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00원 붕괴의 배경과 향후 전망

[경제시론] 2011-05-20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정영식

2011년 3월 31일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졌다. 2008년 9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의 일이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원화 강세는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서도 두드러진 편이다. 2011년 2월말 대비 4월 22일 기준으로 원화는 4.4% 절상(달러 대비)해 세계 주요 20개 통화 중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절상률을 기록했다.

일본 대지진, 무역수지 흑자 지속, 물가불안이 그 배경

최근 원/달러 환율 1,100원이 붕괴된 배경에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지난 3월말 이후 북아프리카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면서 한국을 빠져나가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2011년 들어 3월 16일까지 4.9조 원 순매도를 보이던 외국인 주식투자가 3월 17일 이후부터 4월 22일까지는 5.1조 원 순매수로 반전되었다.
둘째,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한 3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2010년 2월 이후 14개월째 무역수지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 1/4분기에만 무역수지 흑자는 84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마지막으로 정책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원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4.7%로 2008년 10월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물가불안 논란이 거세지는 과정에서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도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두세 차례 환율 1,100원 붕괴 시도에도 뚫리지 않던 원/달러 환율이 이번에 상대적으로 쉽게 1,100원이 붕괴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락요인 우세 속 향후 환율 전망

향후 원화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이슈는 ① 엔캐리 트레이드1) 지속 여부, ② 정책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 ③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등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엔캐리 트레이드의 지속 여부이다. 일본은 대지진 극복을 위해 막대한 엔화 유동성을 풀고,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G7의 외환시장 공동개입으로 엔화 초강세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ECB는 정책금리를 올렸고, 미국도 머지않아 금리인상이 예견되어서, 일본과 이들 지역 간의 금리격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즉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지면, 엔/달러 환율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엔화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한국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이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부의 제1목표가 물가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거시경제정책 수단이 금리와 환율인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정책 당국이 기준금리는 인상하고, 원화 강세는 용인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2)도 외환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약화가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한 환율 하락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셋째,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인상 기대감 고조이다. 앞의 두 이슈와 달리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슈는 달러화 가치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2011년 6월이 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기회복을 위해 시중에 6,000억 달러를 풀기로 한 양적완화조치가 종료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감이 고조될 것이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달러화는 일시적으로 강세, 원화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다. 미국이 2004년과 달리 세계 금리인상 대열에서 신흥국, ECB보다 늦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3)
세 가지 주요 이슈를 종합해보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요인이 우세하다. 2011년 연평균 환율은 1,060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0년 1,156원에 비해 달러당 100원가량 떨어질 수준이다. 또 그동안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원/엔 환율마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100엔당 1,318원이던 것이 2011년에는 연평균 1,230원 대로 예상된다. 한 마디로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가 예상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및 대응방안

원화 강세로 한국의 수출과 성장에는 부정적이지만, 최근 불안한 물가에는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명목 GDP 대비, 2010년)는 87.9%로 매우 높다. SERI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0.72%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0%p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원화 강세가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p 상승하는 것과 비교하면 원화 강세로 인한 물가안정 효과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원화환율이 고환율 시대에서 저환율 시대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져 수출기업들은 저환율 시대에 맞는 대응체제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더욱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원/엔 환율마저도 크게 하락해 그동안 수출기업이 누려왔던 고환율 효과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그래서 수출기업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대응체제, 즉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환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원가절감, 해외시장 개척, 생산기지 다변화 노력을 하되, 무엇보다도 고기술, 고부가가치화 등 근본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책당국도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확대하고 원화의 과도한 강세를 초래하는 지나친 외국인 자금유입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안정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serijys@seri.org)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11년 5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