게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자회사 주주의 권리침해 가능성이 있으며, 자회사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소송제기도 투기자본에 의해 기업 압박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상법의 근간이 되는 모자회사간의 독립된 법인격성이 부인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주주, 채권자 및 거래상대방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모자회사 주주간의 평등권이 침해될 수 있는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집행임원제도’는 이사회에서 업무집행기능을 분리하여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현행 비등기 임원의 법적 지위와 권한?책임범위를 명확화 하려는 취지로 개정안에 임의규정으로 포함되었다. 개별 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는 하나 최초 논의에서는 제도 도입의 강제화를 염두에 두었고 과거 감사위원회, 사외이사제도 등이 상법에서 임의규정으로 도입된 이후 증권거래법 등 특별법에서 강제화 된 선례를 볼 때 제도의 도입이 강행 규범화 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의 자율적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일원적 이사회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도입한 사외이사제도, 감사위원회제도와 이사회 권한을 업무집행과 감독으로 규정한 현행 상법의 입법취지와도 배치되며, 집행임원을 이사회가 선임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주권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기존 상법의 주주권 강화 방향과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경영상 부작용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어, 집행임원의 책임추궁이 용이하게 됨으로써 신속하고 과감한 업무집행보다 위험 회피적 경영을 부추길 수 있다.

공정한 경영권 경쟁을 위해 필요한 경영권 방어관련 제도의 도입 필요

전경련은 아울러 기업의 부담과 경영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각종 규제적 제도는 도입하는 반면, 기업이 투기자본 등과의 공정한 경영권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경영권 방어제도는 도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였다. 일부 주식발행에 대해서 선택권이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경영권 방어 용도로 활용 가능한 주식종류는 ‘주주전원 동의’ 또는 ‘회사 설립정관’에 기재토록 함으로써 합리적 발행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상장기업의 활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전경련은 M&A가 가장 자유로운 미국의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일본도 최근 회사법 정비를 통해 이용이 가능한 신주예약권제도(포이즌 필로 활용 가능)와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차등의결권주식의 도입을 요구하였으며, 이와 함께 상법에서 주주전원 동의 등 주식 발행자체를 규제하기보다 다른 주요 선진국과 같이 주식발행에 따른 폐해가 예상되는 경우 상장지침을 통한 규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요건완화도 요구하였다.

전경련은 상법이 기업 자율화 촉진이라는 세계 상법 개정의 추세에 부합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기업 활동을 저해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규제적 내용은 과감하게 제외시키고, 기업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개정안이 만들어 지도록 촉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