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성장동력 정책방향과 과제

[경제시론] 2008-05-13 | 전경련 산업본부장, 상무 이병욱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주력 제조업은 선진국의 견제와 중국 등 개도국의 추격 등으로 성장 둔화와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5년 후, 10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된다.

민간(기업) 중심의 신성장동력 발굴 추진

정부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지난 3월말부터 민간(기업) 중심으로 ‘신성장동력 기획단’(단장 : 서남표 KAIST 총장) 및 4개 분과위원회를 구성, 운영중에 있다. 지식서비스 산업, 주력기간 산업, 신산업, 에너지·환경 산업 등으로 구성된 4개 분과위는 각 영역별로 신성장동력 후보과제 도출, 후보과제별 실행계획 수립(R&D, 제도개선, 인력양성, 시장창출) 등을 하게 된다. 지식경제부는 분과위 활동을 지원할 ‘총괄지원반’을 구성하여 기획단과 분과위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R&D 투자확대 및 신성장산업 발굴·육성 등을 통해 장기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천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규제·영업규제 등을 정비하고, 아웃소싱 활성화, 신규 융합서비스 시장 활성화, 서비스 분야에 맞는 R&D 개선 지원 확대와 함께 디자인·소프트웨어, 전시 등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높은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범부처 통합적인 신성장동력 정책 추진 필요

신정부 들어 5~10년 후 우리나라를 선도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민간중심·기업중심 ‘성장동력’ 추진제계를 정비하고, 전략적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인력양성, 경제제도, 문화개선 등을 폭넓게 추진하고 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신성장동력 육성대상은 종전과 달리 기술기반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을 포함시켜야 한다. 일본, 대만은 우리나라와 달리 완제품이나 구체적인 기술 등 상용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첨단기술 기반 신산업인 정보가전, 로봇산업, 연료전지, 콘텐츠 산업 등과 함께 건강·복지, 환경·에너지, 비즈니스 지원 등 서비스 분야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지식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신성장동력 발굴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기업도 첨단기술뿐 아니라 시장 니즈에 기반한 서비스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차세대 발굴과 신시장 선점을 통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정부와 기업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의 창의적 혁신활동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의 과감한 개선과 함께 시장을 창출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산업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부처간 경쟁적인 정책추진을 지양하고, 통합적인 미래 성장동력 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신산업의 출현이 산업간 융복합을 통해 촉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수평적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식서비스 산업의 경우 한 부처가 총괄하고 관련 부처들이 협력하는 형태를 취해야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정책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미래 유망산업 후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있어서 산업패러다임의 변화패턴과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산업 비즈니스 기회의 탐색이 필요하다. 21세기 들어 산업간 상호작용 방식의 변화가 종전의 산업간 경계가 유지되면서 간헐적이고 부분적으로 상호작용하던 방식에서 산업간 경계가 붕괴되고, 산업들이 상호융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넷째, 백화점식 성장동력 발굴 및 지원방식을 개선하여 핵심분야의 근본적인 문제을 해결해 주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특히, 특정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인프라를 조성하거나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 추진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관광산업의 경우 한중일 역내관광 활성화에 맞추어 중국과 일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서울시내 차이나타운 조성, 주요 관광명소내 케이블카 설치, 한중일 스포츠교류 활성화, 항공노선 증편 허용과 문화교류 활성화에 역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화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완성보증보험제도의 도입과 함께 기획 및 마케팅 인력의 양성 없이는 영화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다섯째, 규제완화를 통한 진입, 퇴출장벽 완화와 함께 신성장동력 투자자들이 원활히 퇴출전략(Exit strategy)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조성(M&A와 지분투자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예컨대, 바이오산업과 같이 연구개발에서 임상실험 후 제품화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분야에서는 많은 벤처형 중소기업들이 매 단계에서 사업에 참여하면서 대형 제약사에게 기술을 팔거나 M&A 형식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생태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여섯째, 조급증과 외형적 성과중심의 정책 추진을 지양해야 한다. 금년 9월까지로 시한을 정해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한다고 하는데, 미래환경 변화, 정책환경과 기업의 변화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는 제대로 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편, 기업은 인구구조 변화, 소득수준의 향상, 혁신 신기술 출현, 유비쿼터스화, 환경·자원의 글로벌이슈화 등 미래 트렌드와 관련된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나친 단기업적주의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기술진화 그 자체보다 글로벌 관점에서 기술진화 방향과 더불어 수요와 고객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신사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M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처럼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을 임직원들에게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경제는 글로벌시대의 무한경쟁 속에서 선진국의 견제와 중국 등 경쟁국의 틈새에서 새로운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된 영역에서 1등할 수 있는 산업이나 창조적 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부응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규제혁신을 통한 새로운 시장형성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 이상은 월간 전경련 2008년 5월호 [초점] 에 게재된 글입니다.