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문제 해결방안

[경제시론] 2010-12-08 | 전경련 경제본부 노사정책팀장 고용이

올 한 해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상반기 중에는 근로시간면제한도 결정과정에서 노사가 극심하게 대립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합리적인 한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이후 근로시간면제제도 시행과정에서도 일부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입률이 80%에 이르면서 제도가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 노사문화 선진화의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최근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노동계는 법과 제도에 따른 타협보다는 극단적인 투쟁으로 목적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동계가 계속해서 구태의연한 행태를 고집할 경우 우리나라 노사관계 선진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최근 사내하도급 관련 판결의 문제점
지난 7월말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결정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사내하도급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재판부는 하도급 계약 형식이지만 현대자동차가 직접적으로 노무를 지휘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파견에 해당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는 파견허용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지만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자사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구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 그리고 컨베이어벨트 생산공정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하도급 근로자를 혼재해서 배치하고, 원청기업이 대부분의 작업지시를 한 점 등을 현대자동차가 직접적으로 노무를 지휘한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하청과 파견을 구분하는 핵심기준인 원청기업의 하청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 행사 여부는 구체적인 현실관계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는데,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지휘·명령 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검토·인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부노동력 활용의 양태는 현실에 맞게 진화·발전하고 있으며, 사내하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적 사실관계를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부노동력의 활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 형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자유 영역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법률전문가들도 있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고용 가능성 및 근로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에 따르면,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은 장기적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상승 효과는 미미하지만 근로시간 단축효과가 커서 장기적으로 고용 가능성과 근로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경제적 악영향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업대상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전경련이 회원사 인사·노무 부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222개 기업 중 79.1%가 최근 사내하도급 관련 판결이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80.9%가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사내하도급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기업들은 사내하도급 업체 계약 해지(23.4%), 생산공정 자동화(20.1%), 사내하도급 업체 변경(18.8%)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응답하여 대법원 판결이 규제강화로 이어질 경우 사내하도급 일자리의 상당수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사업장 불법점거 문제
또 다른 우려는 대법원 판결이 ‘사내하도급=불법파견=직접고용’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초래하고 일부 노동단체가 이를 조직강화의 계기로 활용할 경우 사내하도급 활용 사업장 노사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는 결국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로 현실화되었다. 금속노조는 지난 11월 4일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1,900여 명을 모아 현대자동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제기했고,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지난 11월 15일부터 공장을 점거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근로자들의 요구인 ‘정규직 전환’은 최종적으로 사법적 판단에 맡겨야지, 단체교섭이나 극단적인 투쟁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도 현대자동차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과 직접적인 고용관계로 단정할 수 없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 조정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동계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활용전략으로 인해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문제가 현대자동차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41.2%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현대자동차 불법점거와 같은 상황이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내하도급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
선진 노사문화 정착기조를 흔들고 있는 사내하도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하도급, 파견, 단시간 근로 등 인력활용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업률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노동시장 정책은 단순히 현재 취업상태에 있는 기존 근로자의 보호에서 벗어나 고용계약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goh@fki.or.kr)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0년 12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