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 바란다.

[경제시론]
2016-06-09 | 경제본부 송원근

    20대 국회에 바란다;

    기업을 옥죄면 경제가 되살아날까? 모두가 답을 아는 물음에, 20대 국회만 거꾸로 답하는 모양새다. 개원한지 불과 며칠 만에 20대 국회가 기업규제 법안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법인세를 3% 포인트 올리자는 법안부터 일정비율을 청년으로 의무채용하게 하자는 청년고용할당제, 대형유통업체 입점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여야가 경쟁적으로 규제법을 속속 발의하거나 발의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선거운동 트럭 위에서 쉰 목소리로 민생을 살리겠다고 부르짖던 목소리를 들은 지 두 달도 채 흐르지 않았다. 민생과 경제는 사라지고 어느 덧 반(反)기업 정서를 기반으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퓰리즘 가득한 목소리만 국회에 남아있는 듯하다.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넘쳐나는 현상 이면에는 기업은 국민과 별개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법인세를 올리거나 청년 등 일정 인원을 강제로 채용하게 하면, 기업이라는 돈 많은 부자가 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니 국민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일 뿐이다. 기업은 정말 국민과 별개일까?

    법인세를 예로 들어보자. 법인세를 올려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그 부담은 결국 ‘사람’이 지게 돼 있다. 기업이 법인세를 내는 만큼 배당이 줄어 ‘주주’의 몫이 줄어들고, 법인세를 내는 만큼 임금과 복지 혜택이 줄어들어 ‘임직원’이 손해를 본다. 법인세를 올려 국민을 위한 복지세수를 늘리자고 하지만, 사실 법인세가 올라간 만큼 그 부담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이전된다. 결국 기업이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은 주주, 임직원, 소비자 등 국민 모두가 납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규제하는 것과 같다.

    매출 측면에서도 기업은 국민과 별개일 수 없다. 지난해 30대 그룹은 1000원을 팔아서 40원을 순이익으로 남겼다. 나머지 960원은 재료비, 인건비, 영업비, 전기·수도료, 세금 등의 이름으로 협력업체, 임직원, 정부 등에게 나눠졌다. 우리 국민 호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외국에서 수입한 재료비와 해외 기업에 지불하는 특허권료 정도뿐이다. 배당금 8원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도 그 다음해 설비, 공장 등으로 재투자되어 국민에게 다시 흩어진다. 결과적으로 기업 매출 대부분이 전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 외국기업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하는 것도 바로 자국민에게 나눠지는 ‘매출’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외국과 달리 기업과 국민을 별개로 생각하고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정책을 쏟아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 작년 30대 그룹의 매출은 전년보다 무려 8.3% 감소했다. 2014년 이후 연속해서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다. 더구나 30대 그룹 중 6개 그룹은 작년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비상 경영 상황임에도, 국회는 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 같다. 기업에 각종 부담을 줘도 국민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큰 오해를 하는 듯하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이 성장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을까? 청년고용을 강제하고, 대형쇼핑몰을 규제하면 정말 좋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기업과 국민을 별개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의 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다. 기업이 곧 국민이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